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자유주의 대세 아니며, 대세라도 대안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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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8월 03일 02: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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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98년의 외환위기 이후 노동 문제의 핵심은 (임금에서) 고용과 불평등과 같은 노동시장의 문제로 이동했다. …… 이런 문제들을 이해하지 않고는 한국 사회를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현대 노동시장의 정치사회학(후마니타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그 필자가 경제학자가 아니라, 사회학자라는 점이다. 사실 현실에서의 노동시장 문제는 경제 정책보다는 정치 쟁점으로 더 많이 다루어지곤 한다.

    노동시장 문제가 유럽 선거의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한 지는 이미 수십 년이 지났고, 최근의 한국 정치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사회집단 간 갈등과 투쟁, 조직과 이데올로기를 다루는 사회학이 노동시장에 접근한 것은 어느 모로 보아도 바람직하다.

       
     

    정이환은 고용창출, 평등, 고용안정이라는 세 기준에 입각하여 노동시장을 평가하는데, 이 기준을 적용해 들여다 본 한국 노동시장은 끔직하다. 한국에서의 고용창출은 경제성장이 거의 없는 나라와 비슷하고, 임금소득불평등은 OECD 1위이고, 고용이 가장 불안정하다는 미국보다도 고용안정성이 낮다.

    하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다. 필자는 신자유주의가 대세가 아니며, 대세라는 이유로 굴복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한다. 정이환의 분석에 따르자면, 대개의 유럽 국가와 동아시아 국가들은 신자유주의 모델이 아닌 고유의 노동시장제도와 복지제도의 기본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사민주의 국가에서 그러하다.

    정이환은, 사민주의 모델이 복지 제공보다는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는 식으로 유연화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신자유주의에의 굴복’이나 ‘민중생존권의 방기’는 아니라는 주장을 편다. 정이환은 유럽 사민주의 국가의 최근 노선이 변화된 조건에 적응하며 비자유주의적 체제 틀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논쟁적 주장을 제기한다.

    정이환은 한국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논쟁적인 제안을 편다. 정부의 ‘영미식 탈규제와 유연화’를 비판하는 동시에 노동운동의 ‘기업 내부 노동시장의 재강화’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상적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은 ‘사회적 노동시장의 구축’ 뿐이다.

    다만, 당장 사회적 노동시장 체제가 실현될 수는 없으므로, 그것을 위한 조건을 성숙시키기 위해 ‘당장의 과제’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첫째, 법정 최저임금의 인상, 둘째, 비조합원 및 하위노동자에 대한 노동조합의 기여, 셋째, 연대임금 정책.

    정이환의 책에 흐르는 제언은 ‘연대’이다. 산별이라는 조직 형태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도 고임금과 저임금, 정규직과 비정규 간의 연대에 기초한 조율이 있어야 한다고, 정이환은 주장한다.

    “조율은 노동시장정책이 추구하는 세 가지 목표인 공정과 평등, 일자리 창출, 고용안정 간에도 이루어져야 한다. 사실 이 세 목표는 그리 잘 조화되지 않으며 종종 서로 충돌한다. 한국의 노조운동 역시 …… 여러 목표들 간의 지혜로운 조율과 조정을 이루어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차례

    1. 지구화와 현대 노동시장제도
    2. 노동시장제도와 실업 및 불평등
    3. 비정규 노동의 사회적 성격
    4. 사민주의 노동시장제도의 변화와 지속
    5. 독일의 고실업과 노동시장제도
    6. 미국 노동시장과 노동시장제도
    7. 동아시아의 노사관계와 임금불평등
    8. 동아시아의 경제 위기와 고용안정성의 변화
    9. 한국은 장기근속과 연공임금의 나라인가
    10. 분단노동시장과 연대
    11. 한국 노동시장체제의 대안 모색

    정이환 : 서울산업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동복지』, 『경제위기와 한국 노사관계』 등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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