• 서해선 노동자 전면파업 돌입
    임금, 궤도사업장 중 최저···최저임금 수준
    안전인력 부족으로 2인1조 등 최소한 안전매뉴얼도 못지켜
        2019년 10월 29일 08: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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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부천 소사역에서 안산 단원구 원시역까지 이어지는 서해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29일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전국의 궤도사업장 중 가장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이하 지부)는 29일 오전 4시 25분부로 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초지역 통합사무소 앞에선 파업 출정식을 열고 정문성 지부장, 김찬근 사무국장이 삭발투쟁에 나섰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민간투자 사업으로 건설된 서해선은 서울교통공사의 자회사인 ‘소사원시운영(주)’이 민간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다. ‘소사원시운영(주)’은 역 운영과 시설물 유지보수만 담당하고, 열차운행과 열차 유지보수는 한국철도공사에서 맡고 있다.

    서해선은 운영인력 부족으로 2인1조 근무 등 최소한의 안전 매뉴얼을 지키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실제로 모회사인 서울교통공사는 km당 50명 정도로 운영하고 있는 반면, 자회사인 소사원시운영(주)는 단 6명으로 운영된다.

    기술, 역무, 운전취급, 기계 등 각 분야 근무자들은 인력 부족으로 1인 근무가 빈번하다. 역무의 경우 소사원시선 12개 역사 중 7개 역사는 1인 근무 체계이고, 2인으로 운영되는 다른 역사는 연차나 병가, 지정 휴무를 사용하면 1인 역사로 운영된다. 10명이 근무하는 운전취급분야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 분야는 열차 안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1인 근무가 이뤄지면 화장실조차 가기 힘들다.

    소방, 승강기, 위생, 집수정 등 총 6개 분야와 PSD(스크린도어)를 담당하는 기계 분야는 통상근무자(기술서무)를 제외하면 1조에 평균 2인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분야의 업무와 PSD 업무를 모두 수행하려 한다면 실질적인 2인1조 근무가 불가능한 구조다.

    이처럼 모회사인 철도공사 노동자와 동일업무를 하지만 서해선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 정도다. 전국의 궤도 사업장 중 임금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사원시운영(주) 소속 노동자들의 직급은 1~6급으로 나뉘어 있다. 지부는 직급별 보수규정으로 인해 경력과 무관하게 직급에 따라 같은 돈을 받는 임금체계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1~2년 근무자와 10년 근무자가 6급 노동자라면 똑같이 174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는 뜻이다. 문제는 직급별 정원이 정해져 있어 경력이 쌓이고 성과를 내도 이직자나 퇴사자, 승진자가 없으면 진급조차 불가능한 구조에 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진급하지 못한 8년 경력의 5급 노동자 A씨와, 이직자 등이 생겨 6급에서 5급으로 진급한 2년 경력의 B씨가 같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직급별 임금 차이도 매우 적다. 6급 노동자가 수년에 거쳐 5급으로 진급하면 12만 원 정도를 더 받는다. 지부는 “희망을 볼 수 없는 임금체계로 직원들은 이직 혹은 퇴사를 선택하게 된다. 이로 인해 숙련노동자가 양성될 수 없고, 이는 안전인력이 부족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3~4월 대거 채용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퇴사가 속출하면서 소사원시운영(주)은 1년 계약직 노동자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총 인원 142명인 회사는 1년 만에 42명의 계약직을 채용했다. 그러나 이들마저 고용불안 등의 이유로 일부 퇴사한 상황이다. 지부는 “1년 이직률이 30%를 초과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이직이 지속돼 서해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안전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소사원시운영(주)는 수도권 서남부 시민들에게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안전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부는 이달 15일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지방노동위원회가 필수유지업무 비율 결정을 미루면서 한 차례 파업이 유보된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이날 파업엔 106명의 조합원 중 필수유지업무자 52명 중 근무인 조합원 41명 등을 제외하고 전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열차운행율은 100%다. 지부는 “열차운행과 열차 유지보수는 철도공사에서, 역운영과 시설물 유지보수는 소사원시운영(주)이 담당하는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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