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고용, 차별 해소"
    코레일관광개발 파업 돌입
    철도공사 정규직과 동일노동, 임금은 50% ···사측·공사, 책임 떠넘기기
        2019년 09월 11일 07: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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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X·SRT 승무원 등 코레일관광개발 노동자들이 자회사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추석연휴 파업에 나섰다.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11일 오전 4시를 기점으로 경고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은 연휴가 끝나는 16일까지 이어진다. 앞서 지부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파업을 예고했으나 코레일관광개발과의 노사 교섭에 전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파업을 결정하게 됐다.

    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은 KTX, SRT, 관광열차 승무원과 시설 노동자 등이 소속해 있다. 지부는 자회사 저임금 및 차별해소,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 등 2018년 정부지침에 따른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전협의체는 ▲생명안전 업무 직접고용 정규직화 ▲정규직 동일근속 대비 80%로 단계적 임금 개선 ▲자회사 차별금지 및 노동조건 개선 등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코레일관광개발과 원청인 철도공사,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자회사 소속 승무원 등의 문제에 대해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적정 수준의 위탁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코레일관광개발은 위탁비 내역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위탁비의 규모, 사용처 등에 대해 노동자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 10년간 기재부 지침에도 모자란 1% 임금 인상을 유지해왔다. 이번에도 회사는 임금인상률 3.3%(기재부 지침) 이외에는 권한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규직 동일 근속대비 80%로 2012년까지 임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노사전협의체 합의는 당연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 코레일관광개발 노동자들은 도로공사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이들에 5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다.

    노사전협의체 합의 주체이자 원청인 철도공사 역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임금 문제 등에 관해 공사에 권한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부는 “철도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하면서도 정부의 정책으로 진행된 노사전협의체에서 합의한 열차승무업무의 직접고용 등에 대해 권한이 없어 이행할 수 없다는 철도공사의 입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레일관광개발과 원청인 철도공사, 국토부는 현재까지 사태를 방관하며 대체인력 투입 등의 대책만 내놓고 있다”며 “급조된 대체인력 투입으로 철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깊은 상황에서 철도노조는 문제 해결을 위한 교섭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철도공사, 국토부는 불가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이날 오후 1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700명에 가까운 조합원들이 광장을 메웠다. 이들은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도 공사 정규직 임금의 50% 수준도 안 되는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과 공공기관 철도공사가 정상인지, 이 와중에도 사무직과 현장직의 임금과 인사상 차별을 당연시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국민들에게 묻고자 우리는 파업에 나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위는 곽노충, 아래는 유하라

    전국에서 모인 코레일관광개발지부 조합원들은 자회사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 비인격적 대우, 저임금과 인사상 불이익 등에 울분을 토했다.

    수서지부 승무조합원은 “파업에 나서는 이유를 떠올리는 데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객실장(공사 소속 정규직)과 동일업무를 하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당했던 갑질 사례만 나열해도 오늘 안에 다 못 끝낼 것 같다”며 “‘승무센터 화장실도 이용하지 마라’, ‘객실장이 지나갈 때 일어나서 인사해라’ 입만 열면 하청업체 운운했다”고 말했다.

    부산대구지부 승무조합원도 “코레일관광개발에 입사한 지 햇수로 9년차이지만 제 직급은 사원이다. 아마 10년이 지나도 사원일 거다.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진급도, 임금도 인상도 해주지 않고 있다”면서 “동일노동을 하면서도 우리는 자회사 소속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고, 회사가 정한 평가기준으로 인해 그보다 못 받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직접고용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면 누군가는 너무 욕심이 많은 것 아니냐고 하지만, 9년 동안 사원이었다면 이제는 조금 욕심을 내도 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지부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서도 정부의 승무업무 직접고용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와 코레일 모두 안전이 철학이라고 하면서도 생명, 안전과 직결되는 승무업무를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외주화했고, 승무업무를 직접고용한다던 문재인 정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약속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없애고 안전의 버팀목이 되도록 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정체불명의 ‘자회사’로 귀결돼 또 다른 형태의 차별로 공고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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