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보사 사태 발생 6개월
    식약처·코오롱, 수수방관
    보건복지위 국감 주요 쟁점···피해 환자 60% 투약 이후 통증 악화
        2019년 10월 07일 05: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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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오롱생명과학이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홍보해 제조·판매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주사를 맞은 환자 다수가 부작용 등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조사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등이 실시한 것으로, 정작 인보사를 허가한 식약처는 ‘인보사 사태’가 벌어진 지 6개월이 지났음에도 역학조사와 환자 안전 관리 검사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역학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사진=윤소하 의원실)

    인보사 사태 이후 첫 역학조사 결과
    피해 환자 60%가 투약 이후 통증 악화…우울감 등 정신적 고통도 심각

    7일 인의협은 인보사 투여 환자 8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 결과 60%가 투약 이후 통증과 기능이 나아지지 않거나 더 심해져 추가적인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자들은 인보사 투약 직후 커다란 신체적 고통을 느꼈고, 이후에는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에까지 시달리고 있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 인의협, 피해환자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오킴스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역학조사는 설문(양적조사) 86명(주사 109건), 심층인터뷰(질적조사) 10명이 이뤄졌다.

    인의협 인권위원장 최규진 교수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조사는 초기 조사(pilot study)로서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코호트 구성을 통한 장기추적조사를 책임 있는 정부기관이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의협의 양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700만원에 달하는 인보사 주사를 맞은 피해 환자들은 대부분은 병원의 권유를 받았고, 나머지는 광고를 보고 병원을 찾았다.

    주사를 맞는 과정에서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15.5%(13명), 설명과정에서 ‘연골 재생 효과’가 있다는 설명을 들은 경우가 66.3%(57명)였다. 조사대상 중 26.7%의 환자(23명)가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거나, 거의 부작용이 없다는 설명만을 들은 환자도 있었다.

    통증과 관련해서도 투약 전보다 투약 후에 통증을 느끼는 빈도가 증가했으며, 통증 정도에 있어서도 투약 전보다 투약 후에 더 증가됐다는 응답이 나왔다. 이로 인해 진통제와 소염제를 복용하는 횟수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0% 정도가 인보사 투약 이후에도 통증과 기능이 나아지지 않거나 더 심해져 관절주사 등 추가적인 치료를 받았다는 답변도 나왔다. 관절주사 32명(39.0%), 인공관절치환술 4명(4.9%), 기타 13명(15.9%), 없었음 33명(40.2%)이었다.

    부작용 조사에서는 투약 이후 한 번이라도 새롭게 경험한 증상으로 붓기 59명, 불안 52명, 열감 47명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증상으로는 불안 51명, 피로감 46명, 우울감 42명 순이었다.

    인보사 투약 직후에는 신체적 고통이 더 컸다면, 이후에는 정신적 고통도 가중된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불안 척도 조사의 표준조사방법인 Beck 불안 척도 (Beck Anxiety Inventory :BAI)를 이용한 환자들의 불안 척도 조사에서는 극심한 불안 상태에 있는 사람이 20명(24.7%), 심한 불안 상태에 있는 사람이 5명(6.2%), 불안 상태에 있는 사람이 4명(4.9%)으로 조사됐다.

    우울 척도 조사의 표준조사방법인 한국형 노인우울척도(GDS-K)를 이용해 환자들의 우울 정도를 조사한 결과 또한 심각했다. 심한 정도의 우울증 31명(38.3%), 중등도의 우울증 11명(13.6%), 경계선수준 및 경도의 우울증 11명(13.6%)으로 나와 65% 이상의 사람들이 우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심한 정도의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도 38%가 넘었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피해 환자들은 대부분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특히 종양원성이 있는 신장세포가 몸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암에 걸리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심지어 자살 시도까지 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환자 법정 대리인인 엄태섭 변호사는 “환자들은 너무 시리고 저리고 고통스러운데다 내 몸에 투약된 것이 도대체 무슨 세포인지 그 정체조차 알 수 없다는 불안함에 일상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심지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수면제 50알을 먹고 자살시도까지 한 분도 있다”며 “그러나 의사도 코오롱도 식약처도 정부도 어느 누구도 도움의 손길은커녕 책임조차 지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은 각자 수소문해 진료방법을 찾아야 했고, 추가적인 치료로 인한 비용 지출은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만 했고, 인보사 부작용으로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 내몰려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며 “환자들에게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기에 이 고통을 혼자 감내해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인보사 허가한 식약처, 장기추적조사 코오롱에 지시만…
    환자 검사는 단 2건에 불과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인보사 사태는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특히 인보사 사태가 공론화된 후 식약처는 장기추적조사 등 사후대책을 발표했으나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없었다.

    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인보사 투여환자 3,006명(식약처 추정치) 중 장기추적조사에 전체의 76%인 2302명만 등록했다. 식약처가 피해 환자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식약처는 10월 안에 환자등록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장 의원은 “인보사를 투여 받은 모든 환자에 대해 6개월 이내에 검사 실시하고 이상 상황을 보고하기로 했는데 현재 검사 받은 인원은 0명”이라며 “식약처의 소극적 대응과 무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의경 식약처장은 “최근에 2명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코오롱이 600억원을 들여 15년간 환자 장기 추적조사를 실시하기로 사후대책도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시민사회단체에서 3개월간 환자 100여명을 모아서 역학조사를 했는데 코오롱과 식약처가 하기로 한 역학조사는 어떤가. 환자도 다 파악하지 못했고 코오롱이 주최한 환자 간담회에 참여한 규모도 20명 정도”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최근 코오롱은 ‘미국 정형외과 권위자가 인보사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소견을 발표한 의사는) 인보사 임상에 참여한 사람”이라며 “코오롱한테 과연 후속조치 맡길 수 있겠나. 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감에선 식약처와 코오롱의 부실한 사후대처는 물론 인보사 허가 과정의 문제 등 식약처의 무책임과 코오롱의 기업윤리 부재 등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인보사가 1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6명의 반대 의견으로 내서 부결되자 식약처는 6월에 2차 회의를 다시 하면서 위원을 7명에서 14명으로 늘리고 반대 의견 낸 위원 대거 불참한 상태에서 허가했다”며 “당시 2차 약심위 회의록을 보니 ‘회의에서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무기명으로 공개’하자고 했다. 이렇게 의결을 한 것을 누가 믿겠나”라고 반문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오롱이 사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식약처와 내통한 희대의 사기사건”이라고 질타했다.

    기 의원은 “인보사 허가를 결정한 날짜가 손문기 전 식약처장 퇴임식 날이다. 조직적 범죄행위에 모든 기관이 동원되어진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코오롱 측은 이날 국감장에서도 인보사의 주요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닌 암을 유발하는 신장세포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다만 인보사에 포함된 신장세포의 문제를 인지한 후에도 300여명의 환자에게 투여했다는 점에 대해선 인정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20여년의 연구 노력 끝에 나온 제품이었지만 주성분인 세포가 바뀌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세포가 바뀐 사실에 대해선 올해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3월 인보사의 세포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코오롱생명과학에 보고했으나, 이러한 보고 사실을 2년 후에 파악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기 의원은 “상식적으로 연골세포가 아니라 다른 세포라는 것을 발견해서 회사에 보고했는데 천억이 넘는 돈을 투자한 회사의 회장이 그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을 믿어달라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우석 대표는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인보사에 신장세포가 포함돼있다는 논문 등 자료를 본 건) 금년 2월”이라고 말했다. 코오롱 측이 해당 자료를 확인한 금년 2월 이후에도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는 300명이 넘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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