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4법칙, 07년 여권 경선에도 적용될까?
    2006년 08월 07일 12: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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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7년 대선부터 여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반복되는 게임의 법칙이 넷 있다. 

첫번째.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양자’와 ‘적자(혹은 서자)’간의 싸움이다.

차기 대선과 관련해 현직 대통령과 여당은 항상 두 가지를 고려하게 된다. 먼저 당선 가능성이다. 이는 주로 양자영입의 논리다. 또 하나는 정치적, 정책적 단절의 최소화다. 이는 적자(혹은 서자) 인큐베이팅론의 근거다. 

임기말로 갈수록 대통령과 여당의 이해는 엇나간다. 이는 차기 대선 후보에 대한 선호도에도 반영된다. 현직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항은 정치적, 정책적 노선의 계승과 정치적 보복의 최소화다. 정권재창출은 그 수단일 뿐이다. 반대로 여당 의원들은 정권재창출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 그래야 자신들의 정치적 활로가 열린다.

그래서 게임의 법칙, 둘.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은 적자(혹은 서자)를 키우는 방법을 선호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경쟁력 있는 영입 후보를 밀었다.

지난 97년 대선에서 ‘깜짝 놀랄만한 젊은 후보’라던 이인제 후보는 YS의 적자였다. 당시 YS는 이 후보를 노골적으로 띄웠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양자인 이회창 후보 뒤에 줄을 섰고, 그를 대선후보로 뽑았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영남 출신인 노무현 후보는 DJ의 정치적 서자였다. DJ가 해양수산부 장관 입각과 국민참여경선제라는 인큐베이터를 제공하지 않았던들 오늘의 노대통령은 없었다. 반면 동교동계 주류는 DJ의 양자였던 이인제 후보를 지지했고, 이는 곧 이인제 대세론의 근거가 됐다.

게임의 법칙, 셋. 현직 대통령에 대한 양자와 적자(혹은 서자)의 태도는 정반대다. 양자는 차별화를 위해 ‘각’을 세우는 반면 적자(혹은 서자)는 정치적, 정책적 계승을 공언하면서 엄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후보는 YS의 탈당을 요구했다. YS는 결국 중립적 대선관리를 명분으로 탈당했다. 당에서 YS를 쫓아낸 것이다.

반면 2001년 노무현 후보는 언론사 세무조사로 촉발된 정권과 언론과의 싸움에서 정권의 전위대 역할을 했다. DJ가 말하기 힘든 것을 직설적으로 내뱉었다. 당원 상대의 강연에서 조선일보를 쥐고 흔들면서 당심을 사로 잡았다. 정권과 언론 사이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던 이인제 후보를 믿지 못할 사람으로 몰아붙였다.

게임의 법칙, 넷. 양자가 이기건 적자(혹은 서자)가 이기건 경선에서 지는 쪽은 어김없이 당을 깨고 나갔다. 97년에는 적자측이, 2002년에는 양자측이 당을 박차고 나갔다.

9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한 이인제 후보는 탈당해서 국민신당을 만들었고, YS는 이를 방조했다. 당시 YS는 DJ가 정권을 잡기를 내심 바랐다고 할만큼 이회창 후보에 대한 반감이 깊었다. 2002년 대선에서는 이인제 후보를 밀던 동교동계 주류가 ‘후단협’을 만들어 탈당했다.

   
▲ 고건 전 국무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왼쪽부터) ⓒ연합뉴스
 

오는 2007년 대선에서도 이와 같은 게임의 법칙이 작용할까.

노대통령은 ‘8.6 당청회동’에서 ‘선장영입론’을 꺼내들었다. 당 내부에 인재들이 많다는 말도 했다. 명망있는 외부 인사와 내부 인사들이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곧 게임의 법칙 가운데 하나인 ‘양자와 적자의 싸움’을 공식화한 것이다.

현재 외부 인사로는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이 당 안팎에서  거론된다. 여권 내 인사로는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 외에, ‘8.6 당청회동’에 청와대측 요청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천정배 의원, 정세균 산자부장관, 류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있다. 현직 선장을 앞에 두고 ‘선장영입론’을 거론한 것은 김근태 의장에 대한 ‘견제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대통령도 적자 후보를 선호하게 될까. 이는 ‘적자’의 선을 어디로 긋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 의장이나 정동영 전 의장의 경우 노대통령의 한시적 동업자에 가깝지 적자로 보기는 힘들다. 현재의 당청관계에서도 드러나듯 이들과 노대통령의 관계는 계승과 엄호가 아니라 차별화와 ‘각 세우기’라는 열쇠말을 갖는다. 노대통령이 이들을 외부 영입인사보다 특별히 더 선호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적자’의 범위를 ‘친노직계’로 한정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유시민 장관이나 김두관 전 장관, 문재인 전 수석, 혹은 지금 인큐베이터에서 크고 있을지 모를 또 다른 친노성향의 주자에게 노대통령이 선호 표시를 보내는 것은 자연스럽다.

차기 대권 후보의 노대통령에 대한 태도 역시 게임의 법칙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친노 성향 바깥의 후보군(외부 영입 인사 및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 등)은 ‘인기없는’ 노대통령과 갈수록 더욱 각을 세우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친노직계 후보의 경우 ‘계승과 발전’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선 전후에 당이 깨지는 게임의 법칙은 이번에도 반복될까.

노대통령은 자신은 당을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직이 끝나면 백의종군 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자신의 탈당을 전제로 한 정계개편론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또 정계개편을 하더라도 열린우리당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대통합에 장애가 될 경우 당내 통합론자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자신들이 당을 깨고 나가거나 공식 의사결정 기구를 통해 통합을 당론화함으로써 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노대통령을 사실상 출당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한 여당 의원은 "지금이야 당이 대통령과 같이 가지만 선택이 불가피한 시점이 오지 않겠느냐"며 "필요한 경우 대통령과 결별할 수 있는 다양한 절차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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