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적 인간 키워내는 학교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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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01월 21일 01: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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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인수위원회는 21일, 교육 관련 정부 부처의 명칭을 다시 ‘교육과학부’로 바꾼다고 밝혀 며칠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하지만 그 이유가 "교육계 쪽의 강력한 의견 제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단지 교육계의 반발 특히 자신을 지지해줬던 교육단체들의 반발을 무마하려 함이지, 교육철학 자체가 바뀐 것이라 보여지지 않으므로 ‘인재과학부’라 발표된 그대로 이 글을 올린다. <편집자 주>

    한국사회는 지금 매우 위험한 국면을 향해 치닫고 있다. 과도한 시장화가 사회의 건전한 존립을 위협할 지경인 것이다. 시장화의 특징은 모든 가치가 단지 이윤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데 있다. 그리하여 당장의 이윤을 내지 못하는 부문은 이윤을 내도록 구조조정을 촉구 받거나 버려지게 된다. 그 이윤 중심주의의 냉혹함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 이명박 당선자와 어린이. 우리 아이들은 인간 주체에서 이윤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육부라는 이름에 그 공격이 가해진 것은 지난 김대중 정부 때였다.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뀐 것이다. 인적자원이란 말은 인간을 자원, 즉 이익을 낼 도구로 파악한다는 뜻으로서 교육의 이념에 배치된다.

    교육은 인간을 목적으로 파악한다. 민주공화국에서 인간은 존엄한 존재로 간주된다. 그 존엄성을 실현시키는 것이 교육이다. 존엄한 것은 결코 이익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교육은 인간을 목적 그 자체로서, 인성, 덕성, 시민성을 기르며, 그와 더불어 훌륭한 인재로 기르는 행위다. 그리고 또한 교육은 국가통합을 위해 복무한다.

    먼저 존엄한 인간을 못 길러낸다면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가진 인재를 길러낸다 할지라도 그건 실패한 교육이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길러, 세계 최첨단 기술로 대량학살을 자행한 나찌의 교육이 과연 성공한 교육이었는가?

    이에 반해 시장 즉 기업은 인간을 도구로 파악한다. 이윤을 내지 못하는 기계가 버려지듯이 노동자도 냉혹한 처분을 당한다. 시장원리와 교육원리가 그리는 인간상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교육은 시장보다 더 큰 것의 존립과 관계 맺기 때문이다. 바로 국가공동체다. 국가공동체는 시장의 냉정한 이기심에 더해 이타심, 희생정신, 책임감, 참여정신 등으로 유지된다. 그러므로 시장이 국가를 다 장악하려 해선 안 되는 것이고, 같은 원리로 교육도 이익원리로만 재편되어선 안 된다.

    ‘인적자원’은 인간을 도구로 보는 용어

    교육인적자원부는 서로 상반되는 두 개의 가치가 충돌하는 이름이었다. 인간을 목적으로 보는 교육과 인간을 도구로 보는 인적자원. 교육부라는 말을 교육인적자원부가 대치한 것은 한국사회 시장화가 얼마나 위험한 수준까지 왔었나 하는 것을 생생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간의 시장화로 양극화는 민생파탄이라 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인적자원이라는 시장의 말이 침투한 이래 공교육 붕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중등과정은 입시성적이라는 이익을 늘리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고등과정은 몇몇 직종으로의 진입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민생파탄을 부른 시장화는 결국 교육파탄을 불렀다.

    이명박 당선자 측은 교육인적자원부를 인재과학부라는 말로 바꾼다고 한다. 여기서 과학이라는 말은 기존 과기부의 일부를 흡수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그러므로 교육부문에선 인재라는 말만 남는다. 이것은 사실상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교육을 지우고 인적자원이라는 말을 축약한 것에 불과하다.

    지난 정부 때 벌어진 교육에 대한 시장의 공격에 이은 2차 공격이 감행된 것이다. 결국 인적자원이 교육을 밀어내고야 말았다. 인성, 덕성, 시민성, 국가통합 등의 가치가 이익 원리에 밀려난 것이다.

    인재의 능력은 도구적 능력이고 기술적 능력이다. 이런 능력은 주어진 목표 하에 생산성을 극대화시키는 능력으로, 결국은 기업경영자, 즉 자본을 위한 능력이 된다. 공화국에서 교육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배하는 존엄한 시민을 기르는 것이나, 주어진 목적에 복무하는 도구적 이성을 기르는 훈육은 노예를 키우게 된다.

    교육이란 말이 추방된 것은 결국 주체로서의 인간, 스스로를 지배하는 주인으로서의 시민이 추방된 것과 같다.

    이것은 그렇지 않아도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른 한국 교육의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 측은 대학입시를 자율화해 각 대학으로 하여금 최대한 이기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재촉하고 있다. 그에 따라 대학입시의 도구로 전락한 한국 중등교육의 파탄상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인간의 교육을 추방하는 흐름이다.

    이기적 투쟁장이 될 교육

    지난 정부 때의 1차 공격과 함께 자사고, 특목고 등이 생겨 고등학교의 이기심이 어떤 사회적 파탄을 초래하는지가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이번에 명칭에 대한 2차 공격과 함께 고등학교에게도 더욱 더 이기적으로, 즉 시장원리대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의 규제를 받지 않고 이기적으로 행동할 자율형 학교들을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이 당선자 측은 또한 점수공개, 수준별 교육 전면화, 평가체제 강화 등을 통해 교육부문에서의 모든 교육주체들에게 최대한 이기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별주체들을 점수 극대화의 도구로 내모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들의 입학점수 극대화 노력은 지방공동화로 이어지고, 부자 부모들의 입학점수 극대화 노력은 가난한 집안 자녀의 미래를 앗아가 국가통합이라는 가치도 붕괴된다.

    이익극대화에 인간을 복무시키려는 도구적, 시장적 인간관이 자신과 양립할 수 없는 교육이라는 말을 삭제하고, 결국 인재과학부라는 수치스런 이름을 탄생시켰다. 이것을 통해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알렸다. 정책의 흐름과 이름이 정확히 부합하는,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반교육 반인간 시장화 정권인 것이다.

    지난 정부들에서 유지된 교육인적자원부라는 이름과 이명박 정부가 내걸은 인재과학부라는 이름의 차이만큼 파탄상은 심화될 것이다. 비록 장식이라도 최후의 상징으로 남은 교육이라는 말을 아예 폐기하고 인재로 바꾼 그 광폭한 시장화 공세는 한국인을 더욱 노골적으로 공격할 것이다. 이젠 시장화에 맞서 저항하는 것만이 국민의 존엄성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이명박 당선자에게 조금이라도 인륜이 남아있다면 호소한다. 인간은 도구가 아니다. 인간은 그 자체로서 소중한 존엄한 존재다. 교육은 부모의 부귀빈천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다. 부처 이름과 정책 내용, 모든 면에서 교육의 기본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지금 추진하는 정책들을 전면 백지화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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