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법대중정당인가, 전선인가?
    By
        2008년 01월 29일 04:4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과제2 미래의 노선 문제’, 즉 북한과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새로운 진보의 좌표를 설정하는 것은 ‘신당파’의 ‘반종북’의 문제의식과 통하는 것이었다. 과제 3, 4는 이 노선을 추진할 당의 모습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이는 ‘반패권’의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하겠다.

    셋째, 새로운 좌표 설정에 따른 집권경로와 당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공동전선기구인가, 혹은 집권의 주체이자 최상위의 정치조직인가? 혁명적 소수정예당인가, 합법대중정당인가? 그리고 넷째, 그러한 당의 정체성에 맞는 조직형태와 운영방식은 무엇인가?

    과제3. 새로운 좌표 설정에 따른 집권경로와 당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아무리 토론을 많이 하고 출중한 지도자와 특출난 이론이 있다 하더라도 당원들의 생각이 100% 같을 수는 없다. 모든 지지가 비판적 지지인 것처럼, 따라서 모든 정당은 연합당이다. 그래서 내부 민주주의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고, 공존의 질서가 필요한 것이다.

    집권은 현재 헌법체계의 일정에 따른 선거로 할 것인지, 항쟁지도부가 되어서 권력을 접수할 것인지, 어느 경우나 다 상관없는지 등, 집권경로가 합의가 되면 좋겠다. 사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어느 경우도 다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식으로 합의가 되어 있다고 본다.

    선거를 통해 의회에 참여하는 것은 수권능력을 배양하고 검증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당장 근로대중의 삶과 투쟁의 현장에 결합하는 것은 집권경로가 될 뿐만 아니라 보수정당과 다른 진보정당의 존재이유이기에 그렇다.

    그렇지 않고, 어느 한 경우는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다. 하지만, 현재 당의 규모나 위상으로 보거나, 실제 참여한 정파들의 구체적 행동으로 볼 때, 집권경로에 대한 입장이 달라서 작금의 위기사태가 온 것이라 보기엔 힘들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자동계좌이체로 당비를 내는 제도를 포기할 것이 아닌 다음에야, 혁명적 소수정예당인가, 합법대중정당인가에 대한 이견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합법대중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불투명한 회계장부의 문제가 있었다.

    이의 진상 공개를 요구하는 것이 마치 동지를 신뢰하지 않는 몰지각한 사람이거나, 합법개량주의라고 몰아세우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인데, 그분들은 탈당하셔서 혁명적 소수정예당을 만드실 일이다.

    전선인가, 정당인가? 

    그리고 공동전선기구인지, 혹은 집권의 주체이자 최상위의 정치조직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존재한다. 완전히 합의를 보기가 어려운 이러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같이 있어야 한다면, 공존의 룰이 필요하다.

    조직적인 공금유용이나 부정부패, 집단 위장전입 같은 소위 ‘패악질’은 전선기구라 하더라도 공존의 질서를 깨는 것이다. 그러나 ‘패악질’만 없어진다고, 혹은 ‘반종북 신당’을 만든다고 갈등의 소지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꿈은 따로 꿀 수 있으되, 이불은 한 이불을 덮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허구헌 날 어떤 이불을 덮을지 가지고 싸우다 보면 같은 꿈이든 다른 꿈이든 정작 꿈을 꿀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빨리 문제의 소지를 없애고 가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 이번에 확실히 정리를 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빨리 그 이유와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한다. 신당을 만들더라도, 이 문제가 합의가 안 되면 또 비생산적인 다툼이 벌어지기 십상이다.

    2008년의 대한민국에서 ‘전선체’가 필요한지 안한지, 정당이 운동의 최상위 정치조직이면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해서 동지들의 명쾌한 주장을 듣고 싶다.

    이와 함께, 앞서 말한 불투명 회계나 재정운영의 문제도 심각하다. 이는 정당법과 따로 놀고 있는 현재의 지역조직 편재와 재정운영과 관련된 대안, 즉 네 번째 과제와도 이어진다.

    과제4. 당의 정체성에 맞는 조직형태와 운영방식은 무엇인가?

    전선체에 복무하든 최상위 정치조직이든 상관 없다. 분회 등 골간조직의 구성 형태, 새로운 시대의 진보정당에 걸 맞는 조직형태와 운영방식이 필요하다. 아울러 비례대표 등 공직후보나 당직 선출 방식도 정리해야 한다. 패권적으로나 탈법적으로 당원들의 의사를 왜곡할 수 있는 제도는 정비해야 하되,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내부선거에서의 부정투표나 표심왜곡의 부작용만 방지할 수 있다면, 주민등록상 주소지나 근무지에만 연연하여 당원을 배치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대표성의 비례성 문제나, 누락되는 당원만 없다면, 노동조합의 직장분회나 학생위원회 말고도 관심 분야별 연구모임, 직업에 따른 직능모임이나 정파, 심지어 동호회를 통해서도 당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단순한 취미동호회만으로 당권을 수렴하는 골간조직이 구성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방식, 즉 총선지역구에 맞춘 지역위에 당원을 배치하는 것 이상의 새로운 형태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현재의 지역위를 대책없이 해체하거나, 지역에 뿌리내리는 지역정치활동의 중요성을 우습게 여기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지역구에 출마하는 정당만 유리하다며 ‘1인 2표제’를 관철시킨 정당에서, 지구당을 ‘꿰어차지’ 않으면 중앙위원을 배출하기 힘든 구조를 만든 것도 모순이다.

    하여 주 활동무대를 기동성 있게 옮겨 다니는 ‘다함께’ 류의 행동도 보장할 수 있는 진보정당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당직선거에서의 정파명부 비례대표제가 위의 문제의 하나의 대안일 수 있는데, 정작 기동성을 발휘하던 사람들이 별로 정파등록제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아이러니하다.

    어쨌든, 위장전입이네 지구당 접수네 하는 시비 없이, 나름의 문제의식에 기반한 광역도시에서의 기동적인 정치활동 전략을 펼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물론, 이 주장은 어디까지나 지역에 뿌리내리는 정치활동과 당원들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도 여러 방식의 정치활동을 가능하게 하자는 말이지, 그간의 지역위 인수합병의 숫자놀음에 면죄부를 주자는 말은 아니다.

    당직추첨제, 정책당대회나 소모임 의무가입제도 등 많은 동지들이 좋은 제안을 해 주었는데, 여기에 지역위원회 간 자매결연사업도 추가하여 제안한다. 1~3년 단위로 바꿔가면서 지역위 두 세 개를 자매 결연하여 당직선거도 사업도 같이 하고 그런다면, 고민도 교류하고 도움도 주고 받을 수 있다.

    지역위가 폐쇄적이지 않게 되므로 행여나 있을 부패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끼리끼리만 알고 정보를 주고 받는 ‘운동권 동창회’식의 인맥쌓기를 넘어서 특히 필자가 속한 유럽위원회 등, 오지나 소외지역의 지역위나 신설된 지역위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정당법 대응 문제,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불순한 의도의 회계부정도 문제이나, 이는 징계해야 할 일탈적 행위이다. 더 큰 문제는 정당법에 대한 어정쩡한 대응으로 인한 회계문제이다. 비대위는 울산시당의 전 상근자가 공개하는 사례를 모른 척 하면 안 된다.

    정당법을 지키든가, 그게 아니라 불복종운동을 할 것이면 실무자를 이중장부작성에서 해방시켜주든가 해야 한다. 이중장부를 작성할 동지들 개개인을 못 믿어서가 아니다. 조직역량의 낭비인 데다가, 무엇보다 낮에는 야당하고 불복하고 밤에는 여당하며 복종하는 것이며, 그 책임을 실무자에게 떠넘기는, 비겁한 일이고 창피한 일이다.

    정당법을 지키려면, 지금의 지역 상근자 인력배치도 전면적으로 다시 해야 한다. 대대적인 당 구조 변화가 뒤따르는 일이다. 신당을 만드는 경우라면 설레이는 마음으로 새집 짓는 것이니 쉬운 일이겠으나, 비대위는 어렵더라도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 한다.  <4편에 계속>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