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을 힘, 울 힘으로 싸워야지"
    By tathata
        2006년 08월 02일 01: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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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건설노조와 전남동부건설노조 조합원 100여명은 1일 오후 8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하중근 조합원을 추모하고,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조합원들은 이날 서울에 상경하여 오는 3일까지 광화문 노숙농성을 전개하며 경찰청, 청와대, 언론사, 포스코서울 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가진다.

    이날 촛불집회는 비록 적은 인원이었지만, 하 조합원의 죽음을 애도하는 노동자들의 분노는 드높았다. 보수언론들은 이들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했으나, 동료의 죽음을 참담하게 바라본 그들의 손에 들려진 것은 불켜진 초 하나밖에 없었다. 그동안 포항건설노동자를 향해 악의적 보도를 하며 비수를 꽂았던 조중동 사옥 바로 앞에서 촛불집회를 했지만 이를 취재하는 조중동 기자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광화문 고층빌딩의 화려한 불빛 사이에서 노동자들의 촛불이 희미하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오랜 투쟁으로 지칠 법도 하지만 ‘투쟁’을 외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강했다.

    “같이 죽고 싶소” … “울 힘으로 싸워야지”

       
     포항건설노조 등 조합원 1백여명은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하중근 조합원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오민식 포항건설노조 제관분회 조합원(54)은 고 하중근 조합원과 함께 일하고 노조활동을 해온 절친한 사이다. 오 조합원은 하 조합원이 “열심히 일하고, 가정적이며 충실한 사람이었다”며 고인을 회고했다. 그는 하 조합원의 사망소식을 듣고 “같이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물기 젖은 눈으로 말했다.

    “같이 확 죽고 싶소. 이 더러운 세상 더 살아 뭐하겠능교. 일찍 가서 저 세상도 돈 있는 놈이 다 차지하기 전에 가서 내 자리 한 평이라도 마련하고 싶소. 포스코는 몇 년 전에 노조가 ‘건설근로자 퇴직공제’를 실시하자고 하니까 민간기업, 외국자본 기업이라고 안된다고 하더만, 올해는 또 국가 기간산업이라고 하는데 이런 똥 밟는 소리가 어딨는교.”

    곁에 있는 다른 조합원이 “죽긴 와 죽고, 울긴 와 우노. 울 힘 갖고 싸워야지”라며 거들었다. 오 조합원은 “비록 힘든 일이지만 내가 지은 집에 사람이 살고, 내가 지은 공장에서 만든 제품이 수출도 된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다”며 “경찰이 우리보고 ‘빨갱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나라가 노조가 뭐라고 하면 빨갱이로 몰아붙이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는 맨 몸뚱이 하나로 살아와서 갈 데가 없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이 아무개 기계분회 조합원(44)은 하 조합원과는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의 죽음이 자신의 일처럼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이 조합원은 “눈 뜨면 개미처럼 일하고 끝나면 소주 마시고, 집에 가서 자고 다시 눈 뜨면 일하는 게 사는 거라 같이 일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에 하중근이 하길래 누군지 몰랐다가 오늘 사진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조합원들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경찰에게 그렇게 당했을 수 있었다”며 “이 일은 한 사람의 일이 아니라 조합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이번에도 호박씨…이번에 지면 노조는 파산”

    이상무 용접분회 조합원(43)은 태어나서 서울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했다. 지난 2004년에도 서울에 온 적이 있다는 그는 당시에도 포스코 때문에 상경했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2004년에 임단협 때문에 포스코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는데 그 때도 포스코는 노조 앞에서는 ‘잘해보겠다’며 약속을 철석같이 해놓고는 뒤로 호박씨 깠는데, 이번에도 또 그랬다”며 비난했다.

    그는 “노조의 힘으로 우리는 새벽에 별보고 나가서 별보고 퇴근하는 일을 접고, 하루 8시간 노동을 쟁취했다”며 “이번에 지면 노조는 파산”이라고 말했다. 현재 포항건설노조는 철근 목공분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분회가 하루 8시간 노동을 임단협으로 명시해놓고 있다.

    광양지역 건설노조, “포항과 우리는 같은 처지”

    전남동부건설노조 조합원 40여명도 이날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광양지역의 건설노조는 포스코를 발주처로 하고 있는 전문건설업체와 지난 5월 초부터 임금단체협상을 벌여왔으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7월 초에 2천여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돌입하여, 이날로 파업 22일째를 맞았다.

       
    광양지역 건설노조 조합원은 "포항과 우리는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노조는 임금 15%인상을 요구하는 데 반해 사측은 2%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의 임금2% 인상 주장은 포항지역의 전문건설업체의 교섭안과 동일하다. 박병욱 광양지역 건설노조 조합원(50)은 “교섭이 20차까지 진행될 정도로 임금교섭은 이뤄지고 있지만, 사측은 처음 안을 그대로 고수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포항건설노조처럼 포스코를 상대로 싸우는 똑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20여년동안 건설현장에서 일한 그는 오른쪽 새끼손가락 두 마디가 잘리고, 발가락도 몇 마디가 성치 못한데다가 허리디스크까지 앓고 있었다. 박 조합원은 “고된 일을 오래 하다보니 아픈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닌데, 여기 있는 40대 중반 50대 초반 되는 조합원들 모두 병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임금 15%인상 요구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1년 중에 8개월을 일하면 많이 했다고 한다”며 “퇴직금, 휴가비, 상여금도 없는 건설노동자는 1년에 2천만원을 벌면 많이 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 만드는 그들, 집 없이 자다

    조합원들이 밝히는 촛불은 밤이 깊을수록 더욱 환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촛불집회를 마무리했다. 조합원들은 “동지여 기다려라 우리가 한을 푼다”는 구호를 외치며 자리를 정리했다.

    조합원들은 지붕 하나 없이 하늘을 이불로 삼는 잠을 청하기 위해 광화문 열린시민 공원으로 이동했다. 그동안 숱하게 집과 공장을 지어왔지만, 그들에게 몸 뉘일 편안한 집 한 칸은 허락되지 않았다.

    이날 광화문 한복판에서 외치는 그들의 분노에 귀를 기울이는 시민은 많지 않았으며, 행인들은 그저 싸늘한 시선으로 쳐다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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