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대응
    비상계획을 수립하자
    [에정칼럼] 기후침묵 벗어나 우리 모두 한목소리로 '배출 제로' 외치자
        2019년 09월 20일 06: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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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추석 연휴에는 채널 CGV에서 영화 ‘지오스톰’을 재방영했다. ‘지오스톰’의 geo는 지구, storm은 폭풍으로, 영화에서는 최악의 자연재해 또는 재난으로 해석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기후를 제어할 수 있는 ‘더치 보이 프로그램’을 개발하였으나, 원인 모를 프로그램 오작동으로 세계 주요 도시들에 심각한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프로그램 개발자인 주인공은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스포일러 없는 영화 리뷰를 해보자면, 인간이 기후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인간 중심적 사고의 상상에 박수를 쳤고, 이제 ‘지오스톰’은 더 이상 ‘영화’가 아니라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한국, ‘기후변화’ 대응조차 실패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하게 되면 이전의 기후로 돌아갈 수 없을뿐더러, 인간이 컨트롤할 수 없는 파국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 파국은 자연을 포함하여 사회, 경제, 정치 등에도 영향을 끼친다. 영화 ‘지오스톰’에서도 재해와 재난에 생태계와 국가가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실에서는 이를 막고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대신, 작년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48차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1.5도가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켜야만 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연간 약 420억 톤이며,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경우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할 때까지 약 12년 정도 남아있다.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부르기 시작했고, 비상상황임을 인정하며 대응책을 찾기 바쁘다. 한국은 어떠한가? 이런 추세 속에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OECD 상위권에 증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IPCC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0년 대비 45%로 감축해야 한다고 하는데, 한국은 2010년 대비 아직 18.5%밖에 감축하지 못했다.

    한국의 기후변화를 대응하기 위한 기본계획은 아직 ‘기후변화’에 멈춰있다. 2009년 배출량 목표를 설정하고 난 이후 목표배출량과 비교해보면 연도별로 2.3~15.4% 초과로 배출을 하였고, 이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배출량 감축은커녕 배출전망보다도 높게 배출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기도 한 석탄화력발전소는 여전히 증설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기후변화 대응조차 실패할 것이라는 명확한 증거이다.

    ‘기후위기 대응 비상계획’이 필요하다

    올해 12월, 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기후위기에 맞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리고 내년은 앞으로의 10년을 결정하는 계획을 제출해야하는 총회이자, 기후위기를 멈출 수 있는 마지막 총회이기도 하다. 이에 UN 사무총장은 9월 23일 뉴욕에서 열릴 유엔 기후 정상 회담에서 1.5도 상승을 막기 위한 대응 계획을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단 한 번도 ‘기후위기’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3일 뉴욕에서 열리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IPCC 총회에서 “기후변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며, “전 세계의 결단과 행동이 필요하다”라고 했으나 그 이후로 어떠한 말도 행동도 없었다. 녹색성장정책을 통해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강도를 줄이는 성과까지 거뒀다는, P4G 회의에서의 문 대통령 발언이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통할 리 없다. 한국은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상위권인 ‘기후악당’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정부는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기후위기 대응 비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높아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하며, 온실가스 배출 제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뉴욕에서도, 칠레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평화로운 ‘홀로세’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한국은 ‘지오스톰’을 앞에 두고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비상행동을 시작해야만 한다.

    기후위기 비상행동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대응하기를 요구하는 시민행동이 확산되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맞이하여 9월 20일부터 27일까지 기후파업을 진행한다. 한국도 9월 21일 토요일 3시 대학로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한다. 기후위기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으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도록 함께 하길 바란다. 영화 ‘지오스톰’에서는 ‘하나의 지구를 하나 된 사람들이 공유한다는 걸 잊지 않는 한 우린 살아남을 것이다.’ 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남아야 할 지구는 1개뿐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기후침묵에서 벗어나 모두가 한 목소리로 배출 제로를 외쳤으면 좋겠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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