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증금·임대료 높아 부담
    역세권 청년주택···‘그림의 떡’
    건설업체에는 특혜, 보증금 최대 1억 넘고 월세는 80만원 가까운 경우도
        2019년 10월 17일 05: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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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청년층 주거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인 ‘역세권 청년주택’의 월 임대료가 최대 80만원을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주택을 공급하는 민간사업자는 건설자금 일부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받고 있어,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난 해소를 위한 정책 취지와는 달리 민간사업자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가 하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민간주택을 최소 8년간 임대주택으로 확보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해 청년들의 주거안정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역세권 지역을 개발해 1차로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고, 2차로 민간임대주택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공임대는 주변 시세의 30%, 민간임대 특별공급분은 주변 시세의 85%, 민간임대 일반공급분은 주변 시세의 95% 이하로 책정됐다.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서울시가 민간사업자에게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완화, 사업절차 간소화, 건설자금 일부 지원, 주차장 기준 완화 등의 혜택을 주고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면, 이 민간사업자는 최대 8년간의 의무임대 기간,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의 의무를 지는 식이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공공임대 1만6천호, 민간임대 6만4천호 등 총 8만호의 역세권 청년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38개 사업지구에 15,443호가 사업인가를 받았다.

    문제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청년층에게 저렴한 역세권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와 달리, 임대료가 높은데다 지나친 규제완화 등 민간사업자에게 과도한 특혜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서대문구 충정로·광진구 구의동 역세권 청년주택 모집공고’(8월29일 발표)에 따르면, 임대보증금이 최대 1억을 넘고 월 임대료가 80만원에 가까운 경우도 있었다.

    임대료는 임대보증금 비율에 따라 상이하다. 서대문구 충정로에 공급되는 역세권 청년주택 중 신혼부부 대상인 민간임대 39㎡형 주택의 경우 임대보증금 비율이 30%면 임대보증금이 8천 5백만원이고 월 임대료는 78만원이다. 임대보증금을 40%로 조정하면 1억 1,280만원의 임대보증금고과 함께 66만원의 월 임대료를 내야 한다.

    광진구 구의동에 공급되는 역세권 청년주택 중 신혼부부 대상인 민간임대 32A(㎡)형 주택의 임대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임대보증금 비율이 30%일 경우 임대보증금이 6,300만원에 월 임대료는 59만원이다. 임대보증금 비율을 50%로 할 경우 임대보증금은 1억 500만원이며, 월 임대료는 42만원이다.

    청년 대상 소규모 임대료는 4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면적 20㎡ 이하의 청년 대상 소규모 민간임대의 임대료를 보더라도 서대문구 충정로의 15㎡형의 경우 임대보증금은 3,640만원에서 4,850만원이며, 월 임대료는 29만원~34만원 수준이다.

    광진구 구의동 청년주택의 16㎡형의 경우 임대보증금은 4,469만원에서 7,448만원이고 월 임대료는 33만원~46만원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만 29세 미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123만 4천원으로, 월 임대료 30~40만원은 월 소득의 30% 정도에 해당한다.

    일부 민간임대주택은 면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일부는 인근 비슷한 여건의 주택 임대료보다 더 비싼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가 제출한 광진구 구의동 역세권 청년주택의 인근 시세 자료를 보면, 면적에 따라 보증금은 최저 1천만원에서 최고 5천만원이며, 월 임대료는 40만원~70만원 수준이다. 서대문구 충정로 역세권 청년주택의 인근 시세는 30.4㎡ 면적의 아파트의 경우 보증금은 1억원이지만, 월 임대료는 56만원 수준이다.

    안호영 의원은 “서울시가 용적률을 풀어주고 자금지원을 하는 등 특혜를 주고 있음에도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는 주거취약계층의 신혼부부와 청년들이 부담하기에는 높은 수준”이라며 “특히 임대보증금 1억원이나 월 임대료 50~70만원은 비정규직 청년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세권 청년주택의 높은 임대료 문제는 근본적으로 비정규직 청년 등 수요자 입장보다는 공급자 위주의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며 “역세권 청년주택의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 임대료 수준을 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역세권 청년 주택의 최초 한국감정원의 주변 시세조사 결과를 근거로 전문가로 구성된 ‘역세권 청년주택 운영위원회’가 심의, 결정하기 때문에 대상지 인근 시세보다 높을 수 없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이어 “보증금이 없거나 부담이 되는 청년에게는 임대보증금 무이자대출, 대출시 이자차액지원 등 주거비 지원방안을 추가 마련하여 임대료 부담을 줄여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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