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지지율 하락 단상
    [기자생각] 애정, 비판 그리고 질문
        2019년 10월 11일 02: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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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의당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당 내외에서 우려와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당 지지율도 당의 대표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는 심상정 대표 체제가 들어서고 3개월째이지만 오히려 이정미 전 대표 시기에 비해 하락세가 뚜렷하다.

    여론조사의 특성상 한 조사기관의 시간상 흐름과 추이를 살피는 게 여러 개를 단순 비교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정의당 지지율 추이는 심상정 대표 취임 전후인 7월 2주차 7.4%에서 3주차에 가장 높은 8.7%를 기록한 이후 7월 4주차부터 지금까지 7%대에서 6%, 5%대를 거쳐 이번 10월 2주차 조사에서는 4.5%를 기록했다. 바른미래당에 지속적으로 앞섰던 정당 지지율 순위도 뒤처지고 있다. 참고로 1년 전인 2018년도 10월 1~2주차의 지지율은 7.9%, 9.5%였다. 8월에는 지지율이 14%를 전후했지만 이는 노회찬 의원의 안타까운 서거 효과가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1년 전 10월과 비교해도 반토막 상태라는 건 명확해 보인다.

    조국 사태 등과 정의당

    최근 2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국면에서 정의당 스탠스는 모호하거나 민주당과 차별화가 불분명하다. 이 이슈에 대해서 정의당 당원 간에도 찬반이 뚜렷하게 갈리는 만큼 지도부의 정치적 입장이 조심스러운 것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정의당은 집권당이 아니다. 집토끼 산토끼 다 잡으려는 그런 포지션의 정당이 아니라 자신의 지지 기반을 탄탄하고 깊게 뿌리를 내리면서 이를 확장시키는 전략으로 가야 하는데, 적어도 조국 이슈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상당히 겹치는 모양새다. 정의당이 어떤 집단과 계층을 핵심 지지기반으로 하려는 것인지, 아니 그런 전략과 고민이 존재하는지도 궁금하다.

    한일 갈등에 대한 논란 국면에서도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역사 왜곡과 피해자 모욕에 대해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등 민주당보다 더 강경한 민족주의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법 개악,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세력이 가장 책임을 져야 하는 비정규직 정책, 불평등과 격차 문제, 경제 불안 등의 문제에 대해 정의당이 민주당과 날을 세우는 모양을 별로 보지 못했다. 최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투쟁에 대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개입과 반쪽 합의에 대한 태도에서도 모호하거나 비판에서 발을 빼는 모양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올 7월부터 지금까지 국민들의 뇌리에 남는 사건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한일 갈등 그리고 이어진 불매운동,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전후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조국 사태,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과 태풍 피해와 같은 자연적 사회적 재해, 그리고 여전히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등 불평등과 격차 문제이다. 이 4가지의 대표적 이슈 중에서 국민들의 삶, 생활과 운명에 가장 거리가 먼 게 조국 이슈이다. 오히려 한일 갈등은 역사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불안과 위기와도 연계되었다는 점에서 훨씬 구조적이고 중대한 이슈이다. 그런데 정의당은 진보정당으로서 이런 이슈들에 대해 자기의 색깔과 대안, 입장을 어떻게 드러내고 실천하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내 눈에만 잘 보이지 않는 건 아닐 듯하다.

    집단입당의 속살 그리고 개방형 경선제

    반면 지금 정의당 내부적으로 가장 뜨거운 주제의 하나가 내년 총선의 후보 선출, 특히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선출 방식과 관련하여 ‘개방형 경선제’ 도입 여부이다. 기성 제도권 정당과 진보정당 사이의 가장 큰 차별적 정치문화의 하나가 진성당원제이고, 진성당원들의 직접 투표로 국회의원 등 공직 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심상정 대표는 당대표 선거 시기 대표공약으로 진성당원들의 직접투표 선출에서 개방형 경선제를 통한 선출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당원만이 아니라 국민들이 선거인단에 참여하여 총선 후보를 선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직 이 제도의 도입 여부는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다. 지난 전국위원회에서 치열한 찬반 토론을 진행하면서 TF를 구성하여 차기 전국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한 상태이다.

    정의당 당대표 선거 시기부터 참 의아했던 게 ‘정의당은 비례대표정당을 넘어서야 한다’는 당연한 말을 하면서 개방형 경선제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선출에 도입하여 국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끌어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비례대표 중심의 정당을 극복하자고 하면서 개방형 경선제를 비례대표 후보 선출에 도입하여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하자는 역설인 것이다. 지역구 후보 선출에도 적용할 가능성은 형식적으로 존재하지만 거의 가능성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 최근 정의당이 몇 가지 사건으로 언론에 주목을 받고 있다. 하나는 경기도 안양 및 수도권 등에서 3,800여명의 시민들이 정의당에 집단 입당한 사건이고 또 하나는 모 노동조합에서 정의당 내년 총선 비례대표 후보 제안을 받았다면서 특정인을 위한 입당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언론에서 기사로 나기도 했다.

    그런데 당 내 복수의 관계자들에 의하면 3,800여명의 집단 입당자들의 당원 가입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진보정당으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속살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원으로 가입한 사실이 없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고, 수천명의 입당원서에 당비는 5,000원, 납부방식은 계좌 등록이 아닌 직접납부로 거의 통일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학생이나 저소득자의 예외적인 경우에만 5,000원 당비이고 일반적인 경우는 1만원 이상, 그리고 당연히 납부방식은 대납 등을 경계하여 계좌 등록을 권고한다, 그래서 당비는 1만원이라고 안내하니 그럼 입당하지 않겠다는 사람들, 심지어 당비를 누가 대신 내주겠다고 해서 입당 원서를 냈다는 사람도 있다, 수천명의 당원 추천인이 1~2명인 상황 그래서 특정지역 향우회 관계자와의 관련성,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출마를 위한 사전작업 관련한 설 등이 나돈다고 한다.

    이런 모습들은 예전에 진보정당이 아니라 기존의 거대 정당들이 공직후보 공천을 앞두었을 때 자주 보였던 모습이다. 가족과 친인척, 지인들을 총동원하여 이름뿐인 당원으로 입당하거나 선거인단으로 등록하여 공천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던 구태였다. 물론 이들은 공천이 끝나고 나면 당연히 당원 명단에서 사라진다. 또는 당원 명부에서 사라지지는 않을지 몰라도 진성당원과는 당연히 거리가 멀다. 이런 게 진보정당이 추구하는 ‘진보적 대중정당’의 모습은 아닐 거다.

    당원 가입 과정에서도 이러 구태와 부끄러운 모습들이 나타나는데, 소위 ‘개방형 경선제’라는 이름으로 당원 외의 무차별 선거인단을 조직하고 가입을 권유한다고 할 때 어떤 과열과 분란과 우려스러운 모습들이 나타날지 참 걱정스럽다. 그리고 그런 편향과 구태들을 걸러낼 의지와 힘이 정의당에 있는지, 아니 의지와 힘이 있다면 진보정당으로서 정의당이 집중해야 할 것은 후보 선출제도의 변경 문제가 아니라 어떤 목소리, 어떤 대안, 어떤 실천들로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격차를 극복하고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당이 내놓는 공직 후보자는 집단입당이나 선거인단 집단가입 등의 몰이와 그 과정에서 이름이 좀 알려진 명망가나 영입인사가 아니라 당원들 속에서 검증되고 당의 정책, 정신과 지향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2007년 대선 후보 선출 시기 10년째 당의 얼굴이 권영길 대표밖에 없냐, 국민들에게 새로운 얼굴을 내놓아야 한다며 노회찬, 심상정 의원이 후보로 급부상하던 때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미 심상정 대표는 2004년 이후 15년째 진보정당을 독점적으로 대표하는 정치인이 되었다. 하지만 진보정치와 정의당을 대표하는 포스트 심상정 시대의 새 얼굴들은 아직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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