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위와 신당파 모두에게 바란다
    By
        2008년 01월 21일 06:3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같이 산 세월이 허탈하지 않으려면

    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것에는 절대다수가 동의한다. 당원들의 동의와 참여는 혁신의 목표이자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올바르고 성공 가능한 혁신의 내용을 밝히고 추진하는 것이 비대위의 과제일 것이다. 한편, 여러 이유 때문에 비대위의 실패를 예상하는 것이 신당파라고 생각하는데, 신당파는 실패에 대비는 하되 실패를 조장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소위 ‘종북파’, ‘분열주의자’나 ‘봉합파’라는 표현에 피차간 감정 싸움이 뒤를 잇는다면 이는 결별 수순을 밟는 셈이고, 실패를 조장하는 것이다. 지금은, 신당파나 비대위나 혁신의 내용을 밝히고 혁신 자체를 추진하는 것이 먼저다.

    혁신의 내용으로 다음 4대과제를 제시한다. 과제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답은 다 마련하지 못하였으나, 집합적 의지와 노력으로 만들어지리라 믿는다.

       
    ▲ 지난 15일, 민주노동당 확대간부회의 (사진=진보정치)
     

    첫째, 이미 제기된 과거의 ‘행위’의 문제이다. 당장 부정부패의 문제, 회계와 재정운영의 문제, 민주주의 파괴의 문제, 그리고 당원정보 유출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에게 조치를 취하며,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신당이라면 예방책만 세우면 될 테니 좀 편하겠다.

    둘째, 지금 제기하는 미래의 ‘노선’의 문제이다. 남북경협과 북미수교를 염두에 둔 새로운 시대 인식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평화체제의 밑그림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준연방-아제국주의국가(quasi-federal sub-imperialism)’에서 이미 수립된 연방공화국을 지향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더 이상 진보가 아닐 수 있다. ‘진보의 업데이트’가 필요한 것이다.

    셋째, 새로운 시대인식에 따른 집권경로와 당의 정체성을 확정하고 넘어가야 한다. 당은 공동전선 기구인가, 혹은 집권의 주체이자 최상위의 정치조직인가? 혁명적 소수정예당인가, 합법대중정당(곧 정파연합당)인가? 이는 네 번째 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넷째, 당의 정체성에 맞는 조직형태와 운영방식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당법을 지킬 것이라면 지역조직을 어떻게 편재할 것인지, 지키지 않을 것이라면 당당히 불복종 운동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또한 대의원, 당직자 및 공직후보 선출방식 등, 게임의 룰을 정리하고, 정체성에 어울리는 지역조직과 분회의 운영원리를 제시해야 한다. 신당이라면 새로이 만드는 것이므로 골치는 덜 아프겠다. 

    네 과제를 다 짚어보겠지만, 주로 두 번째 과제인 ‘노선 문제’에 대해서 자세히 논하고자 한다. 한참을 같이 살았는데 서로 배운 것이 없이 그대로 갈라 서도 한심하고, 행정적으로만 같이 사는 것도 안타까운 노릇이다. 소위 NL과 PD의 그 동안의 동거는 어떻게 결실을 맺어야 하는가?

    지난 세월에 그래도 한 때 사랑 비슷하게 했었다면, 유전자를 융합하여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거기에 맞춰 새로이 단장한 집을 새 생명에게 물려주는 것이 제일 보람이 있다. 비대위는 생명도 잉태하고 집도 짓자니, 시간도 얼마 없는데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일이다.

    신당은 새 집을 짓자고 하기 전에, 당장 여기서부터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밖에 나가서 새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 만만찮은 일이라서도 그렇지만, 문제의 근본은 새 생명이지 새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여 과제2는 우리가 간직하고 후대에 전해주어야 할 진보의 유전자의 이야기다.

    과제1. 행위의 문제. 당장 진상을 규명하라!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며, 어느 조직에나 유혹에 넘어가는 인간은 존재한다. 그렇기에 구원은 신이 하는 것이지만, 나중에 자신도 거기에 해당될지언정, 당장 인간은 다른 이를 비판하고, 성악설을 염두에 둔 제도를 만든다.

    돈의 용처에 대한 본인의 진술은 동지에 대한 예의로 믿는다 해도, 어찌 되었든 공금을 유용했다면 추상과 같이 대처해야 한다. 개인 차원의 비리나 우발적인 실수가 아니라 조직적인 부패와 비호가 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진보정치연구소나 경남도당 등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번에 해결 못하면, 정말 민주노동당에는 희망이 없다.

    수의계약 금액 부풀리기, 장비 바꿔치기 등, 온갖 믿을 수 없는 행태들에 대한 고발이 인터넷에 돌아다닌다. 민주노동당이 이런 문제를 안고 간다면 말 그대로 사교집단이다.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회수조치가 있어야 한다. 일부 회계문제는 현 정당법을 어정쩡하게 어기고 있는 재정운영 방식에서 기인하는 바, 또한 재정운영방식에 대한 혁신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네 번째 과제와 관련이 있다.

    내부 민주주의 파괴의 문제 역시 심각하다. 집단입당은 그 자체로 좋은 일이나, 내부 민주주의를 왜곡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가 있는 집단 전입, 위장입당이나 위장전입, 일부에서 제기되는 부정투표의 문제는 반드시 다루고 넘어가야 한다.

    대안으로는 ‘꼼수’를 막는 규제방안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당직자 선출제도와 이에 관련된 당의 골간 조직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꿀 수도 있겠다. 이 역시 네 번째 과제로 연결된다.

    돈 문제, 내부 민주주의 등에 대한 대안은 단 시일 내에 마련하기는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진상 규명은 비대위가 당장 해야 할 일이다. 거기에 비해 신당은 진상규명보다도 당장 대안을 제시해야 할 처지이겠다.

    당원정보유출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실제로 유출하긴 유출했는가? 조직을 의미하는 ‘일심회’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대법원에서도 간첩 ‘조직’ 사건은 아니라 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보안법에 탄압받는 동지는 엄호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당원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한다는 것은 실정법과는 별도의 문제다.

    다른 당원들의 성향을 파악하여 다른 조직에게 정리 보고하는 것은 이북의 형제에게 한 것이든 미국 사막에 불시착한 외계인에게 한 것이든, 당직자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진보정당은 그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국가의 부당한 탄압에는 같이 맞서서 싸워야 하지만, 유출하였다면 당연히 징계하여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당 변호인단의 변호사끼리도 의견이 충돌하는 와중에 정작 당사자는 유출한 적 없다고 주장한다니, 비대위는 무엇보다 먼저 진상을 규명하여, 그를 당원으로 보호해야 하는지, 엄호는 하되 출당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공금유용이든, 당원정보유출이든, 투표부정이든, 한 개인의 우발적 일탈 행위보다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일탈 행위일 때 더 엄격하고 가차 없기를 바란다.

    과제2. 앞으로의 노선 문제 – 복벽주의와는 결별, 진보를 업데이트하자.

    비상시국인데 구체적 행동과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추상적인 노선논쟁을 하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대를 보니, 뭔가 심각한 변화가 일어났거나, 일어나는 중이라 여겨지기에 감히 노선을 이야기하려 한다.

    20세기 초반, 일제에 맞서 싸우는 항일투쟁전선에서는 조선왕조를 되살리자는 복벽주의자와도 같은 편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당시의 진보는 군주제보다는 공화제일 테고 유교보다는 사회주의일 터, 투쟁은 같이 해도, 당은, 복벽주의자와 같이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또는 1948년의 시점에서 ‘일본제국주의를 몰아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하는 ‘시대착오적’인 사람과는, 필요하다면 일제 ‘잔재’의 청산 사업이나 토론회는 같이 할 수 있을지언정, 당을 같이 하긴 곤란하다.

    1876년의 강화도 조약으로부터 69년 후인 1945년까지, "일제의 식민침탈에 대하여 저항하자"는 말은 유효했다. 1945년으로부터 63년이 흐른 지금은 2008년이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냉전과 군사독재 시절은 생략하자.

    소위 말하는 1987년 이후의 ‘절차적 민주주의체제’, 1997년의 ‘IMF 신자유주의 체제’ 이후 2007년의 새로운 체제는 무엇일까? 거친 표현이나, ‘준연방제 아제국주의quasi-federal sub-imperialism’ 체제라 할 수 있겠다. <2편에 계속>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