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미국 누가 거짓말 하나
        2006년 08월 09일 04: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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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환 주한미군기지 오염 치유 협상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9일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아태 부차관이 한국군측에 보낸 6월 15일자 서한을 공개했다. 제9차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SPI)가 열리기 약 한달 전 작성된 이 서한은 오염 치유 협상에 대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군측 협상 담당자는 지난달 26일 한국 환경부에 보낸 공식회신에서 "미국방부 부차관보가 06. 6.15 보낸 서한에 따라 캠프카일은 한국정부에 반환되었음. 전(반환된) 미국시설에 대한 접근은 한국정부의 범위에서 조정하기 바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롤리스 부차관의 서한은 오염치유 협상이 거의 전적으로 미국측 가이드라인 아래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한국 정부가 졸속 협상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롤리스 부차관은 서한에서 "다음 19개 시설에 대한 위 조치(KISE+8개항. 아래 상자기사 참조)를 완료하였음을 알려드림"이라며 "19개 기지의 시설들의 열쇠 및 부동산 이전 서류를 2006년 7월 15일에 전달하겠음"이라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제9차 SPI 후 "미측이 15개 기지에 대해 ‘KISE+8개항’의 치유를 완료했다고 통보했다"던 한국 정부의 발표 내용과는 다르다. 어떻게 된 걸까.

    실제 전개된 사태는 이렇다. 미측은 제9차 SPI 후 이 서한대로 19개 기지의 시설들에 대한 열쇠 및 부동산 이전 서류를 한국측에 넘겼다. 그러나 한국측은 이 가운데 4개 기지에 대해서는 제9차 SPI에서 합의된 바 없다는 이유로 부동산 이전 서류를 미측에 되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 말대로라면 19개 기지의 시설에 대한 열쇠 및 15개 기지의 부동산 서류를 건네받은 셈이다.

    4개 기지의 치유 문제에 대해 한미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미측의 입장은 "19개 기지에 대해서도 ‘KISE+8개항’을 적용하기로 했고, 거기에 맞게 치유를 했기 때문에 되돌려준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 정부측은 "4개 기지에 대해서는 오염 치유 기준을 따로 합의한 바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협상 과정에서 한미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 결국 미국측 입장이 관철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우 의원실 관계자는 "19개 기지에 대해 미측은 협상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고, 우리측은 협상이 남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미측이 협상에 응하지 않아도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소파 규정에 따르면 기지 반환을 위해서는 해당 기지의 오염이 치유됐다는 확인 과정이 필요하지만 형식적 절차에 불과할 뿐 실제 구속력은 없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는 이번에 문제가 된 4개 기지에 국환되지 않는다. 전체 59개 반환대상 기지 중 오염 조사가 끝난 29개 기지 가운데 아직 오염치유 협상이 시작되지 않은 나머지 10개 기지도 동일한 문제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 2004년 포천 영평 미군 사격장 기름유출 사진(사진=녹색연합)
     

    이와 관련, 롤리스 부차관의 서한에는 "추가 시설에 대한 조치가 완료되는대로 이들 시설의 반환 일자를 알리겠음"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미측이 나머지 10개 기지에 대해서도 ‘KISE+8개항’이라는 치유 원칙을 적용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미측이 이번에 반환하겠다고 했던 19개 기지에서 현재까지 실제 치유된 것은 그나마 ‘KISE+5개항’에 불과하다는 것을 추정케하는 대목이 롤리스 부차관의 서한에 나온다.

    롤리스 부차관은 서한에서 19개 기지 가운데 한국군이 활용하지 않을 부지에 대해서는 ▲저장 탱크의 유류 배수 및 제거 ▲난방 및 온수 장치 배수 및 청소:수/유류 분리 ▲냉방 장치의 냉각제 배수 및 제거 등 세 가지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현재는 19개 기지에 대해 5개항만 치유된 상태이며, 민간 용도로 사용할 부지에 대해서만 추가 치유를 통해 8개항을 충족시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군 용도 부지의 경우 5개항만 치유하고 끝내겠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한국 정부는 아직 부지의 용도를 아직 특정하지 않은 상태다.

    우 의원은 "이는 19개 기지 전체에 대해 8개항 가운데 실제로는 5개항만 치유했다는 말이 된다"면서 "우리 정부는 왜 8개항이 치료되었다고 하는 것인가"고 의문을 제기했다.

    서한에는 이와 함께 "5개 기지에 대해 지하수 상에 유출된 부유상 유류를 제거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고 6개월간 운영하기로 용역 계약을 하겠음. 6개월 처리 완료 기간이 가까워지면 처리기간이 완료되면 시설 반환 일자를 통보함. 시설반환 이후 한국 정부는 한국의 비용부담하에 유류 제거 장치 계약을 연장하고 운영할 수 있을 것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우 의원은 "이는 미측이 유류제거 완료 여부와 무관하게 6개월 이후에는 한국정부에 치유 책임을 떠넘기려한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이 서한이 우리 정부에 전달된 미국측의 최후 통첩이며 실제로 제시한 내용대로 한미간의 합의결과도 나오고, 이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도 이렇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 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측도 이를 근거로 반환은 완료되었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아직도 최종적인 협상은 남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상이 끝난 것인지, 안 끝난 것인지 정부는 밝혀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최종협상안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양측의 입장 차이는 협상 초기부터 예견되어 왔다. 지난 2001년 1월 18일 작성한 한미 양국의 SOFA 합의 의사록 제3조 2항에는 "미국 정부는 한국정부의 환경관련 법령과 기준을 존중(respect)하는 정책을 확인(confirm)한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 정부가 국내 환경부의 환경기준에 맞춰 치유를 해야한다고 내세우는 근거다.

    반면 같은 날(2001년 1월 18일) 한미 양측이 체결한 ‘환경보호에 대한 특별 양해 각서’는 "주한미군은 ‘인간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협(a known, imminet and substantial endangerment to human health: KISE)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둘 가운데 문구로만 따져보만 미국 측 주장에 힘이 실린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판단이다.

    결국 ‘KISE+8개항’이란 한미 양측의 입장이 절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기지 오염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양 오염 관련 항목이 빠져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돌려받은 기지 외에 나머지 기지에 대해서는 ‘KISE+8개항’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고 극구 주장하는 것도 이런 부담 때문이다. 결국 미국측 의도대로 모든 반환 기지에 대해 ‘KISE+8개항’의 원칙이 관철될 것이라는 게 비판론자들의 우려다. 오늘 우원식 의원이 공개한 서한을 보면 그나마도 충실히 지켜질지 의심스러운 상태다.

    ※KISE(Known, Imminent and Substantial Endangerment to human health :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협)

    ※8개 항목 : △지하저장탱크 제거하고, 지하저장탱크 주위의 오염 토양 제거.처리 △모든 저장 탱크의 연료를 방출하여 제거 △PCB 품목을 포함한 모든 유해 폐기물과 유해물질 제거 △수송부와 유해 물질/폐기물 수집소에 보이는 유출물 청소 △난방과 온수 시스템을 방출하고 청소하며 연료와 물 분리 조치 △에어컨 시스템으로부터 냉각재를 방출하고 재사용 또는 폐기 △사격장 표면의 불발탄 제거 △사격장 내 피탄지의 납과 구리로 오염된 토양 제거 및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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