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O 핵심협약 비준,
    정부 정치적 의지가 중요"
    ILO 노동기준국 팀 드 메이어 강조
        2019년 10월 18일 11: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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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노동기구(ILO) 관계자는 18일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정치적인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의 노사합의를 요구하고, 법 개정을 연계하면서 비준이 늦어지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팀 드 메이어 ILO 국제노동기준국 선임정책전문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ILO 핵심협약 비준 왜 시급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이행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 민주노총, ILO 공동행동이 공동 주최했다.

    팀 드 메이어 전문위원은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법을 새로 개정해야 하는지, 비준부터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을 수 있다”며 “ILO는 협약이 비준된 후에 그 협약이 적용되는지 준수 여부를 확인하진 않는다. 즉 정부가 협약을 이행하기로 약속했다는 것만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용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다만 협약을 비준한 후에 새로운 법과 제도를 얼마든지 도입하고 바꿀 수 있다는 것이고, 비준 전 법안 고쳐야 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고 있는 것”이라며 “협약 비준은 (법 개정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비준과 법 개정을 연계할 필요가 없다는 ILO 관계자의 조언과 달리, 정부는 결사의 자유와 관련한 협약 제87호, 98호와 강제노동금지 협약인 제29호 비준동의안을 이와 관련한 노동관계법 개정안과 동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ILO는 협약 비준 후 법 개정과 함께 협약 이행까지 짧지 않은 유예기간을 보장한다. 팀 드 메이어 전문위원은 “오늘 비준을 한다면 1년 후에 발효가 된다. 비준 1년 후에도 심각할 정도로 노동기준을 낮추지 않는 한 5년 동안 유예기간도 준다. 집안 정리를 할 시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약의 선 비준이 법 개정을 유도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모든 제도와 협약이 잘 맞는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협약 비준 이후 점진적으로 법 제도를 계속해서 고쳐나간다. 그것도 결국엔 비준을 해야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듭해서 “ILO 핵심협약 비준은 국내에서 시행 중인 노동기준을 낮추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명이자 약속”이라며, 비준 전 법 개정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짚었다.

    토론회 모습(사진=유하라)

    한국 정부의 핵심협약 비준율이 ILO와 OECD 회원국과 비교해 상당히 낮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은 8개의 핵심협약 중 4개만 비준한 상태다.

    팀 드 메이어 전문위원은 “ILO 회원국 76%가 8개의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했고, 85%가 7개 또는 8개 협약을 비준했다. 한국은 187개 회원국 중 최소 7개를 비준하지 않은 28개국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36개의 OECD 회원국 중 한국은 미국(2개) 다음으로 가장 적은 핵심협약을 비준했다. 나머지 31개 회원국은 8개 협약을 모두 비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핵심협약 비준 상황은 국제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과 같은 반열에 올라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도드라진다”고 말했다.

    핵심협약 비준은 한일 역사 갈등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팀 드 메이어 전문위원은 “한국의 경우 민주노총 등에서 일본의 강제노동에 대한 의견, 전시 상황의 강제노동에 대해 매우 활발하게 의견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강제노동 관련 협약을 비준했다. 그런데 한국이 그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는 것은 좀 불편한 상황”이라며 “사실 ILO 입장에선 강제노동 협약을 아직 비준도 하지 않은 국가의 의견을 받을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자문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팀 드 메이어 전문위원은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우회적인 비판을 내놨다. 그는 “국제노동기준은 정부도, 노동자도 아닌 사용자가 만들었다. 나쁜 노동환경이 계속된다면 결국 모두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경제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것은 사용자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사회에 기여하고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주고 구매력 높여준다면 민간 투자를 늘릴 수 있게 되고 그것은 사용자에게도 좋은 일이 된다. 투자를 받아서 사용자가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면 분배도 더 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좋은 상황이 꼬리를 물고 이어가게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한국의 사용자들의 사고방식이 아직까지는 그 쪽을 향해서 가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어려운 일이지만 결국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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