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조용한' 레바논 반전 운동
    By tathata
        2006년 08월 09일 06: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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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한 무더위 속에서 청계천의 시원한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한가한 광화문 오후. 시민들이 청계천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거리도 한적하여 행인들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건물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서있기 조차 힘든 땡볕 아래 아주 조용한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 대한 전쟁과 학살을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가 담겨 있다. 1인 시위 장소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입주한 ‘청가11’ 건물이다.

    불볕 더위의 청계천 오후에 이 1인 시위만이 지금 이스라엘에 의한 레바논 침공이 중동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회원들로, 지난 7월부터 1인 시위를 해왔다.

    이 단체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강제점령에 반대하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자치권을 보장해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국제평화연대 활동을 전개해왔다.

       
    김태훈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회원은 "한국의 반전운동의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진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회원은 "먼 나라 레바논의 이야기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언론은 중동의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고만 말하지만,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게 행한 명백한 침략이자, 학살이며, 테러”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수백년동안 정착해온 팔레스타인을 ‘강제점령’한 것도 모자라, 가자와 서안지구에 장벽을 설치해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자유로운 왕래를 막는 것에 대해 분노했다.

    더욱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팔레스타인에 이어 레바논에까지 중동지역의 패권을 강화하려는 침략의도가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레바논 침공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이스라엘은 샬리트 장병을 납치한 것을 이유로 말하고 있지만, 납치 병사를 구출하기 위해 수백명에 이르는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반전여론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각국에서 이스라엘의 침공을 규탄하는 대규모의 집회가 개최된다는 사실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고요하다.

    1인 시위자로 참여한 김태훈 씨는 “한국의 반전운동은 반쪽짜리 운동”이라고 일갈했다. 반전운동이 주로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에만 치우쳐져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략,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에는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중동지역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저조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의 말대로 이스라엘의 정전을 외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다.

       
    왕지영 양은 "세상을 넓게 보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1인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
     

    이날 1인 시위에는 중학교 2학생인 왕지영 양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왕 양은 “세상을 넓게 보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다. 지난주에는 그의 아버지와 동생이 함께 ‘부자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왕 양에게 이스라엘에 전쟁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를 묻자, 주춤하더니 “알았는데, 까먹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다만 “평화롭게 지내고, 레바논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왕 양은 “우리나라도 6.25 전쟁이 일어나서 고통을 받았는데, 사람들이 그걸 조금만 생각하면 레바논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 진행되는 1인 시위는 오는 18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계속된다. (참여 신청 및 연락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02-6407-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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