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정수 10% 확대’
    심상정 제안, 정치권 예민
    자유당 반대, 민평·대안신당 찬성, 민주당은 여론 살피며 소극적 태도
        2019년 10월 28일 02:31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의원정수 10% 확대’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지역구 축소에 반발하는 지역구 의원들의 저항을 줄이고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선거제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의 다양성을 위해 필요하다면서도 여론의 향방을 살피며 신중론을 유지하는 한편, 자유한국당은 “밥그릇 본색”, “허언증 정치” 등의 표현을 동원해 원색 비난하고 나섰다.

    심상정 대표는 전날인 27일 당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제 개혁은 지역구 의석을 몇 석 줄이고 비례의석을 몇 석 늘릴 것인가 하는 것이 최대의 쟁점이 될 것”이라며 “바라건대 지난 12월 여야5당, 자유한국당 나경원 대표까지 함께 합의했던 현행 300석에서 10%범위 내에서 확대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을 때 비례의석을 몇 석으로 확대할 것인가는 여야4당이 머리 맞대고 동료 의원들의 설득이 가능한 범위를 고려해서 결정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심 대표는 “의원 세비 총액을 동결한 전제 위에서 의원정수 확대를 검토하자는 것은 오래된 논의”라며 “(여야4당 합의에서 정수 확대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여야5당 합의로 추진될 때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원정수 확대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동참한다면 지난 1월 합의사항에 기초해서 추가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의원정수를 10% 이내인 30석까지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한 여야5당 합의문에 서명한 바 있다. 의원정수 확대의 기본 전제는 세비 등을 기존 300석에서 동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이러한 합의를 파기하고 의원정수 10% 감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지역구가 줄어들어 지역구 의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선거제 개혁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선 의원정수 확대는 불가피하다. 의원정수 확대의 당위성과는 별개로 정치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는 뜻이다.

    심 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또 다시 설전을 벌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심 대표를 향해 “밥그릇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속내는 국회의원 배지 욕심, 정의당 의석수 늘리기 욕심”이라고 힐난하며, 정수 확대 논의를 거부했다.

    나 원내대표는 심 대표가 지난해 12월에 한 여야5당 합의를 언급한 것에 대해 “왜 없는 합의를 있다고 하나. 권력과 의석수에 눈이 멀어서 정치 허언증에 이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비열하고, 또 비겁한 정치공작”이라며 “의원수 확대 절대 불가하고, 원천 불가”라며 의원정수 10% 축소 안을 고집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합의해줬다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에 대해서 사과하시라”고 촉구했다. 이는 지난해 12월에 한 여야 5당 합의가 거짓말이라는 게 나 원내대표의 주장인 셈이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세비 총액을 동결해 의원정수를 확대하자는 심 대표의 제안에 대해서도 “국민을 현혹하는 꼼수”라며 “기본적으로 세비동결 약속 자체를 국민은 믿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심상정 대표는 상무위원회에서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고 예산 동결을 전제로 국회의원 정수 10% 이내의 확대를 검토하자는 당시의 합의를 환기한 데 대해 나경원 대표는 정수도 줄이고 비례는 없애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반복했다”면서 “자유한국당은 대국민 약속이었던 5당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을 거면 더 이상 여야 4당 패스트트랙 공조를 방해하지 말기 바란다”고 맞받았다.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심상정 대표가 의원정수 확대를 검토하자는 제안은 국회의 문턱을 낮춰 민심을 닮은 국회로 가자는 것”이라며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신이 서명한 합의문조차 부정하면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은 국회 상황을 정당하다고 믿고 있으니 나 원내대표야말로 허언의 전시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작년 12월에 서명을 했던 그 당시의 제정신으로 되돌아오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자유당 “반대”, 민주평화당·대안신당 “찬성”
    민주당, 필요성 인정하지만 여론 이유로 소극적 태도

    더불어민주당도 선거제 개혁을 현실화하기 위한 정수 확대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연동형 비례 대표제를 해야 소수 정당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열리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현행의 법으로는 소수정당 진입이 보장되기 어려우니 불가피하게 10%를 늘려보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지역구를 줄이는 데에 저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 때문에) 지역구를 확대하지 않고 해보려고 하니까 연동형 비례제를 하기가 어렵다”며 “다만 국민들이 국회의원 숫자가 늘어나는 것에 굉장히 탐탁치 않아하기 때문에 민주당은 굉장히 신중한 입장”이라고 했다.

    의원정수 확대를 검토한다는 합의를 한 적이 없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선 “여야5당 원내대표가 지난해에 논의를 했고, 그리고 난 다음에 자유한국당이 국회의원 수를 270명으로 줄이는 안을 냈다”며 “순서상으로 보면 270 안을 내고 그런 합의를 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그러니까 먼저 합의대로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이 있는지 나경원 대표가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국회의 과제가 사표를 줄이고, 민심 그대로의 국회를 만드는 게 아주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내놓은 안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게 되면 다당제가 돼서 국민 의견 수렴도 되고 그런 속에서 협치도 안착될 것”이라며 “그것을 만들어가는 데에 있어서 심상정 대표가 그런 제안을 한 것은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정당 사이에 너무 갈등이 심하고 너무 많이 싸워서 20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가 있는데, 국민들이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동의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소수정당인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은 의원정수 확대가 필요하다는 심 대표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심상정 대표가 10% 증원의 불가피성을 이야기 했다. 민주평화당도 이에 동의를 표시한다”며 “지역구 의원의 최소 감축 또는 지역구 유지를 전제로 패스트트랙 선거제 개혁안이 선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선거제 개혁의 이해 당사자인 국회의원의 숫자가 전체 1/4에 달한다. 그 의원들의 이해관계를 돌파해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는 자신을 누구도 할 수 없다”며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개혁법은 결국 발의하지 않은 것과 같다. 단지 시늉을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숫자에 대해서 국민적 거부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이에 영합하기는 쉽지만 진정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지고, 정치가 판이 달라지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선거제 개혁을 본회의에서 가결처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 개혁을 하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그는 “가결처리 하기 위해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고, 보수 수준을 줄여서 세비 삭감, 그리고 작년 12월, 여야 5당이 문서 합의한 대로 정원 10% 증원 논의에 착수 한다는 문제에 대해서 각 당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신당은 의원정수를 줄이자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국회를 없애버리는 게 좋다’ 할 정도로 국회에 대한 여론이 나쁘다”면서도 “심상정 의원이 의원정수를 10%, 30명을 증원하자 하는 것은 지역의 균형 발전과 도농 간의 균형 발전, 인구와 면적을 대변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세계에 5천만 인구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우리나라가 국회의원이 적다. 만약 국회의원이 적으면 정부를 효율적으로 견제도 하지 못하고 예산의 낭비 같은 것을 견제할 수 없다”며 “자유한국당도 그러한 내용을 알면서 줄이자 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할 일 못한다’고 비판받는데 그건 한국당 때문에 못하는 거다. 맨날 광화문, 부산, 대구로 돌아다니니까 국회가 안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리더십을 상실했다고는 비판도 내놨다. 박 의원은 “정치 개혁을 위해서 선거구 조정은 해야 하는데 그러한 것을 정치력을 잘 발휘해서 민주당이 이끌어가야 하는데, 지금까지 아무 소리 안 하다가 (공수처법 먼저) 같이 하자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대안신당이나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항상 생각을 공유하고 모든 논의에 참여해서 결정되는 것을 밀고 가야지 아무런 소통 없이 앉아 있다가 (공수처 선처리) 깃발 들고 따라오라고 하면 누가 따라 가나. 절대 안 따라 간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