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핌 베어백, 당신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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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8월 01일 06: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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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철의 ‘축구에 대한 오만과 편견’은 오늘로 끝을 냅니다. 지금까지 모두 6차례 글이 실리면서 필자의 축구에 대한 견해, 그 견해에 깔려 있는 일종의 철학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반응을 해주신 <레디앙>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필자는 조만간에 ‘정치에 대한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며칠 전 핌 베어백 대표팀 감독이 2007년 아시안컵 예선 경기에 출전할 1기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명단은 비록 예비명단이긴 하지만 핌 베어백 감독의 대표팀 운영에 대한 기본 구상이 담겨있기 때문에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큰 관심사였다.

    ‘세대교체’의 실험에 들어가다

    핌 베어백 감독은 월드컵 직후 부임 일성으로 “젊은 선수를 키워 유럽과의 격차를 줄이겠다”고 했다.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36명에 달하는 이번 명단에는 그러한 그의 선언이 그대로 지켜졌다.

    K-리그에서 뛰고 있는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것이다. 그들은 스타선수들은 아니다. 웬간한 축구 전문가 아니고서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나름대로 실력을 인정받아 K-리그에서는 그래도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는 이들이다.

    처음 대표팀의 공격수와 미들필더로 발탁된 신영록(수원 삼성)과 김동석(서울 FC)은 1987년생이고, 수비수인 정인환(전북 드래곤즈)과 이강진(부산 아이콘즈)은 1986년생이다. 2008년 북경 올림픽 예선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까지 염두에 둔 핌 베어백 감독의 장기적인 포석이라고나 할까.

    이들이 당장 주전급 선수들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격수에는 K-리그 복귀를 검토하고 있긴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신비스러운 스트라이커’로 평가받고 있는 안정환이 버티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이천수도 있다.

    작지만 소중한 기회를 잡은 선수들

    아드보카트호에 승선하지는 못했지만 ‘국보급 유망주’로 널리 알려졌던 최성국도 복귀했다. 박주영, 조재진, 정조국도 장단점이 널리 알려진 꽤나 쟁쟁한 선수들이다. 한국 출신으로는 세번째로 프리미어리거가 된 설기현과 부상 때문에 빠진 정경호 등이 가세한다면, 주전 자리는 더욱더 멀어진다.

       
    ▲ 핌 베어백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 ⓒ연합뉴스
     

    미들필더도 마찬가지다. 박지성, 이영표 등이 빠져있다고 해도, 김남일, 김정우, 김두현, 이호, 김상식, 백지훈 등 이미 검증된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그나마 수비수에서 새로운 얼굴이 나올까 기대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조병국(수원 삼성), 조성환(포항 스틸러스), 조용형(제주 FC) 등 ‘조트리오’의 명성과 실력이나마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그 젊은 선수들은 그야말로 가능성 측정을 위한 소중하지만 아주 작은 기회를 잡았을 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 교체 실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젊은 피의 수혈과 새로운 얼굴의 등장은 축구팬들에게 또 한번 ‘끝나지 않은 신화’를 꿈꾸게 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뭐 그것이 비단 축구에만 한정된 것이겠는냐마는.

    ‘지능 축구’를 모색하다

    세대교체 실험도 실험이지만, 이번에 발표된 명단을 보고 나는 대단히 반가웠다. 왜냐고? 얼마 전 ‘영원한 대전 시티즌’에서 K-리그 명가 수원 삼성으로 자리를 옮긴 이관우가 미들필더로 포함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1978년생인 이관우는 축구 선수로 결코 젊다고 할 수 없는 선수다. 그럼 핌 베어백은 그를 왜 등용했을까? 바로 그것은 ‘지능’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축구관 때문이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관우는 현역 선수 중 단연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힌다.

    이관우는 지금은 슬럼프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고종수와 함께 프리킥의 명수로도 이름을 날렸다. 그의 스루 패스 한 방은 경기의 흐름을 단박에 바꾸면서 약체팀 대전 시티즌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는 묘약이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는 ‘최고로 영리한 선수’로 꼽힌다. 핌 베어백은 지능을 강조하는 그의 축구관에 바탕해 ‘경기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현명한 대처 능력을 가진 선수들을 주축으로 하는 축구’를 하려고 한다. 이것을 나는 ‘지능 축구’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지능 축구’의 핵심 선수 가능성 높은 이관우

    전술 구상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핌 베어백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선수들 수준에 따라 전술은 바뀔 수 있다.” 지능 축구는 고정된 포맷과 전술을 갖고 가는 게 아니라, 지능 있는 선수들의 주도하에 전체 팀의 수준을 고려하면서, 그때그때 변화를 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관우는 바로 이러한 ‘지능 축구’를 실현하는 데 있어 핵심 선수가 될 가장 높은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이다.(게다가 최고의 미남 선수로 꼽히기도 한다.)

       
    ▲ 2004년 3월 몰디브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 이관우가 몰디브 수비와 공을 다투고 있다. (몰디브 말레=연합뉴스)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그간 체력과 수비가 약하다는 평을 받은 바 있었고, 스피드도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이동국을 보라. 지도자가 어떻게 잘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또 선수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우리는 확인한 바 있다. 공간을 만들어내는 빠르고 부지런한 움직임이 부족하고, 치열한 몸싸움을 불사하는 강력한 체력이 필요하다고 했던 그가 파괴력 있는 공격수로 어떻게 변모했었던가를 말이다.

    설사 그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김남일, 이호(이을용)라는 상당 수준에 올라 있는 수준 높은 보란치(수비형 미들필더의 포지션 가운데 하나)가 잘 받쳐준다고 할 때, 이관우는 공격형 미들필더 자리에서 경기를 흥미롭고도 수준 높게 만드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측면 움직임과 돌파력이 세계 수준급인 설기현과 박지성을 양쪽 윙포워드로 배치한다면 효과는 더욱더 극대화될 수 있다.

    지능 축구에 미래를 걸어보는 재미를

    사실 누군가를 대표해서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하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아야 한다.’ 그것이 정치이든 축구이든 간에. 머리만 좋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 머리가 나빠 잘 될 일 역시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핌 베어백의 지능 축구에 한 번 한국 축구의 미래를 걸어보는 것도 축구팬들에겐 재미있는 일일 듯싶다.

    지능 축구가 향후 대표팀 운영을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가 된 셈이다. 그렇다. 이제는 ‘벌떼 축구’, ‘죽어라 하고 뛰는 축구’에서 벗어날 때도 되었다. 세계 방방곡곡을 찾아가 붉은 악마의 함성을 들려줄 수 있는 축구팬들을 보유한 경제대국의 풍모에 걸맞는 축구를 해볼 때도 된 것이다. 그럼 핌 베억백에게서 좌파 사회주의자의 덕목이이기도 한 ‘3S(sensitive, sharp, smart)’를 엿볼 수 있는 새로운 축구를 기대해보자.

    * 후 기 *

    이제 ‘축구에 대한 오만과 편견’ 컬럼을 끝마칠까 한다. 누군지 모를 오만과 편견에 찬 독자들의 악플을 보는 것마저도 흥미로왔다. 하지만 이제 보다 본업에 가까운 ‘정치에 대한 오만과 편견’을 드러내는 작업에 몰두하고 싶다. 그간 이 컬럼을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을 만났을 때 “축구 이야기 잘 보고 있다”는 첫 인삿말을 들을 수 없게 된 것이 서운하지만, 나 역시 변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변하지 않으려면 먼저 변해야 한다.” 축구에 대한 사랑을 지키려면 축구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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