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톨게이트 자회사 전환
    노사전 합의, 허위로 확인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을지로위 중재 수용···민주일반 “끝까지 투쟁”
        2019년 10월 10일 12: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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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안을 거부한 민주노총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1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들의 자회사 전환의 명분으로 앞세웠던 노·사·전문가 합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노·사·전 합의 안 된 자회사 전환채용
    직고용 요구하자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집단해고
    “노동부와 국토부, 도로공사가 합작한 만행”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 정문 앞과 국회 정론관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협의 과정엔 노사전 합의는 물론 노사 합의도 없었다”며 “1500명 집단해고 사태를 낳은 도로공사 자회사 추진은 노동부와 국토부, 도로공사가 합작해 벌인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 11일 노사전협의회의 전문위원 활동결과 보고서는 “요금수납원 정규직화를 위한 노사전문가협의회가 1년여의 활동을 벌여왔으나, 노사 간, 회사와 전문가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9월 5일 제9차 노사전문가협의회 본회의에서 사안을 잠정 종결하고, 고용노동부 공공부문 정규직화 추진단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의견과 방침을 구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활동결과 보고서 내용과 달리 노사전협의회가 자회사 전환채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7월 8일 국회 국토교통위 회의에서 “생명·안전과 관련된 분야에 있는 분들은 본사에 직고용을 하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노·사·전 협의를 통해 자회사로 직고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부는 노조 대표 자격 여부와 관련해 자회사 전환 추진에 유리한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보고서는 “유노조 대표 3명, 무노조 대표 3명 중 유노조 대표 1명의 자격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톨게이트노조는 직접고용 주장에서 자회사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송미옥 위원장에 대해 (조합원 총회로) 불신임을 결의했으나 고용노동부가 (송미옥 위원장에 대해) 대표 자격이 있는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이 총회를 거쳐 위원장 자격을 박탈했음에도 노동부가 유권해석을 통해 노사전협의회의 노조 대표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민주일반연맹은 “노동부는 비상식적인 유권해석으로 자회사 추진에 동의하여 탄핵 당한 노조 대표를 성원으로 인정했고, 노사전문가협의는 결렬되었다는 활동보고를 받고도 김현미 장관은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합의한 대로 자회사 직고용 전환을 했다고 거짓해명을 했다”며 “이강래 사장의 요지부동과 노동부와 국토부가 이토록 수수방관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권력자들이 서로가 거짓으로 담합해 온갖 협박과 감언이설에 속아 법적 권리를 박탈당하고 자회사를 선택하고, 1500명 수납원이 집단해고로 내몰린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면서 “도로공사 사장 이강래. 노동부 장관 이재갑. 국토부 장관 김현미에 대해 대통령은 이들을 파면함으로써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 노동자 기자회견(사진=유하라)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반쪽 합의’
    연대 투쟁했던 민주노총-한국노총 분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 연대투쟁은 사실상 끝이 났다.

    지난 8일 한국노총 공공산업노련 산하 도로공사 톨게이트노조와 도로공사는 을지로위원회가 제안한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중재안은 현재 2심 계류 중인 수납원은 직접고용하고, 1심 계류 중인 수납원에 대해선 그 판결 결과를 보고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이들은 1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진 도로공사 기간제로 채용된다. 다만 쟁점이었던 직무에 관해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요금수납 업무 외에 다른 업무로 배치될 수 있다는 뜻이다. 노사는 차후 임금, 직무 등에 관해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윤서구 공공연대노조 조직차장은 “을지로위의 쓰레기안에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강래가 합의했다”며 “요금 수납원을 자회사로 갈라치기 했던 그 상황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김미희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사무장은 “비정규직 제로화 하고 올바른 정규직화 한다던 민주당이 내놓은 쓰레기안에 합의한다는 것에 납득할 수 없다”며 “우리는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쟁의활동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을지로위원회가 중재한 노사 합의안에 서명하지 않았다. 중재안이 해고자 전원 직접고용이라는 대법원 판결 취지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주일반연맹은 “을지로위원회의 중재안과 어제 합의문은 대법 판결 취지를 전면에 부정하는 것”이라며 “도로공사의 억지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합의”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판결 시점이 다른 931명의 1심 계류자들 모두를 법적 절차에 맡겨 버렸고, 저마다 자신들의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간제”라며 “2년 내에 판결이 끝나지 않으면 다시 해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업무를 하는데 대표 소송을 진행해서 이겼으면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똑같이 적용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악덕 재벌도 아닌 공공기관인 도로공사에서 억지논리로 몽니를 부리며 선별적 고용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주일반연맹은 “반쪽 합의를 통해 남은 반쪽을 또 쪼개려 하겠지만 민주일반연맹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은 도로공사와 정부에 있다고 확신한다”며 “결자해지하고 원칙적인 대안을 제시할 때 까지, (도로공사와 정부가) 옮음을 이행할 때 까지 투쟁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민주일반연맹의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공동주최자였던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한국노총이 노사 합의를 도출하자 회견을 취소해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회견을 대신 주최했다.

    일각에선 한국노총이 노사 합의를 한 상황에서 민주노총과 기자회견을 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근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은 정의당에 집단 입당한 바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강래 사장, 김현미 장관, 이재갑 장관 파면’ 촉구하는 데에 민주일반연맹과 정의당의 의견 차이가 있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정의당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해고자 전원을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해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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