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청와대와 '내전' 이기고 큰 싸움 져"
        2006년 08월 02일 01: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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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이다". 여당의 핵심 당직자는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접하고 이렇게 말했다. 김 부총리 문제에 대한 여당의 전반적 정서가 이렇다.

    현직 부총리의 낙마는 집권여당에게 타격이 되는 일이다. 그런데도 여당에는 낙담 대신 안도감이 넘쳐난다. 여당과 청와대의 길항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고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어떤 면에서 ‘김병준 파동’은 여당과 청와대가 막후에서 벌인 ‘내전’의 성격도 띠고 있다. 여당은 이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보고 있다.

       
    ▲ 2일 오전 사의를 표명한 김병준 교육부총리 ⓒ연합뉴스
     

    여당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당청관계에서 당의 주도성이 확보되기 시작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우원식 수석 사무부총장은 "사태 초기부터 당이 문제해결을 주도했다"면서 "당청관계에서 당의 주도성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민심을 읽고, 제대로 전달하겠다는 약속에 충실했다"고도 했다.

    청와대에 대한 우회적이고 단계적인 압박전술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은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면 안정감이 떨어져 보일 수 있다"며 "우회적, 단계적으로 압박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문제가 생겼을 때, 집권당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일종의 모델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조용히 일하고, 책임있게 성과를 내오는 것이 집권당의 모습"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여당은 차제에 ‘할 말은 하는’ 기조를 좀 더 세게 밀고 나갈 기세다. 우원식 사무부총장은 "뉴딜의 경우에도 당정간에 일부 이견이 있다"면서 "당의 입장을 그대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대해서도 관여 수위를 높일 태세다. 여당은 이미 후임 법무장관 인선과 관련해 문재인 전 수석은 불가하다는 당론을 청와대에 전달해놓은 상태다. 여당의 핵심 당직자는 "문재인 전 수석이 고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여당과 청와대의 길항관계에서 여당의 ‘득’은 곧 청와대의 ‘실’로 연결된다.

    특히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시비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임기말 국정장악력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여당, 야당, 언론이 인사권에 대해 계속 시비할 것"이라며 "정권 말기로 갈수록 행정의 집행력이 중요한데,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무엇보다 노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지지율이 최악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지지율만 놓고 보면 YS의 임기말과 비슷하다. 물론 노대통령과 YS는 다르다. 홍 소장은 "YS가 이 정도 지지율이면 식물상태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대통령은 YS에 비해 여론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고 평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노대통령이 시중 여론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는 것이다.

       
    ▲ 열린우리당 김근태의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회의에 김한길 원내대표와 얘기를 나누며 입장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여당이 ‘내전’에서는 승리했을지 몰라도 더 큰 싸움에서는 패배하고 말았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평가 뒤에는 시야를 여권 내부에 가두지 말고 좀 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충고가 따른다. 종국적으로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라는 얘기다. 여당이 호평한 ‘우회적, 단계적 압박’이라는 게 국민들 눈에는 "청와대 눈치보기에 급급한 모습"이거나 "여론에 떠밀려가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형식 소장은 "국민들에게 이번 사태는 언론의 승리로 비춰질 것"이라며 "청와대가 잃었으면 여당이라도 정치적 이득을 챙겨야 했는데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고 여당의 ‘선전’을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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