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전노조는 왜 사장실을 점거했나
    By tathata
        2006년 08월 04일 10: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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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전노조가 지난달 31일부터 4일 현재까지 한국전력공사 본관 10층 사장실을 점거 농성 중이다. 노조는 한전이 개별 조합원에 대한 징계방침을 철회하고, 삭감된 임금 등을 돌려받을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발전노조와 한전 간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발전노조가 밝히고 있는 농성 이유는 회사쪽이 노조의 임시총회에 조합원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지침을 내렸으며, 임시총회가 개최된 발전소의 본부장 등에게 이를 막지 못한 경위서를 작성케 하는 등 노조의 일상활동을 방해했기 떄문이다.

    발전노조는 지난 12일 전국 38개지부의 조합원 2,300여명이 참여하는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총회는 2006년 임금단체협상 요구안 설명회였으며, 이 날은 한미FTA 2차 협상이 서울에서 진행되어 협상중단을 요구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실시된 날이었다.

       
    ▲ 발전노조는 지난 3일 한전 10층 사장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전측이 임시총회를 무산시키려 했다고 발표했다.
     

    논란의 쟁점은 두 가지다. 노조는 그동안 관례적으로 근무시간 중 총회 참여를 보장받아 왔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그와 같은 관례가 없으며 단협이나 취업규칙 등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준상 발전노조 위원장은 “지금까지 수차례 지부에서 근무시간 중에 총회를 개최하였고, 관례상 총회 시간도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아 임금을 지급받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재훈 서부발전(주) 노사업무실 부장은 “지부의 임시총회는 근무 중이라 하더라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여 관례적으로 임금을 지급해왔지만, 발전노조의 임시총회는 그런 관례가 없어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근무시간 중 지부차원의 임시총회가 관례적으로 보장돼 온 만큼 발전노조의 임시총회도 당연히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발전노조의 임시총회는 전례가 없는 만큼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노조는 한미FTA를 앞두고 임시총회를 개최하였기 때문에 사측이 예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이준상 위원장은 “한미FTA 협상 기간 중에 발전노조가 임시총회를 개최하는 것을 산자부가 파업과 연관시켜서,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회사 쪽에서는 임시총회에 참여한 조합원의 명단을 파악하여, 이 가운데 1,117명에게 개별감사를 실시해 징계 방침을 세우고 있다. 노조는 임시총회에 참여하였다는 것만으로 징계를 논한다는 것은 노조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근무시간 내에 근무지를 무단이탈하였기 때문에 당연히 징계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또 사측은 총회에 참여한 조합원에게 참여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삭감할 것을 결정했다.

       
    ▲ 노조가 입수한 한 발전소 본부장의 경위서
     

    노조는 또 임시총회를 저지시키지 못한 발전소장들이 작성한 경위서에도 ‘노조탄압’ 흔적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활동보고서에 따르면, 임시총회가 개최되기 이틀 전에 발전회사 각 본부장은 “집회 참석은 불법이고 엄벌에 처하겠다”는 내용의 지침을 하달했으며. 직원들에게 불참을 유도하기 위해 교육하도록 지시했다. 총회 하루 전에는 발전소장이 각 부서를 순회하여 직원들과 티타임을 갖고 ‘집회’의 부당성을 설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임시총회 뒤 한 본부장이 쓴 경위서에는 “직원들에 대한 부단한 관리 노력에도 일부 부서장들의 직원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노력 미흡, 복직자들의 적극적인 선동으로 많은 인원이 참석하게 돼 대내외에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최 부장은 “근무시간 중 임시총회 개최로 회사의 업무가 마비됐다”며 “발전노조의 총회를 막기 위해 직원들에게 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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