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과 국방정책
[모멘텀의 목소리] 국방의 민주화, 인권 존중되는 강한 군대
    2019년 10월 16일 10: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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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의 영역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보수정당의 의제와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인식한다. 그리고 이런 견해는 진보정당은 국방 정책에 둔감하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기존의 진보정당이 가진 레드 콤플렉스의 연장선에서 나온 편견이다. 더욱이 보수정당에서 색깔론을 전개할 때 군부대를 방문한다던가,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여 진보세력이 이런 쪽에 약하다는 공격을 하는 상황에서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도 나도 진보정당의 당원이 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진보정당과 복지, 경제, 인권 이렇게는 연관되어 잘 생각할 수 있었지만 유독 국방은 그렇게 하기 어려웠다. 또한, 긴 군사정권 기간 동안 군대에 대해 크게 피해를 입은 사람도 많았기에 국방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선이 있어서 어떤 정책으로 구체화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진보정당은 더 큰 권력을 쟁취해야 할 사회적 당위가 커지고 있으며, 더 깊게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존의 편견대로, 그리고 진보정당이 가진 군사에 대한 거부감으로 국방정책을 마냥 거부할 수는 없게 되었다. 국방은 국가 정책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인데, 제3당 이상을 추구하는 진보정당이 그것을 거부하고서는 자신의 크기를 키울 수는 없다.

이제 진보정당도 국방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민할 지점은 ‘어떤 진보적 국방정책’을 대중에게 제시하는가가 되어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 정의당은 꽤나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진보정당은 국방정책에 약하다’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씨를 영입하고 국회에 진출시키는 등의 여러 노력을 전개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살펴볼 것은 2016년에 발표된 정의당 총선 국방 공약인 ‘튼튼한 안보로 한반도 비핵평화 보장’이다. 이 문서에는 정의당이 국방 정책에 있어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여러 정책들이 나열되어 있다. ‘민간인 국방장관’, ‘한국형 모병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만일 이 문서에서 정의당이라는 글자를 지우고 여러 사람에게 보여준다면, 많은 사람들이 진보정당의 국방공약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구체적이고, 분명한 목표를 담고 있다.

정의당의 이런 국방공약은 앞으로 진보세력이 기존의 다른 세력과 차별 지을 수 있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국방의 민주화, 인권이 존중되는 강한 군대. 그동안 우리가 수없이 불평했고 문제를 지적했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점을 정의당은 사회에 명확히 꺼내 들었다. 이는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여전히 비민주적인 국군을 바꿀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나라다운 나라’를 이야기했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군대 인권 개선은 그 어느 정권과 비교해도 급진적인 편이었다. 사병의 휴대전화 반입을 허용하고, 군 월급은 크게 인상되었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의 위수령 시도 등의 진상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기무사는 이름을 바꾼 채 사실상 살아남았다. 여전히 국방장관은 임명되기 직전까지 별을 달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동성애자 군인을 탄압하는 군형법 제92조의 6은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병 월급은 여전히 최저임금의 밑에서 형성되고 있으며, 군사법원은 지금도 건재하다.

진보정당은 우리의 비합리적인 체제를 변모하기를 원한다. 국방도 그 체제에 포함되어 있고, 핵심적인 영역 중에 하나다. 과제는 많고, 사안들이 결코 가볍지 않다. 어려운 일이지만 진보정당은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평화라는 가치로 이를 바꾸어 가자고 여러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진보정당은 지금까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한 여러 담론들을 먼저 세상에 제기했다. 국방정책이라고 전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진보정당이 군형법 제92조의 6에 의해 억압당한 성소수자의 눈물을 닦아준 것을 보았다. 그리고 여러 세력과 함께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인권 의제로 정치권에 제시하는 모습도 보았다. 이를 통해 진보적인 국군, 민주적인 국군, 인권이 보장되는 국군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진보정당이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진보정당이 군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를 가속화 시킨다면 폐쇄적인 군대도 분명 바뀔 것이다.

필자소개
정의당 당원. '모멘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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