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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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8월 09일 09: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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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고’가 별로 먹히지 않았나 보다. 그냥 SBS 입장을 밝히면 될 걸, 그럴 의사가 없는 것 같다.

SBS는 8일 < 8뉴스>에서 ‘SBS 올림픽 중계권 확보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해한다. 하지만 "IOC와 단독으로 중계권 협상을 진행한 것은 거대 스포츠 마케팅사들의 상업주의로부터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SBS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주장’이라고 해도 이해하기 힘든데, SBS는 여기에다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부분까지 덧붙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냥 SBS 입장이라고 하라.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

   
  ▲ 2006년 8월8일 SBS <8뉴스>  
 

‘SBS가 지상파 방송 3사로 구성된 코리아풀을 파기했다’고 비난하고 있는 KBS와 MBC를 향해 이날 SBS가 꺼낸 카드는 스포츠 중계권과 관련한 ‘과거사’다. SBS는 이 카드를 꺼냄으로써 이번 사태를 합리화하려고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카드는 고스란히 SBS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누워서 침 뱉기’에 불과할 뿐이다.

SBS의 주장을 보면 이렇다.

△지난해 7월 공중파 방송사가 아닌 스포츠마케팅사 IB스포츠가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중계권을 단독으로 사들였는데, 과거보다 무려 3배나 오른 가격이었다 △SBS를 비롯한 방송3사는 스포츠마케팅사의 상업주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별도 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맺었다. 하지만 KBS가 약속을 어기고 IB스포츠에게 거액을 주고 중계권을 단독 계약함으로써 합의가 5개월 만에 깨졌다 △이때부터 KBS와 MBC, SBS로 구성된 코리아 풀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스포츠마케팅사와 대기업이 중계권 시장에 뛰어든 상황에서 방송사들간의 약속은 번번이 깨졌는데, 이번 올림픽 협상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번 계약파기도 합리화된다는 말인가. 아니다.

SBS, 지난해 IB스포츠 독점 계약시 ‘과당경쟁’ ‘외화유출’ 등 맹비난

우선 SBS 주장이 지닌 허점을 짚자. SBS가 지적했듯이 지난해 IB스포츠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2010년 월드컵·2012년 런던 올림픽 등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모든 주요 축구경기의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에 대한 중계권을 획득했을 때 SBS, 2005년 8월2일 <8뉴스>에서 다음과 같은 리포트를 내보냈다. 

   
  ▲ 2005년 8월2일 SBS <8뉴스>  
 

"월드컵 최종예선 같은 아시아권의 축구 경기를, 앞으로 지상파 방송으로는 볼 수 없을 지도 모르게 됐습니다. 케이블 TV ‘엑스포츠’를 가진 스포츠마케팅 업체 IB스포츠가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으로 국내 중계권을 독점 계약해서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좀더 들여다볼까.

"IB스포츠가 확보한 중계권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예선, 2012년 런던 올림픽 예선 등입니다. 그동안은 SBS와 KBS, MBC 등 지상파 3사 풀단이 갖고 있던 컨텐츠입니다. 3사가 풀단을 구성한 이유는 국내 방송사간 과당경쟁을 막아 외화유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흥미로운 건 SBS가 이 리포트 말미에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 제시에 대해 국부유출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돈을 앞세운 막무가내식 컨텐츠 확보로 국내 스포츠마케팅 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는 점이다. 

SBS가 하면 ‘시청자의 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고 남이 하면 ‘싹쓸이’인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늘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독점중계가 아니라 단독계약일 뿐이라는 SBS…지난해 IB스포츠 ‘독점계약’ 맹비난

SBS는 8일 < 8뉴스>에서 또 이렇게 주장했다. "대기업과 스포츠마케팅사가 중계권을 가져가면 시청자들의 볼 권리가 제약을 받고 중계권료의 엄청난 상승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SBS 인터내셔널측은 방송중계권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단독으로 계약한 것 뿐이며 KBS와 MBC에도 분배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8월2일 SBS 리포트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입장이 매우 궁색해진다.

   
  ▲ 2005년 8월2일 SBS <8뉴스>  
 

SBS 당시 <중계권료 폭등 우려>라는 리포트에서 "독점계약으로 중계권료가 폭등한 것도 문제"라면서 △한번 가격이 높게 책정된 이상 향후 협상에서도 중계권자에게 일방적으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고 △지나친 외화유출을 피할 수 없으며 △이번 일로 국제스포츠중계권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만만한 돈줄’이라는 달갑지 않은 인식까지 얻게 됐다고 지적했다.

SBS가 지금 펴는 논리대로라면 당시 IB스포츠도 "방송중계권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단독으로 계약한 것" 아닐까. 왜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일까.

"시청자들의 채널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한 경기를 한 방송사가 중계하는 철저한 순차방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SBS가 밝히지 않았냐고? 그런 입장은 지난해 IB스포츠도 밝힌 바 있다. 볼까.

계약파기에 대한 SBS의 사과가 우선…언론사는 신뢰가 생명

   
  ▲ 2006년 8월8일 KBS <뉴스9>  
 

"기본적으로 모든 가용한 매체에 중계권을 개방하고자 한다. 지상파의 경우 가능하면 3사 공동으로 계약을 맺고자 하며, 그 외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경기별 중계권 판매도 가능하다. 단 보도용 영상자료는 IB스포츠의 동의 하에 모든 미디어에 무료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정리하자. 스포츠중계권을 따내기 위한 방송사들의 이 같은 출혈경쟁은 반드시 시청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방송사들은 거액의 중계권료를 만회하기 위해 광고를 늘릴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스포츠 중계방송에 ‘올인’하는 현상을 낳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채널선택권이 박탈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광고료 또한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만큼 시청자, 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돌아가는 셈이다.

오늘자(9일) 한겨레 사설도 지적했지만 "앞에선 약속하고 뒤에선 자회사를 내세워 협상을 벌인 비신사적 행위는 어떤 해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신뢰를 중시해야 할 방송사라면 더욱 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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