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실무회담 결렬 선언,
    북의 미국 압박 위한 전술
    정세현 "사전 평양 지시 받았을 것"
        2019년 10월 07일 01: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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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북미 실무협상 결렬 선언이 “전술적 결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이 진행한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를 비롯해 ‘선 안전보장·제재해제’ 요구를 미국이 수용해야 한다는 압박 전술이라는 설명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 또한 7일 오전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북한이 미국에 원한 것은 제재 완화가 아닌 것 같다”며 “경제제재 완화는 미국이 들고 나갔는데 ‘그런 것은 필요 없고 내가 원하는 건 체제 안전보장 문제’라고 한 것”이라며 “한미연합훈련이 계속되고 한국이 F-35 스텔스전투기 전략자산을 들여오는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 등 안보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게 북한의 프레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이 어느 시점에 영변에 더해 핵사찰을 허용한다면 경제제재를 완화해주겠다는 안을 들고 나갔다. 북미의 셈법이 안 맞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하노이 회담하고 정 반대 양상”이라며 “하노이 당시는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제재 해제해달라고 했는데 미국이 거부하면서 깨졌는데 이번엔 북미가 그때와 각자가 다 반대로 말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하노이 회담의 학습효과로 바뀐 거다. 미국이 절대 경제제재 해제를 안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 결렬이 미국 측의 “판단 미스”라며 “최근에 북한은 계속 경제제재 문제가 아니라 체제 안전보장이 핵심이라는 걸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생산적인 안도 없이 미국이 경제 제재 완화 쪽으로만 쏠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직속 통일자문기구인 민주평통의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선 안전보장·경제제재 해제’라는 북한의 요구를 미국이 수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안전권과 발전권을 보장하라 하는 이야기”라며 “안전권은 군사적으로 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확실하게 하고 발전권은 경제제재 해제, 그 원칙에 합의하면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핵은 다 내놓을 수 있다. 엔드 스테이트(End State)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최종적인 비핵화에 합의한 후에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요구를 미국이 받을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급하다. 외교 분야에서도 업적이 없고, 그나마 정상 간에 친선을 주고받은 경우는 북한밖에 없다. 욕심을 낼 것”이라고 봤다.

    다만 “미국 내 취약한 입지와 내부 반발은 문제”라며 “우리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대목이다. 미국의 실무 관료들이 트럼프 대통령 편에 좀 서도록 우리 정부가 미국 실무 관료들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됐던 실무협상을 북한이 돌연 박차고 나온 것을 놓고는 사전에 계획된 결렬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북한에선 처음부터 (미국을) 좀 더 압박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나오지 않겠나 하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회담을 끝내고 나오면서 30분 만에 대사관까지 들어가서 10분 만에 인쇄된 성명서를 읽었다. 점심시간에 평양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것”이라며 “평양 지시 아니면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미국이 (내놓은 협상안이) 지난번보다는 조금 낫기는 하지만 이 정도론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써서 금년 중에 미국의 태도 변화를 확실하게 유도하고자 한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그러면서 “하노이 회담 때 당했던 것에 대한 보복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수석부의장은 특히 하노이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이번 스톡홀름 실무협상 후 김명길의 성명 발표에 대해 “데자뷔”라며 “이번엔 미국이 뒤통수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트럼프가 10월 탄핵을 비껴가거나 그걸 누를 수 있는 뉴스 밸류(News Value) 가 있는 사건을 만들고 싶어 한다는 계산을 하고, (미국이 이번 실무회담에서) 굵직한 것을 내놓을 줄 알았는데 자잘한 거 몇 개 늘어놓으니 북한 입장에선 ‘시간을 두고 더 다급하게 만들어야 되겠다’는 계산을 한 것”이라고 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아주 강하게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에서 결렬이란 용어를 쓴 것 같다”며 “의도적으로 결렬이라 표현하면서 미국을 한번 압박하는 협상전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자문연구위원은 “김명길의 담화에서도 나왔듯이 자기네들은 많은 걸 했는데 그동안 미국은 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먼저 체제 안전보장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에 북한이 이뤄놓은 여러 가지 비핵화 조치들에 대해 (미국이) 대가를 먼저 치르고 그 뒤에 협상을 하자는 얘기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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