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軍 원로들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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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8월 03일 07: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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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 장마와 태풍이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후. 국방부내 최신 시설을 갖춘 국방회관에서는 윤광웅 국방부장관과 13명의 전임 장관들이 먹음직스런 요리를 앞에 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둘러 앉아 있다.

노회한 전직 국방책임자들과 재빠른 보수 언론

현직 장관과 전직 장관의 간담회는 의례적인 덕담이 건네지고, 질 좋은 음식과 약주로 분위기를 돋우는 게 관례지만 이 날 만큼은 달랐나 보다. 이 자리에서 역대 국방부 장관들은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 논의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현 정부의 안보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3일자 신문에서 이 소식을 메인 뉴스로 끌어 올리고 사설까지 동원하여 비중 있게 보도하였고, <조선>과 <중앙> 또한 자신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노회한 국방 책임자들이 반가웠는지 원로들의 우려를 신속하게 국민들에게 전달하였다.

평생을 ‘한미동맹’이라는 외눈박이 눈으로 살아온 그들로써는 받아들이기 힘든 불순한(?) 정책을 친북좌파(?)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게 영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일부 전임 장관들은 “장관직을 걸고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협박까지 했다니 당시의 분위기가 얼마나 살벌했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작전 통제권’ 환수는 노태우 공약

1950년 7월 이승만 대통령이 일체의 지휘권(Command Authority)을 유엔군 사령관인 맥아더에게 이양한 이후 한국 대통령은 절름발이 신세의 군 통수권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정보의 판단과 해석을 전적으로 미군에게 위탁하고 있었으며, 미군이 짜준 작전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국군의 구조개편과 국방개혁도 미군의 승인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하고, 하물며 한미연합사와 사전 협의 없이는 부대 이동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 지난 3월 30일 충남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열린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양국 병력이 상륙훈련을 하고 있다. (태안=연합뉴스)
 

87년 대선에서 노태우 민정당 후보가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 환수를 선거공약으로 내건 이후 94년 김영삼 정부 시절에 이르러서야 아주 제한적인 범위의 평시작전통제권만 환수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데프콘 3 이하에서 작전통제권을 갖는 것이므로 엄밀히 이야기 한다면 사실상 평시작전통제권도 확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건군 57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자주국방과 국방개혁을 역설하였고, 자주국방의 핵심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다. 2005년 9월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SPI)에서 처음으로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한 논의를 공식화한 한미 당국은 2006년 10월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로드맵을 확정하기로 합의하였다.

한국 정부는 국방개혁 2020과 연계시켜 2012년 환수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은 2010년 전이라도 한국군에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론의 문제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하는 자들의 논지의 핵심은 한국군의 독자적인 전쟁수행능력이 부족한 터에 작전통제권을 넘겨받게 되면 안보불안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또한 한미군사동맹체제가 붕괴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들은 작전통제권 조기 환수론을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친북좌파 정권의 환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엔 한국군의 전쟁수행능력이 어떻게 부족한지, 작전통제권과 전쟁능력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이 없다. 또 전시작전통제권이 넘어오면 한미군사동맹체제가 왜 붕괴되는지에 대해서도 분석이 없다.

한국의 국방예산이 북한의 GDP보다 많은 22조 5천억을 넘어서고 있으며(2006년 기준), 매년 10%씩 국방예산이 인상 되며 최첨단 무기 도입과 시스템 정비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모르쇠다. 국방부에서 발행하는 국방백서에는 이미 수년 전부터 북한과의 군사력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으며 남한이 월등히 앞서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선전하고 있다.

또한 한미동맹보다 더 공고한 동맹관계를 미국과 유지하고 있는 영국과 일본도 전시작전통제권을 자국이 가지고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가 훼손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통제권 가진 영-일 미국과 동맹관계 문제 있나?

작전통제권을 갖지 않으면 독자적인 작전계획을 수립할 수 없다. 독자적인 작전계획을 수립하지 못한다면 군의 운용을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독자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전력을 어떻게 배치하고 대비할 것인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군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작전통제권을 갖지 않으면 군은 항상 무엇인가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경우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군 수뇌부들이 가장 수치스럽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자신들에게 작전통제권이 없다는 것이다. 전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약소국가들도 작전통제권만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의 이상한 특징은 군 수뇌부가 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 너무 수동적이라는 사실이다. 전직 국방 책임자들이 작전통제권을 돌려받는 것 자체가 한미동맹관계를 훼손한다는 논리를 내세워서 작전통제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사실상 1945년부터 미국이 한국군의 창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연합작전을 주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 능력을 전수 받아 독자적인 작전 통제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그동안 군을 책임지고 있었던 국방부 장관들은 자신들의 무능에 대해 크게 반성하며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자신들의 무능을 사죄할 생각은 않고

군사주권은 국가주권의 핵심을 이룬다. 그리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국군통수권과 함께 군사주권의 핵심이다. 또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군의 자주적 발전과 국방개혁을 위한 기본 토대가 되며, 남북간 군사문제를 독자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중요하다. 더불어 동북아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며, 주변국과 독자적인 군사안보 외교를 가능케 하는 법적 주체로서 자격과 권한을 갖게 된다.

이번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을 계기로 절대 선으로 규정되고 각인되었던 ‘한미동맹’은 새로운 방향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동맹은 주권국가의 이익을 넘어서는 범위에서 성립될 수 없으며, 동맹의 방향은 상호 호혜적이고 평등해야 한다. 스스로의 방어 능력이 없어 영토 방위를 위탁했던 부끄러운 역사를 지속하자는 주장은 국가 방위를 책임졌던 자들이 무게를 잡고 가볍게 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이후 평등한 한미 관계 수립을 위해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들을 깊이 고민하며 조언하는 것이 원로(元老)들의 몫이 아닐까? 권력과 명예를 이룬 원로(元老)들의 통렬한 자기반성과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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