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하면서 물든
    IUF 대표자들의 사용자성
    [조카에게 들려주는 이모의 분투기-3] 국민신문고와 대사관
        2019년 10월 29일 11: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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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식품연맹, 해고와 한국사무실 폐쇄 일방통보

    갑자기 해고된 것도 힘들었는데 퇴직금도 못주겠다면서, 12년 넘게 (열심히) 일한 이모에게 앞뒤가 맞지 않는 기가 찬 얘기까지 하는 통에 마음도 많이 아팠어. 그러던 중 2월 14일 이모 노조의 행사가 조치원이란 곳에서 열리게 됐어.

    그날은 여성노조가 IUF에 1월 말 보낸 다섯 번째 공문의 답변 기한이기도 해. 답이 오면 좋겠지만 오지 않아도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 ‘퇴직금을 받아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하고 머리를 마구 굴렸어. (그 즈음 스위스 정부에 문의를 했는데 그 얘긴 나중에 해줄게.) 그러니까 머리도 아프고 계속 집에만 있자니 답답했는데, 마침 조치원이 이모 사는 군산에서 멀지 않아 바람도 쐴 겸 행사에 가게 된 거야. 위원장님도 오라고 하셨고.

    전국여성노조 행사

    우연한 기회, 대한민국 국민신문고

    12년 만에 처음으로, 이모는 더 이상 ‘IUF 한국 조직담당’이 아닌 전국여성노조의 ‘조합원’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하게 돼. 그것도 재미난 경험이었어. 행사가 끝나고 그날 만난 군산 토박이 조합원 두 분과 함께 돌아오게 됐어. 근데 터미널에서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근처 찻집에서 얘기를 하는데, 한 분이 동네 일로 ‘신문고’에 민원을 넣었던 사실을 알게 돼. 그때 이모는 ‘이거다!’하며 아이디어를 얻었지 뭐니, 호호호. IUF에서 해고된 뒤 퇴직금을 받아내기 위한 모든 과정 과정이,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갓 돌 지난 네 번째 조카) 시후처럼 이모에겐 모든 게 처음 같았어.

    그렇게 해서 2월 17일, 태어나 처음으로 이모의 ‘퇴직금 체불’ 문제로 ‘신문고’에 민원 신청을 하게 돼. (신문고는 옛날에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이 치게 하던 북이야.) 이모랑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사람은 IUF 아태지역총장이지만, (2013년 6월 말 이모를 처음 고용했던 아태지역총장의 은퇴로 호주 시드니에 있다가 2014년에 옮겨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아태지역본부는 (제네바 본부처럼 세금을 내는) 별개의 법인체도 아니야. 그래서 이모가 일한다는 재직증명서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IUF 본부에서 발급됐었고, 월급도 스위스에서 송금됐기 때문에, IUF 본부가 이모의 ‘체불퇴직금’에 대한 최종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신문고에 민원을 넣으면서 처리부처를 외교부로 하게 돼.

    국민신문고 민원신청

    외교부는 이모의 민원을 접수하고 스위스 베른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사실관계를 알아보라고 했던 모양이야. 2월 25일 대사관 담당자에게 답변이 왔어. (빠른 답변에 얼마나 반가웠던지 몰라. IUF가 이모와 여성노조에 보였던 태도와는 판이하게 달랐거든.) 대사관이 신문고를 통해 보낸 답변의 내용은 이랬어. ‘1) IUF는 NGO(비정부기구) 성격의 기구로 사인(개인)간 분쟁으로 보여 개입이 어렵고, 2) 계약 당사자가 지역총장이니 그 사람과의 해결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이더라고.

    대사관이 보낸 답변을 읽어본 뒤에 이모는 뭔가 더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다음날 다시 신문고를 통해 문의를 하게 돼. 내용은 이래. ‘1) IUF는 NGO 성격의 기구래도 제네바에서 HLM-일종의 서민임대아파트를 소유 운영하고 있으므로 ’사인‘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으며, 2) 대한민국-스위스 양국 조약 검토를 통해 스위스에서 한국과 같이 비슷한 법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달라, 3) 급여도 스위스에서 들어오고, 아태지역 사무국은 독립법인체가 아니므로 분쟁 발생 시 본부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라고.

    3월 7일 대사관은 이모의 추가 문의에 답변하면서 IUF 사무총장의 이메일 답변을 함께 보내줬는데, 이런 내용이야. “정옥순은 IUF 본부가 아닌 아태지역본부에 고용된 것이고, 지난해 아태지역 총장으로부터 관련(이모의 해고) 사실을 전달받았으며, (따라서) 정옥순의 근로계약에 대해 IUF 사무총장 자신은 어떠한 책임도 없다”는 것이었어. 이 내용을 보고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어. 만약 그렇다면, ‘IUF 본부에 호텔관광(HRCT)업종 관련 아태지역담당으로 고용돼 있다’는 (미국 비자 발급용) 재직증명서(2015년 5월 28일 IUF 본부 발급)는 뭐가 되는 거지? 설사 (한국대사관에 이메일로 답변한) 사무총장이 2017년 새로 선출되어 몰랐더라도, 이런 답변을 했다는 것이 참으로 부끄러웠어. 왜냐면 이런 식의 입장은 사업을 위해 다른 나라로 진출하는 ‘초국적기업들’이, 그 나라에서 발생한 노사 갈등에 ‘기업 본사의 책임은 없다’고 회피할 때 자주 쓰는 말이거든.

    주스위스한국대사관측에 이메일로 보낸 IUF 사무총장의 입장 & IUF 본부 2015년 발행 재직증명서

    이모가 아는 한, IUF는 ‘책임 회피의 달인들’인 초국적기업 본사를 상대하며 ‘무슨 헛소리, 너네도 당연히 책임이 있지!’라고 주장하며 싸웠던 곳으로 아주 유명해. 그런 IUF 최고 책임자인 사무총장이, 아태지역-한국에서 일하는 사람을 고용하는 사용자 입장이 되자 ‘책임이 없다’고 말하니 이모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던 거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고자 2014년 초 이모의 근로계약서를 개악했던 아태지역총장이나 (개별 법인체 등록도 안 되어 있는) 아태지역본부에 이모의 체불퇴직금 책임을 떠넘기는 사무총장을 보면서, 어느새 IUF가 ‘욕하면서 배운다.’는 우리 속담처럼, 초국적기업들과 ‘대화’한다며 같이 어울리다가 그런 나쁜 걸 배웠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 더군다나 ‘어쩌자고 이런 IUF에서 이모는 몸과 마음을 바쳐 일했나’하는 생각에 너무 슬프기도 했지. 대사관은 ‘IUF 사무총장’의 답변을 받아보니, (이모 생각이지만) 자신들도 답답했는지, ‘소송’ 등을 통해서라도 퇴직금이 지급되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줬어.(관련 블로그 글)

    그런데 말이야. 이모가 노조랑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줄기차게 ‘IUF 사무총장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달라’고 요구했는데, 그때 노조의 요구엔 IUF 사무총장이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거든. 그러면서 (상황을 계속 꼬이고 복잡하게 만드는데 1등인) 아태지역총장이, 노조가 보낸 공문에 납득 불가한 주장만을 담아 답변하도록 그냥 내버려둔 사람이야. 그 IUF 사무총장이 대한민국 정부가 이메일로 ‘살짝’ 물어봤는데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거지. 이것도 너무나 기가 막혔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감정’으로 대응하면 이모 건강에 좋지 않을 것 않아서 어떻게 할까? 또 머리를 굴렸어.

    그래, 5개월 만에 보인 IUF 사무총장의 공식 입장을 기회로 사용해보자! 노조랑 상의하고 이모가 섭외한 변호사를 통해 (이모를 해고한) 아태지역총장에게 편지를 보냈지. (우리는 사무총장이 책임이 없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IUF 사무총장의 의견을 존중해 대화를 하자’고 말이야. 편지에서 4월 10일까지 대화를 할지 말지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아태지역총장은 결국 아무 대답도 없이 기한을 넘겼어. (정말이지, 답변 속도나 태도에 있어 대한민국 신문고랑은 너무나 비교가 됐어. IUF가 정말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는 노동조합인가 싶을 정도로…) 허탈했지만 멈추지 않았어. ‘달려라 하니’처럼 말이야, 하하하. 이모가 어느 쪽으로 달렸는지 궁금하지?(계속)

    필자소개
    전 IUF 아태지역 한국사무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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