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민주 "초당적 협력"···야당, 부정적 평가
    "국민, 제도 내재된 합법적 불공정·특권도 바꾸라 해"
        2019년 10월 22일 01: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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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어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교육 불공정 해소와 검찰개혁을 위한 구상을 내놨다. 최근 ‘조국 사태’를 의식한 발언이다. 그러나 교육개혁에 있어선 정의당과 검찰개혁은 자유한국당과 뜻을 달리했다.

    문 대통령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한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고,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며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고 사회 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뿐 아니라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며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며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시정연설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그간 정시 비중 상향에 반대해온 것과는 상반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또한 최근 발표한 대입제도 개편안에서 장기적으론 수능을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시가 사교육 과열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정의당 또한 정시 비중 확대엔 반대하고 있다.

    공수처 신설을 비롯한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어떠한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 엄정하면서도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검찰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감찰과 공평한 인사 등 검찰이 더 이상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회에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 법안 처리를 당부하는 한편, 일부 야당들의 공수처 반대에 반박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제정한 주52시간제를 사실상 유예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내년에 근로시간 단축이 확대 시행됨에 따라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며 “그래야 기업이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주52시간제 적용과 관련해 ‘계도기간 부여’, ‘처벌유예’ 등의 해정부 차원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민주당, “야당의 초당적 협력이 중요한 시점”
    검찰·교육·노동 관한 문 대통령의 개혁안에 야당들 ‘부정적’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한 평가 대신,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2020년도 예산안이 원활하게 통과되어 민생경제 활력을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는 더 이상의 이론이 있을 수 없다”며 “야당의 초당적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함께 잘 사는 나라’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 반 동안의 노력의 성과가 이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과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해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했다.

    검찰·교육·노동에 관한 문 대통령의 개혁안에 대해 야당들은 부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등 검찰개혁안에, 정의당은 정시비중 확대 등 교육개혁과 노동정책에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이 여전히 민심을 무시하고 독선적인 국정 운영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평가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두 달 이상 국정을 마비시키고 국민을 들끓게 만든 조국 지명과 임명 강행에 대해 대통령은 책임 인정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유감 표현조차 하지 않았다”고 이같이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진정 협치에 나설 뜻이 있다면 공수처법과 선거법의 날치기 강행처리를 포기해야 한다”며 “이를 무시하고 대통령이 결국 공수처법과 선거제 강행 처리에 나선다면 이는 곧 신 독재 선포”라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김종대 수석대변인 명의의 브리핑을 통해 “불평등 해소, 기득권 타파를 위한 대통령의 의지가 기대와 달리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조국 장관 이후의 높아진 국민의 열망을 대통령이 제대로 공감을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총평했다.

    특히 노동시간 단축 정책과 관련해 탄력근로제를 비롯한 보완 정책을 언급한 데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종대 수석대변인은 “노동존중 가치가 실종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와 수입 다변화를 불과 100일 만에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 그 이면에는 장시간 노동시간으로 가혹하게 혹사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통해 이뤄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일갈했다.

    여영국 같은당 원내대변인 또한 “노동시간 단축과 탄력근로제 축소는 세계 최장 시간의 노동으로 심신이 피폐해지고 있는 우리 국민들을 위해 뚝심 있게 밀고 나가야 하는 정책”이라며 “기업들이 아직까지 장시간 노동을 통한 경쟁력 확보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렇게 노동존중 정책을 후퇴시킨다면 과연 과거 정권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탄력근로제 보완 입법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들의 갑질근절, 단가후려치기 등을 막아 중소기업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게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 등 교육 공정성 회복 정책에 대해서도 “잘못된 정책”이라는 평가다.

    여 원내대변인은 “많은 연구 결과에서 수시보다 정시에서 사교육의 경쟁력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의 자체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정시를 대폭 확대할 경우 현재보다 서울 강남3구 입학생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정시 비중 확대’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입시제도 개혁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음을 밝혀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검찰개혁에 관한 여야 정쟁을 빌미로 정치개혁 과제를 뒤로 미루는 것에 반감을 나타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오히려 선거제 개혁을 먼저 처리하자는 여야의 약속은 또다시 무시됐다. 대통령은 공수처 도입 필요성만 언급하며, 정치개혁은 또 다시 뒷전으로 밀어놓았다”며 “시정연설이 협치의 새 출발이 아닌 정쟁의 불씨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여 원내대변인도 “대통령이 사법개혁과 더불어 개혁의 양대 산맥인 정치개혁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불평등과 격차의 심화, 서민들의 고통, 사회적 분열이 극심한 상황에서 성찰과 다짐보다 자화자찬과 희망에 강조점을 둔 시정 연설에 많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극화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정량목표가 아니라, 국민의 요구에 호응하는 몇가지 사업을 나열한다고 해서 그 예산이 양극화를 해소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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