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시장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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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8월 08일 09: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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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간, 경제학자들의 무덤

    ‘공간’이라는 범주는 생각보다 어려운 개념이다. 생각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공간의 문제를 풀려고 했지만, 제대로 풀어지지가 않아서 그야말로 경제학자들의 무덤 같은 곳이 바로 공간의 경제학이다.

    범위를 설정하기가 어렵고, 토지의 수요와 공급 혹은 건물의 수요와 공급 같은 단순한 논리만으로는 바보 같은 얘기를 동어반복적으로 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도출하기가 어렵다. 정답은 없고, 그야말로 ‘맥락’만이 존재할 뿐이다.

    2. 조닝(zoning)과 지구단위계획

    몇 년 전부터 지구단위계획이라는 일종의 조닝(zoning)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다. 가끔 지구를 지키는 계획이냐고 농담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사실은 지역을 하나로 묶어서 총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제도이고, 공영개발의 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90년대 후반까지 문제가 된 난개발을 없애는 동시에, 지역에 실제로 사는 거주민들이 공적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민주주의를 촉진시키기 위하여 유럽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도이다.

    뜻은 좋았는데,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 들어오자마자 두 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첫 번째 문제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상태에서 그야말로 토호들이 동네 집주인들과 집값을 올리기 위해서 재개발 같은 것을 대대적으로 하는데 정부의 돈을 끌어오는 장치로 이 제도가 악용된 것이다.

    뉴타운을 비롯해 송파신도시니 하는 것들이 지구단위계획이라는 제도 위에 서 있는 새로운 개발방식이 되었다. 세입자나 중소상인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지역별 도시계획위원회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면서 토호들의 ‘땅값 올리기 위원회’처럼 변질되어 운영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두 번째 문제는, 지역의 ‘수용능력’과 같은 생태지표들이 제대로 만들어지거나 지원되지 않으면서, 결국은 더 많은 그리고 더 큰 집을 짓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게 되었다. 70년대에 한강변에 고층 아파트들이 몰려드는 것을 ‘스카이 라인’이라는, 매우 심미적이며 고급스런 개념으로 제어했는데, 지구단위 계획부터 세우고 고층 아파트 재개발을 하는데 제어할 수 있는 다른 장치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두 가지 문제로 서울의 생태계는 폭발을 향해 달려가는데, 불행히도 이 땅값 혹은 아파트값의 제전에 세입자를 포함한 가난한 사람들은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3. 용산 지구단위계획 그리고 오세훈과 강금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7월3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용산에 민족공원 혹은 그 무엇이 되었든 공원의 형태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주상복합건물을 엄청나게 올려서 정부가 돈을 좀 뽑아낼 것인가가 몇 년 전부터 서울의 미래에서 심각한 논쟁이 붙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용산은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열 대표를 비롯한 환경단체의 ‘큰 어른’들이 사실은 이 과정에서 역할을 좀 했다. 그런데 건설교통부는 택지를 일부라도 공급하면서 미군으로부터 기지를 인수할 때 들어가는 돈을 좀 충당하고 싶어 했다.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큰 돈이 중앙정부가 필요한 이유에는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을 복원하기 위한 비용들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추정하기도 한다. 물론 자료가 공개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속내는 잘 모른다.

    하여간 여기에 공원 이외의 아파트를 지어봐야 서울에는 실제로 좋아지는 것이 없으므로, 이명박의 서울시도 용산 지구단위계획이라는 틀을 통해서 여기에는 공원을 만들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을 대체적으로 내리고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강금실 전 서울시장 후보가 여기에 서울시 신청사를 이전하고 일부를 좀 개발하자고 들고 왔는데, 아마 정부원안인 건설교통부안이 흘러들어가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상상할 수 있다. 물론 선거 캠프에 있던 사람들만 그 진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강금실 전 서울시장후보가 떨어졌다. 그래서 건설교통부가 손수 나서서 그래도 용산의 일부를 개발하자는 얘기를 하게 된 셈이다. 이 경우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원래 입장이 좀 낫다. 오세훈의 ‘녹색’은 이상하지만 강금실과 비교하면 오세훈의 서울시가 훨씬 낫다는 말은 이래서 나온 것이다.

    4. 서울공항 또는 재앙의 진원지

    이렇게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부딪히는 문제 가운데 사실 용산보다 더 큰 것은 서울공항이다. 서울 남부지역의 허파 역할을 하면서 거대한 생태적 보호막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 성남시에 위치한 서울공항이다.

    생태계의 눈으로만 보자면 용산이 거대한 개발지가 되는 것보다는 공원이 되는 게 훨씬 유리한 것처럼, 서울공항이 여러 문제가 있더라도 버티고 있는 것이 강남구와 송파구 그리고 성남시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제 2강남’인 서울공항 부지가 거대한 개발지가 되는 것보다는 유리하다.

    이 경우에는 부지가 워낙 크기 때문에 지구단위계획보다는 훨씬 큰 광역개발에 준하는 개발계획이 필요한데, 건설교통부와 성남시, 강남구, 서초구는 개발 쪽이고, 서울시의 경우, 이명박 전 시장이 제동을 한 번 걸었다.

    물론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폭탄인데, 양재에서 가락시장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대지에 택지개발이 전면화되면 서울 남부지역의 대기조건이 어떻게 될지 그리고 ‘수용능력’에 대해서 어떤 부작용이 생겨날지 아직 아무도 계산한 본 사람은 없다.

    대체적으로 재앙수준의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하는데, 막상 ‘집값 안정’이라는 토지공급론자들의 논리가 발동되기 시작하면 전례로 볼 때 막기가 보통 어려운 것은 아니다.

    5.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용산에 공원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 대체적으로 시민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것 같은데, 건설교통부가 “돈은 어떻게 하지?”라는 질문을 들고 나왔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과 같은 행정행위는 자주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서 적절한 절차를 만들기가 쉽지가 않고, 정답에 해당하는 전례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야말로 처음 걸어가 본 길을 걸어가는 셈이다.

    굳이 사례를 찾자면,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서 서울시에서 빠져나가게 되는 건물들과 그 입지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와 비슷하기는 한데, 대체적으로 정부는 전부 민간에게 매각해서 신나게 건물 올리게 해준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웃기는 얘기기는 한데, 건설교통부가 급진 초고속개발을 주장하는 반면에,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던 서울시가 생태적 온건개발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아닌 것 같지만, 상황은 그렇다.

    나도 정답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사실 힘이 있다면 미국과 미군기지 협상에서의 환경복원비용과 유사한 한국 정부의 비용부담에 대한 협상을 다시 한 번 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조심스럽게 지적하고 싶다.

    건교부는 지금 죽을 맛일지도

    여기에서 비용을 많이 줄인다면 용산공원의 경계를 고밀도로 개발해서 정부가 돈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태의 인과만 따져보면 미국과의 협상은 정부가 잘못해놓고, 시민들의 공원의 일부에 건물을 올리자고 하는 형국이다.

    물론 건설교통부도 지금 죽을 맛이기는 할 것이다. 협상은 외교부와 국방부가 주로 해놓고, 비용만 건설교통부에서 만들라고 하는 있는 셈이니까 그들도 국민의 일부인데 괴롭지 않겠는가?

    이 문제는 환경이냐 개발이냐 같은 바보 같은 질문을 중심으로 논의할 것이 아니라 도대체 왜 정부에서 그렇게 많은 돈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되었고, 이 돈을 어떻게 하면 경감할 것인가, 그리고 만약 그 돈을 줄이기 어렵더라도 이걸 공원의 일부를 희생시키면서 택지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충당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다른 도로를 중복으로 만드는 바보 같은 건설교통부의 다른 예산에서 전용해서 충당하는 방식은 없는가라는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다. 잘못은 다른 사람이 하고, 이미 지구단위계획이 어느 정도 확정된 용산의 공원을 떼어다 팔겠다는 것이 꼭 옳아보이지는 않는다.

    중앙정부는 건설교통부만 방패막이로 전면에 내세우는데, 반대하거나 다른 방식의 답변을 찾는 사람의 경우도 건설교통부만 욕한다고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민족공원 혹은 그 무엇이 되든 서울에 대규모로 남아있는 얼마 되지 않는 녹지를 어떻게 축으로 조성하고 다른 곳과 연계해서 최소한의 생태보호지역 같은 곳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잘못된 협상을 그대로 두고 공원의 일부에다가 “집 좀 지읍시다.”라고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지금 서울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 위기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왜 용산 미군기지 반환에 추가로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되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첫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이 경우에는 지구단위계획을 존중하는 것이 사태해결이 첫 실마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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