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SBS 입장'이라고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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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8월 08일 11: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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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 일부 방송사들이 SBS가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독점하거나 심지어 싹쓸이 했다는 표현까지 쓰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시청자를 오도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 8월7일 SBS < 8뉴스>  
     

    7일 SBS < 8뉴스> ‘독점 아니다’에서 SBS가 보도한 리포트 가운데 앵커멘트로 처리된 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그냥 SBS의 입장을 밝히라.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시청자를 오도한다"는 것은 SBS ‘입장’일지 몰라도 그런 비판을 받고 있다는 지적은 ‘공정한’ 리포트가 아니다.

    SBS는 이 리포트에서 △지상파 3사에게 중계권을 재판매할 계획이기 때문에 한 방송사가 독점하는 일은 없고 △국제대회 때마다 되풀이되는 중복 편성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공동제작과 순차방송으로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보장할 계획이며 △올림픽 중계권료도 ‘매우 적정한 가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스포츠중계권 문제에 대한 SBS ‘입장’과 ‘해명’일 뿐

    SBS. 리포트 말미에 이런 내용을 덧붙였다. "국민들의 무료 시청권 보장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중계권과 관련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부풀리는 일부 언론의 태도는 마땅히 지양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럼 KBS와 MBC의 ‘입장’은 어떨까.

       
      ▲ 8월7일 KBS <뉴스9>  
     

    KBS는 이날 <뉴스9> ‘1200억에 독점’에서 "SBS가 올림픽 방송권에 이어 2010년과 2014년 월드컵 방송권까지 독점했다"면서 "지난주 4개 대회 올림픽을 2배 이상 폭등한 가격에 사들인 데 이어, 월드컵도 지난 2개 대회의 방송권료보다 2배가 넘는 1000억 원 이상을 지불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KBS는 "KBS와 MBC 그리고 서울방송은 방송권료의 비정상적인 폭등을 막기 위해 그동안 합동방송단을 구성해 대항해 왔다"면서 "1억 달러 이상을 제시한 FIFA의 요구는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고려했을 때 무리라고 판단돼 3사 합의에 따라 협상을 유보해왔다"고 밝혔다.

    KBS는 "더구나 FIFA는 우리나라의 본선 진출여부에 상관없이 거액을 달라는 억지를 부려온 상황이었다"면서 "3사 합의를 깬 서울방송의 돌출 행보로 무너진 한국 방송 시장은 향후 무한경쟁에 내몰리며 천정부지의 방송권료와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KBS MBC, 이번 사태만 보면 설득력을 가지지만…

    MBC도 이날 <뉴스데스크> ‘월드컵 중계권까지…’에서 "SBS가 방송사간 합의를 깨고 올림픽 중계권에 이어서 이번에는 월드컵 중계권까지 싹쓸이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중계권료 역시 예전의 2배 이상 폭등했다"고 밝혔다.

       
      ▲ 8월7일 MBC <뉴스데스크>  
     

    MBC는 "방송3사 합의문에는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에 공동대응하고 어떤 개별접촉도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아직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고 방송3사 코리아풀을 통해 협상의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SBS는 중계권료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FIFA의 마케팅 전략에 힘만 실어줬다"고 비판했다.

    MBC는 "SBS는 무려 2000억 원이라는 돈을 쏟아 부어 올림픽과 월드컵을 손에 넣었지만 상도의는 물론 국익까지 저버렸다는 비난은 면키 힘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시청자를 거론하지 말라…방송사들 ‘고공플레이’의 부담은 고스란히 시청자 몫

    정리하자. 적어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SBS보다는 KBS와 MBC의 입장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지난 5월30일 정연주 KBS사장과 최문순 MBC사장 그리고 안국정 SBS사장이 공동으로 서명한 합의사항을 보면 "방송3사 사장들은 중계권 경쟁을 막기 위해 방송협회 산하에 ‘올림픽·월드컵 특별위원회’를 두어 창구를 단일화하기로 하고, KBS MBC SBS(계열사와 계약사 포함)는 중계권과 관련해 어떠한 개별 접촉도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SBS. 이걸 깼다. 아닌가.

    다만 이번 사안에 국한시키지 않고 스포츠 중계권과 관련한 지나간 역사를 훑어보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뿐이다. 8일자 한겨레 3면 <출혈경쟁에 값만 올리고 본전 찾으려 광고 늘리고>에서도 지적했듯이 방송 3사는 그동안 여러차례 스포츠 중계권을 놓고 ‘신사 협정’을 어겨가며 갈등을 빚어왔다.

    한겨레는 "지난 3월에는 중계권을 놓고 재판까지 벌어졌다. 한국방송이 한국과 일본의 세계야구클래식(WBC) 준결승전을 단독 중계하려고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면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방송 3사가 동시 중계를 했지만, 앙금은 그대로 쌓였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8월에도 스포츠 에이전시 <아이비 스포츠>가 2008년 올림픽 축구 아시아 예선, 2010년 월드컵 축구 지역 예선 등의 중계권을 독점 계약하자, 방송 3사는 ‘해외 프로그램 구매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했으나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같은 해 12월 에스비에스가 아이비 스포츠로부터 국내 농구경기 중계권을 사들였고, 올해 2월엔 한국방송이 아시아 축구연맹 경기와 메이저리그 경기 중계권을 사들인 바 있다. 에스비에스가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의 비난을 두고 ‘이미 합의가 여러 차례 깨지지 않았느냐’고 반박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방송사들이 이 같은 고공플레이의 최대 희생자는 누굴까. 당연히 시청자다. 이미 2006독일월드컵에서 ‘증명’됐지만, 방송사들은 거액의 중계권료를 만회하기 위해 광고를 늘릴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월드컵 방송에 올인하는 현상을 낳는다. 채널선택권이 박탈되는 것은 물론이고, 광고료 또한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시청자, 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돌아오는 셈이다.

    그냥 ‘입장’이라고 하라. 시청자 운운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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