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주52시간 노동제
    300인 미만 기업 또 적용유예 추진
        2019년 10월 21일 04:44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한 노동시간 단축이 또 다시 발목 잡혔다. 청와대는 계도기간 부여와 처벌유예 등 사실상 적용 유예 방침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추가 계도기간의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주52시간제 법안을 처리했을 당시에도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 준비기간을 주기 위해 ‘단계적 시행’이라는 보완책을 이미 마련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이제는 52시간제 안착을 위한 적극적인 행정지도에 나서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라고 일갈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전날인 20일 춘추관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는 52시간제에 보완이 필요하다면 탄력근로제 법안 등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입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형태든 행정부가 보완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수석은 “300인 이상 대기업에 52시간제를 적용할 때에도 계도기간을 둔 바 있다. 내년 시행 대상이 되는 300인 이하 기업은 300인 이상 기업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생길 것”이라며 “탄력근로제가 입법이 되지 않을 경우 교대제 근무 기업 등은 단기간 내에 생산방식을 개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도기간 도입) 등을 포함한 보완방안을 행정부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11월 내로 계도기간 등을 부여하는 행정부 차원의 정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황 수석은 “국회의 입법 환경이 양호하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행정부의 보완책이 너무 늦게 발표되면 이 역시 불확실성이 될 수 있다”며 “12월까지 (보완책 발표가) 미뤄지면 너무 늦다. 11월 초까지 상황을 보면 연내 입법이 가능할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해 탄력근로제 6개월 확대에 협조한 한국노총마저 주52시간제 적용에 계도기간 등을 두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22일 논평을 내고 “경제계의 요구를 빌미로 경사노위에서 어렵게 합의한 탄력근로제 개정 외에 노동시간 단축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법 개정 또는 행정조치에 나서게 될 경우 향후 사회적 대화는 무용지물이 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총은 “300인 이하 사업장은 법안 통과일로부터 1년 10개월의 준비기간을 부여했다. 추가의 계도기간은 필요가 없다”며 “제도 안착을 위한 적극적인 행정지도에 나서는 것이 이제 정부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정부가 마련할 보완책은 노동시간단축 제도를 지연시키는 것이 아닌 제도 안착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책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에서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적극적인 ‘설득과 지원’이 아닌, 편법 마련이나 시행 유보만 고집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보완’이라는 거짓 뒤에 그만 숨고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미 시행중인 52시간 노동제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는 생전 처음 듣는 느닷없는 날벼락이라 계도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대기업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 있는 300인 미만 중소 사업장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의 굴레에 방치해도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개혁 후퇴”라며 우려를 표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충분히 시간을 두고 시행해 온 주52시간 제도에 ‘계도기간, 처벌 유예’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짐을 지우는 국가의 행정을 보며 누가 쉽게 희망을 가지고 ‘존중’을 입에 올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오 대변인은 “300인 미만 사업장의 주52시간 제도 시행이 가져올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정부는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양보’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세제지원과 혜택을 통해 중소기업의 어려움도 헤아리며, 노동자들에게도 숨통을 열어 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노동자의 삶과 경제 활력은 함께 가야 한다. 청와대는 주52시간 제도는 그대로 시행하고, 노동자와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정의로운 보완책을 만들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