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할 권리"
참기 힘든 한국 정치의 현실
[에정칼럼] 1년간 원내정당 ‘기후변화’ 논평 11개뿐
    2019년 10월 01일 09: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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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째 조국 장관과 검찰개혁 이슈가 한국사회를 뿌리 채 뒤흔들고 있다. 이 쯤 되면 조만간 ‘조국 현상’이 백과사전에 등록될 것 같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이 개인적으로는 피곤할 뿐만 아니라, 무언가 몹시 불편하다.

전문가와 시민 가릴 것 없이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한국 정치의 이러저러한 문제에 대해 분노해 왔고, 종종 모든 종류의 사회문제에 대해 종국에는 정치의 문제로 환원하곤 하는 것에 내심 쉽게 동의하지 못했었다. 여전히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정치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이 옳은지, 혹은 유용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 한국 정치의 ‘어떤’ 실종에 대해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는 생각이다. 기후변화가 생명권을 위협하는 시대에 정치는 어디에 있는가?

5개 원내정당, 1년간 기후변화 언급 논평 11건에 불과

‘기후의 역습’, 혹은 ‘기후재앙’으로 표현되듯 기후변화는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매년 여름의 폭염으로 인한 사망사고 보도가 흔해지고 있고, 가을 태풍이 낯설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이는 단순한 생활의 불편함을 넘어 많은 이들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

지난 금요일 청소년들의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가 있었다. 한국의 청소년들의 외침은 툰베리의 절규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청소년, 그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재앙에 대해 기성 체제는 외면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를 대응하기 위한 과정에서 정치는 실종되었다.

지난 1년 동안 그 내용은 불문하고 원내정당들의 ‘기후변화’ 관련 논평은 11개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각 정당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논평‧성명은 총 8,292건이었는데, 전체 논평의 0.1%에 불과했다.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은 단 한 건도 없었고, 정의당은 2건에 불과했다. 참고로 지난 1년 동안 한국언론재단이 제공하는 빅카인즈에서 ‘기후변화’를 키워드로 검색하니 10,823건의 기사가 나왔다.

심지어 제1 야당이라는 자유한국당의 강령에는 기후변화는 고사하고, 환경관련 조항조차 없다. (정당 강령보기 http://www.nec.go.kr/portal/bbs/list/B0000431.do?menuNo=200628)

정치 과정에서 논의는 고사하고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것, 이것이 기후변화에 대한 한국 정치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기후재앙과 참기 힘든 한국 정치의 현실

또한 20대 국회에서 ‘기후변화’ 관련 법안은 모두 두 건이 제출되었는데,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잠자고 있다. 무엇을 안건으로 다룰 것인가 못지않게 무엇을 다루지 않기로 하는 결정 또한 매우 중요한 정치적 결정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게 우리의 존재를 위협할 정도로 나쁜 거라면서, 어째서 우리는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거죠? 왜 어떤 규제도 없나요? 왜 불법으로 만들지 않나요? 저로서는 조금도 이해되지 않았어요. 정말 말도 안돼요…모두들 기후변화가 존재론적 위협이며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예전처럼 살고 있어요. 저로선 이해가 안 갑니다. 왜냐면 탄소 배출을 멈춰야만 한다면, 탄소 배출을 중단해야 합니다.”

– 그레타 툰베리 TED 강연 중 (https://www.vtomb.com/watch?v=H2QxFM9y0tY&hl=ko)

기후를 위해 결석을 감행한 툰베리와 수많은 청소년들에게는 너무나 간명한 문제 진단과 해법이 있는데, 이에 응답하는 정치인은 누구인가?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기후변화에 침묵하고 있는 작금의 한국정치는 기성의 화석연료 체제를 유지‧강화시키고, ‘미래세대의 미래’를 빼앗고 있는 것이다.

17~18세기 로크와 몽테스키외 등의 사회계약론이 제기된 이래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저항’할 권리가 있음을 역사는 증명해 왔고, 어쩌면 그것이 민주주의의 역사일지 모르겠다.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목소리 내는 정치를 또 다시 기대할 것인가, 내년 총선에서 대안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기대를 포기하고 저항할 것인가?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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