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민영화에 주목하자
        2006년 08월 01일 04: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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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 주, 우연인지 어쩐지 서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슷한 한 가지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요컨대, 일부 환경단체 간부가 ‘물 민영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설마?! 확인해본다고 몇 군데 전화를 했지만, 사실 자체가 불분명했고, 술자리에서 오간 듯한 객담을 본인들에게 들이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몇몇 환경운동가들이 한국전력의 분할 매각에 찬성했던 적도 있어 걱정을 접기 어려웠지만, ‘민영화를 통해 가격을 올려서 물 낭비를 막자’는 식의 주장은 절대 펴지 않으리라 굳게 믿어 보기로 했다.

    지난 2월 14일 국무회의는 ‘물 산업 육성방안’을 의결하고, 올해 안에 ‘구조개편 및 민간참여 활성화 로드맵’을 만들기로 결정하였다. “국내 상수도 서비스는 지자체와 공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효율성이 낮고, 적극적 수익창출 및 해외진출 동기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2015년까지 상하수도 사업을 민영화하겠다는 것이다.

       
     ▲ 지난 4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물 민영화 반대시위에서 한 소녀가 물값 인상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Jubilee South
     

    한국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 상하수도 사업만이 유독 효율적이라고 우길 생각은 없다. 하지만 공공은 비효율이고 사영은 효율이라는 맹신에는 실소가 나올 뿐이다. 민영화된 영국 철도가 효율적이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언제나 국가 경쟁력 1위로 꼽히는 핀란드가 한국보다 36배나 많은 공기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의 사기업이 북유럽의 공공 기관보다 효율적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효율성은 공공이냐 사영이냐로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민주주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물을 민영화한 나라들에서 물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는 사례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다. 수도작(水稻作) 문화인 한국에서 물값의 인상은 주식인 쌀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 소비가 많은 자동차·전자·조선·철강 산업의 위축과 경제성장률의 저하를 낳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조차 물 민영화 비율이 10% 남짓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민영화는 돈 없으면 먹지 말라는 말이다. 그런데 돈 없는 사람이야 쌔고 쌨지만, 물 안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물 민영화는 헌법 제10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34조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를 위배하는 것이다. 물 민영화를 하려면 먼저 개헌부터 해야 한다.

    세상에는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 팔 수 있는 것과 팔 수 없는 것이 있다. 가지고 팔 수 없는 사람을 소유하고 상품화한 노예제와 봉건제가 사멸한 것처럼 산과 바다, 물과 공기를 독점하고 돈 받고 파는 사회는 사멸하여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처나 아들딸을 민영화하고 분할 매각하지 않는 것처럼, 국민의 생명을 팔아 치우지 않길 바란다.

    이 글은 시민의 신문(ngotimes.net)에도 함께 실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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