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 대선, 승계? 좌향좌? 잘 모르겠다"
        2006년 08월 09일 10: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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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선인 민병두 의원(열린우리당 홍보기획위원장)은 여당의 책사다. 지난 4.15 총선에선 총선기획단장을 맡아 대승을 이끌었다. 몇마디 나눠보면 알게되는데, 생각의 속도가 굉장히 빠른 사람이다. ‘말’이 생각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민 의원은 양가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노대통령의 ‘외부선장론’에 대한 당 안팎의 억측이 구구할 때, ‘강한 함대론’이라는 해석틀을 제시하며 인식의 혼란을 수습하는 데서는 냉정한 정치공학자의 면모가 느껴진다. ‘사람이 아니라 기치의 문제’라는 정계개편 방법론에서는 턱 없는 이상주의자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같다. 이런 양가적 이미지가 한 때 내노라하는 운동권이었던 그의 전력과 관련있는지는 모르겠다.

    "열린우리당 경제정책, 브라질 룰라도 똑같은 거 아닌가"

       
    ▲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사진=민병두 의원 홈페이지)
     

    민 의원은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정계개편과 관련해,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을 앞세우기 보다는, 기치가 무엇이냐, 는 문제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특정인을 중심으로 헤쳐모이거나 특정 지역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기계적인 복원을 시도할 경우 정권재창출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민 의원은 ‘기치’의 이념적 좌표에 대해 "노대통령이 제시하고 표방한 것을 승계하고 빨리 가는 방법도 있고, 지금보다 왼쪽으로 가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당내 경선에선 왼쪽으로 갔다가, 본선에선 정치적 중도화로 갈 수도 있다."면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유럽 사회당 계열도 평화, 군축 등의 정책은 진보적 색채를 유지하면서, 일자리, 교육, 주택, 연금 등 경제나 복지 관련 문제에서는 중도화되는 추세"라며 ‘중도화’의 추세를 거스르기 힘들 것임을 시사했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한나라당과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는, "브라질의 룰라도 똑같은 것 아닌가. 민노당이 정권을 잡아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 문제의 경우, 앞서 유럽 사회당 계열의 정치적 중도화를 말했지만, 현재 우리 경제 여건도 그런 것을 요구하는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근태 의장의 뉴딜론에 대해 민 의원은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설정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고, "무슨 뉴딜이냐, 잡딜(Job Deal)이라고 하지. 뉴딜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다. 이슈가 의제화되려면 사람들이 들었을 때 재해석하거나 따로 생각할 필요 없이 바로 귀에 꽂혀야 한다. 뉴딜론은 아직 언어의 집중성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노대통령의 외부선장론에 대해서는 "노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선장영입’에 방점을 찍었다고 하는 건 10년 전 인식틀"이라고 일축하고, "몇 몇 정치부장이 내게 이걸 강조해야 되느냐, 1면 톱으로 가려고 하는데 괜찮겠느냐 의견을 묻길래, 그런 거 아니라고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개혁파는 보수 벽을 못 넘는다"

    민 의원은 이번 대선의 정치적 의미와 관련해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정권재창출에 실패하면 정치지형은 물론 사회적 지형이나 세력관계 전반이 심각하게 우측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몇 십년이 지나도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이동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내 개혁파의 지리멸렬에 대해 민 의원은 "(지방선거 전 한나라당 사람들은) 당내 개혁파가 좋아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당선 필요성 때문에 지지한 거라는 얘기다. 그 사람들은 엄청 보수적인 사람들이다. 할 수 없이 밀어주면서도 개혁파가 지분을 넓혀 가는 게 내심 불안하고 싫었을 거다. 개혁파는 선거 끝나고 부메랑을 맞도록 되어 있었다."며 "손학규 전 지사는 아마 벽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몇 가지 ‘충고’도 전했다. 우선 "민노당은 우리당이 해체되면 50%의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우리당을 계속 공격한다. 그러나 그건 계급정당을 포기하고 대중정당 갈 때만 가능한 얘기"라며 "민노당이 정치적 세력관계 설정을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헌론과 관련해서도 "’원포인트 개헌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나머지 경제적 민주주의랄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연구하자, 임기단축, 4년중임제, 임기의 일치화, 이런 문제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사회의 다양성을 위해서 결선투표제도 같이 하자’, 이렇게 개헌론에 발을 담궜어야 했다"면서 "그런데 민노당은 ‘개헌은 당략적인 거다’고 선언하면서 아예 문을 닫아 버렸다. 이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의 공조에 대해서도 "한나라당과 수시로 제휴하는 것도 보기에 안 좋다. 선택적으로 제휴하는 게 아니라 제휴를 남발하는 것 같다"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노대통령이 문재인 전 수석을 법무장관으로 기용하지 않았다. 어떻게 평가하나.

    =청와대는 명분을 얻었고, 당은 실리를 챙겼다.

    -김근태 대표가 ‘당심’을 전달하는 방식은 적절했다고 보나.

    =김근태 의장이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렇게 공개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문제는 아니었다. 집권당이.

    -앞으로 당청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정부는 개혁과제를 마무리 하는 게 최고의 숙제다. 당으로서는 정권 재창출이 제1 과제다. 둘은 입장 차이가 있다. 조화하기 나름 아니겠나.

    "정계개편, 인물보다 어떤 기치를 들고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정계개편은 예정된 정치 일정으로 사실상 공인되는 분위기다. 방법과 시기의 문제만 남은 것 같다. 민 의원이 생각하는 ‘연합’의 대상은 누구인가.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을 앞세우기 보다는, 기치가 무엇이냐, 는 문제를 먼저 따져야 한다. 내년 대선은 경제 문제를 중심에 두고 전선이 형성될 거다. 저쪽(한나라당)은 성장을 주로 얘기할텐데, 이쪽은 뭘 얘기할지 아직 모르겠다. 말하려는 기치에 따라 연대의 대상이 달라질 거다.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특정인을 중심으로 헤쳐모이거나 특정 지역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기계적인 복원을 시도할 경우 정권재창출은 불가능하다. 기치나 가치를 분명히 해야 하는데, 여야를 통틀어 어떤 후보도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고건도 그렇고, 이명박도 그렇고, 박근혜도 그렇고, 우리 쪽 후보도 그렇다.

    기치를 어떻게 만들 거냐, 이게 참 어려운 숙제다. 97년, 2002년 하곤 상황이 다르다. 외환위기 이후 개혁정당이 자유주의 헤게모니에 편입된 측면이 있다. 딜레마에 빠져 있는 면이 있다.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했는데 경제적 효율을 강조하는 정당이 된 측면이 있다.

    -정책과 이념 중심의 정계개편이라고 보면 되나.

    =정책을 넘어선 시대과제, 시대정신, 이런 것을 축으로 한 정계개편이다. 거기에 서브 이슈로 정책이 들어갈 수 있을 거다.

    -‘8.6 당청회동’에서 노대통령은 대선 후에도 당에 돌아와 백의종군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노대통령의 탈당을 통합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같은 기치 아래 모이기로 공감대가 형성된 시점에서도 민주당이 노대통령의 탈당을 고수한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

    =어려운 질문이다. 지향 가치를 선정하고, 거기에 다수 대중이 동의한다면 해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겠는가 싶다. 통합을 하려면 누구는 된다, 누구는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이를테면, 분당세력은 안된다, 탄핵세력은 안된다, 이런 식으로 서로 치고 나가면 같이 할 수 있는 입지가 자꾸 좁아든다. 민주당은 정계개편의 방법론으로 창조적 해체를 제시했는데, 창조가 뭔지 먼저 얘기하는 게 순서다.

    "정당과 시민의 접촉면을 넓히는 두 가지 방법 구상 중"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나.

    =지금도 알게 모르게 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다. 국정감사 끝나면 그런 얘기 많이 하지 않겠나.

    -열린우리당은 2004년 1월 창당했다. 정계개편 과정에서 올해나 내년 중에 당이 사라진다면 생존연한이 3년이 채 안 되는 거다. 선거용 정당의 명멸은 퇴행적인 정치관행이다.

    =내가 말하는 ‘강한 함대론’이나 ‘튼튼한 울타리론’은 그런 일을 맞지 말자는 것이다.

    -어쨌건 그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 아닌가.

    =정 안 되면 그럴지 몰라도 가능하면 우리의 울타리를 튼튼하게 한 다음, 우리 울타리 속에서 승부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지금 내 얘기가 백일몽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힘들다고 해서 뿔뿔이 흩어지면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최근 민 의원은 이른바 ‘스몰딜’을 통한 정당과 이익 집단, 기층 집단과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

    =유럽 가서 보니까 프랑스 사회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독일 사민당은 신강령 제정 작업을 앞두고 중앙당, 시도당, 지구당 등 각급 단위가 주민들, 시민단체, 기층단체와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더라. FTA, 원전 문제, 이런 프로젝트를 가지고 공동 작업하고 딜을 하는 거다. 이를테면 이런 방식이다. ‘이거 이거 이렇게 해줘, 그럼 지지할께’.

    상향식 정책과 공약의 생산을 통한 스몰딜. 우리의 경우 지구당이 녹색어머니회와 학교급식조례 제정운동을 가지고 ‘딜’을 할 수 있다.

    당이 대중정당화되는 길은 미디어 정당화되는 길과 시민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방법이 있다. 시민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구상하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한 국민참여형 후보 선출 모델과 스몰딜을 통한 국민참여형 조직 모델이다.

    "선장 영입론 주목하는 건 10년 전 인식틀"

    -노대통령의 ‘외부선장론’을 두고 말이 많다. 여당의 대선 후보가 외부인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대통령이 최초로 공식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 가능성이야 항상 있는 거 아닌가. 그 가능성은 대통령이 열어둔다고 해서 열리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닫아둔다고 해서 닫히는 것도 아니다. 노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선장영입’에 방점을 찍었다고 하는 건 10년 전 인식틀이다. 대통령이 후계 구도 창출에 그렇게 관여해서 성공한 사례도 없다. 97년 대선에서 YS가 ‘깜짝 놀랄만한 젊은 후보’라고 했던 이인제 후보는 실패했다.

    노대통령이 한 말은 ‘여러분들 마음속에서 당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외부 선장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 그렇게 한다고 됩니까. 거기만 쫓아다니면 당 정체성이 유지되겠습니까. 우리가 튼튼해져야지’, 그런 식의 논법이다. 몇 몇 정치부장이 내게 이걸 강조해야 되느냐, 1면 톱으로 가려고 하는데 괜찮겠느냐 의견을 묻길래, 그런 거 아니라고 했다.

    -지금 외부인사로 거명되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평가하나.

    =다 훌륭한 분들이다. 고 전 총리는 통합과 안정의 이미지를 국민에게 준다는 점에서는,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도 있지만, 훌륭한 가치를 표방하고 있다. 박원순 변호사는 대안의 제시와 개혁의 일관성 면에서 훌륭한 가치를 갖고 있고, 정운찬 총장은 학자로서의 탁월함 뿐만 아니라 사회기여제 입학제도 등의 시행에서 보여줬듯이 열린 정책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내 경선에서 왼쪽으로 갔다가 본선에선 중도화될 수도"

    -한나라당의 경제성장론에 대비한 경제민주화를 대선 구도로 제시했다. 경제민주화의 내용이 뭔가.

    =내가 구체적으로 얘기할 입장은 아니다. 난 방향을 제시한 거고, 거기에 관해 우리들 내부의 전문가들을 모아서 토론을 해보자는 거다.

    -어떤 식으로건 신자유주의 문제를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고민이 있는 거다. 현 정부는 창조적 신자유주의랄까 하는 것의 편입에 더 적극적인 것 같다. 신자유주의는 개별 국가가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일랜드처럼 신자유주의에 더 빨리 창조적으로 편입돼서 살아남는 국가도 있다. 우리도 그 방향이 맞다고 주장하며 갈 수도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의 경우 그런 게 쉬울 거다. 그러나 우리는 힘들다. (신자유주의의 가속화에 따른) 현실의 고통이 당장 따르니까.

    -대통령은 전투적으로 신자유주의 밀어붙이고 있다. ‘인사권’ 시비 같은 것 말고, 정책기조나 철학, 신념의 수준에서 노대통령과 각을 세울 가능성은 없나.

    =어떤 결론이 나올지 모르겠다. 기치를 들고 나서는 사람이 뭘, 어떻게 표방할지 모르겠다. 노대통령이 제시하고 표방한 것을 승계하고 빨리 가는 방법도 있고, 지금보다 왼쪽으로 가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당내 경선에선 왼쪽으로 갔다가, 본선에선 정치적 중도화로 갈 수도 있고.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의 경제정책이 한나라당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브라질의 룰라도 똑같은 것 아닌가. 민노당이 정권을 잡아도 쉽지 않을 거다. 유럽 사회당 계열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더라. 저마다 정치적 중도화를 시도하고 있다. 영국 노동당은 아예 내놓고 하고 있다. 평화, 군축 등의 정책은 진보적 색채를 유지하면서, 일자리, 교육, 주택, 연금 등 경제나 복지 관련 문제에서는 중도화되는 추세다. 가치의 표방이란 늘 현실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한나라당과 다른 게 뭔가.

    =부동산, 세금, 교육정책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미국 민주당과 미국 공화당만큼의 차이는 있다. 평화통일, 국방, 외교 정책에서도 커다란 차이가 있다. 경제 문제의 경우, 앞서 유럽 사회당 계열의 정치적 중도화를 말했지만, 현재 우리 경제 여건도 그런 것을 요구하는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

    "무슨 뉴딜이냐, 잡딜(Job Deal)이라고 하지"

    -김근태 의장의 뉴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전제조건이나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또 재벌사면, 출총제 폐지 등 주고 받는 내용도 문제가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설정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정치집단은 시대의 화두를 잡는 게 중요하다. 김 의장은 ‘일자리 창출’을 시대의 화두로 제시했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오른쪽으로 양보할 수도 있고 왼쪽으로 양보할 수도 있다, 운동장을 넓게 쓸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인데, 해볼만한 실험이라고 본다.

    -뉴딜론이 의제화에는 성공했다고 보나.

    =아직 속단하긴 힘들다. 내가 그랬다. ‘무슨 뉴딜이냐, 잡딜(Job Deal)이라고 하지’. 뉴딜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다. 이슈가 의제화되려면 사람들이 들었을 때 재해석하거나 따로 생각할 필요 없이 바로 귀에 꽂혀야 한다. 뉴딜론은 아직 언어의 집중성이 약하다.

    -뉴딜의 방법론은 노사정간 대타협이다.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문제인데,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시한부 당의장이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게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과제의 성과를 가지고 평가받을 수도 있지만, 의제화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도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과제가 던져주는 동질감, 절박감이 인정된다면 (다른 사람을 통해서라도) 계속 번져갈 수 있다. 해당 시기까지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사람들은 거기서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거다.

    -김의장은 8일 경총을 방문했다. 상의에서도 그랬고, 중기청에서도 그랬지만, 김의장이 제시한 딜의 명세와 재계의 요구조건이 근본적으로 어긋난다.

    =처음부터 양보하고 들어가면 노동쪽이 더 큰 양보를 바랄 수 있으니까 재계가 일단 협상용 카드로 던져보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사회적 타협의 경험이 일천한 우리 사회에서 노사 동시적 타협은 힘들다. 김 의장이 힘 있는 쪽에 양보를 요구하는 단계적 타협안을 선택한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그 과정을 비틀비틀 하면서 갈 수 있는 거다.

    -뉴딜에 대한 당내 총의는 모아지고 있나.

    =내가 당직 맡은지 8일 밖에 안되서 잘 모르겠는데, 모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물론 이론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이번 대선 한나라당 승리하면 회복 힘든 우경화로"

    -이번 대선의 정치적 의미를 짚는다면.

    =저쪽(한나라당)에게는 상실의 10년이요, 우리에게는 실험의 10년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정권재창출에 실패하면 정치지형은 물론 사회적 지형이나 세력관계 전반이 심각하게 우측으로 이동할 거다. 몇 십년이 지나도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이동할 거다. 벼랑끝에 선 심정이다.

    특히 이번에는 20년만에 치뤄지는 동시선거다. 대선에서 이기는 세력은 이듬해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고 수준일 때 총선을 치르게 된다. 거저 먹는 선거가 된다는 얘기다. 물론 우리의 경우는 대선에서 이긴다고 해도 총선을 거저 먹기 힘들다. 견제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탄핵 때도 그랬다.

    만약 우리가 대선에서 패하게 되면 내부의 붕괴로 ‘총선 공천을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거다. 재앙과 같은 결과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민노당도 안전하진 않다. 민노당은 우리당이 해체되면 50%의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우리당을 계속 공격한다. 그건 잘못된 전술이다. 계급정당을 포기하고 대중정당 갈 때만 가능한 얘기다.

    지난 4.15 탄핵 때도 봤던 것처럼 우리당 지지율이 올라가야 민노당 지지율도 올라간다. 탄핵 총선이었기 때문에 민노당이 10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 양당은 지지율이 연동되는 측면이 있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민주노동당도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손학규 전 지사는 아마 벽을 봤을 거다"

    -거기에는 한나라당에 대한 극히 부정적인 평가가 전제되어 있다. 한나라당을 어떻게 보나.

    =수구화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는 정당이다. 발전적 보수, 개혁적 보수, 변화하는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그런 게 가능한가 의문이다. 한나라당 의원 30-40%는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별 차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한나라당 들어가서 1-2년 지나면 다 그렇게(수구화) 돼버린다.

    한나라당 주요 대선주자인 빅 투는 항상 수구화될 가능성이 있고, 그런 면에서 굉장히 위험하다. 당장 2008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승리할 경우 부시 대통령이 북미 관계를 어떻게 끌고갈지 모른다.

    -한나라당 개혁파가 한참 기세를 올리더니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지방선거 전에 개혁파가 기세를 올린 건 그들이 빛나서가 아니다. 선거에서의 현실적 필요성 때문에 당원들이 오세훈을 전략적으로 밀었던 거다. 개혁파가 좋아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당선 필요성 때문에 지지한 거라는 얘기다. 그 사람들은 엄청 보수적인 사람들이다. 할 수 없이 밀어주면서도 개혁파가 지분을 넓혀 가는 게 내심 불안하고 싫었을 거다. 개혁파는 선거 끝나고 부메랑을 맞도록 되어 있었다.

    -자신들의 당내 입지가 고작 그 정도였다는 것이 의식된다면 한나라당 개혁파의 정치적 절망감이 상당하겠다.

    =손학규 전 지사는 아마 벽을 봤을 거다.

    "민주노동당, 개헌론에 발 담궜어야 했다"

    -민주노동당에 대해 평가해달라.

    =전체적으로 정치감각이 좀 떨어진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먼저 정치적 세력관계 설정을 잘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해체되면 자신들이 50%의 지지를 얻는다는 것은 계급정당 노선을 유지하는 한 불가능하다. 열린우리당을 주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잘못됐다.

    개헌론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도 지적하고 싶다. 결선투표제는 민노당 당론이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대선에서 민노당은 당 지지율의 최대치를 얻을 수 있을 거다. 사표심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치적 포션을 최대한 차지하는 거다. 대선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으면 이듬해 국회의원 선거에도 굉장한 도움이 될 거다.

    그런데 민노당은 ‘개헌은 당략적인 거다’고 선언하면서 아예 문을 닫아 버렸다. 이건 잘못된 거다. ‘원포인트 개헌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나머지 경제적 민주주의랄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연구하자, 임기단축, 4년중임제, 임기의 일치화, 이런 문제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사회의 다양성을 위해서 결선투표제도 같이 하자’, 이렇게 개헌론에 발을 담궜어야 했다.

    한나라당과 수시로 제휴하는 것도 보기에 안 좋다. 너무 쉽게 손을 잡는다. 선택적으로 제휴하는 게 아니라 제휴를 남발하는 것 같다.

    -끝으로, 국회 교육위 소속이시니 차기 교육부총리 인준 기준을 말해 달라.

    =첫째, 이 시대 참스승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테크노크라트로는 한계가 있다. 둘째, 대학개혁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방법론을 갖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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