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 시대와
'단일패권적' 제국주의
[지구화시대 자본주의-‘후기 국독자론’] 제4장 현대제국주의 ②
    2019년 09월 06일 05: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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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시대 자본주의-‘후기 국독자론’] 4장 현대제국주의①

2. 탈냉전과 ‘단일패권적 제국주의’

‘동맹적 제국주의’와 마찬가지로, ‘단일패권적 제국주의’ 개념이 일차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그것의 외부적 표현으로서의 단일패권적 국제질서의 실현보다도, 현대제국주의를 형성하는 기존 동맹세력 내부에 있어서 상호관계의 (성격)변화이다. 즉 이전의 ‘동맹적 제국주의’가 주요하게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자본주의국가들 간의 형식상 평등한 동맹을 기초로 이루어진 것이었다라고 한다면, ‘단일패권적 제국주의’는 그 주도국인 미국이 이 같은 동맹국 내부의 형식상 평등관계를 공식적 혹은 사실상 부정하는 일방주의적 태도를 취한다. 또 그 내부의 기존 동맹국 간의 관계에 있어서, 그리고 대외적으로도 자신의 단일패권적 세계질서 수립에 대한 의지와 지향을 분명히 한다. 물론 여기서 우리는 이 같은 현대제국주의 주도국인 미국이 실제 현실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단일패권을 얼마만큼 실현했는지의 문제는 별도로 바라보아야 한다.

1) 현대제국주의의 새로운 변화

‘단일패권적 제국주의’의 출현이 가시화 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부터 이다. 이 시기는 마침 기존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탈냉전시대가 막 시작되던 무렵이다. 미국 유일패권에 기초한 단극적 국제질서의 수립을 추진하는 세력은 그간 미국 권력집단 내에서 정통적으로 소위 ‘매파’라고 불리던 세력과 긴밀한 계보 관계를 갖고 있다. 미국 정계에 있어 이러한 ‘매파’ 세력은 일찍부터 존재하여 왔는데, 하지만 이들이 미국 국내외 외교정책과 전략 결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제1차 이라크전쟁(걸프전)과 소련과 동구권국가의 사회격변 이후, 즉 세계 양극구조가 종식된 이후의 일이다. 이들의 주장은 처음 조지 부시(2001년 취임한 조지 워커 부시의 아버지) 정권의 ‘세계 신질서의 건립’이라는 정책구상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1)

1990년 8월 초 주(駐)사우디아라비아 미국대사 프리만은 자국 정부에 보낸 전보에서 미국은 쿠웨이트에 대해 곧 개시될 이라크의 침략행위를 응당 제지하여야 하며, 만약 미국이 이러한 행동을 취한다면 “세계질서를 다시 결정”할 수 있다고 건의하였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그의 국가안전고문 스코크루프터는 이 건의의 기초 위에서 ‘세계 신질서’에 대한 구상을 좀 더 구체화하였다. 1990년 9월 9일 조지 부시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걸프만 위기를 논의할 때 처음으로 이 개념을 공개적으로 제시하였다. 다시 3일 후 미국 국회에서 연설할 때 그는 ‘세계 신질서’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세계 신질서는 테러리즘의 위협이 없는, 더욱 유력하게 정의를 추구하고 더욱 안심하고 평화를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이다. 이 시대에는 세계의 동서남북을 불문하고 모두 번영과 발전을 이룰 수 있으며, 서로 화목하게 지낼 수 있다. 세계 신질서의 최종적 목표는 법률 질서로 양육강식의 원칙을 대체하고 강자가 약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세계이다.”

이와 동시에 부시는 이러한 세계 신질서는 응당 미국의 전통적인 자유‧민주‧평화‧인권과 법제 관념을 기초로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를 잊지 않았다. <신 미국제국주의>의 저자 영국의 푸스카스는 이에 대해, 당시 부시 정부는 이러한 미국 주도하의 세계 신질서를 구축하는 데 대해 아직 자신감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화려한 말로 자신을 숨기고, 패권을 추구하는 것을 국가이익 심지어는 인류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2) 라고 평가하였다. 이후 소련과 동구 사회의 해체와 그에 더한 미국의 걸프만전쟁의 예상외의 순조로운 진행으로, 미국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주도하에 세계 신질서를 수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IT기술을 중심으로 한 ‘신경제’가 크게 발전하자, 미국의 패권주의적 기세는 더욱 고조되기에 이르렀다. 클린턴 정부의 ‘참여와 확장’ 외교 전략은 이러한 상황을 잘 반영한다. 클린턴 정부는 집권 초기에 국내적인 경제문제에 치우쳤던 것과는 달리, 집권 후기에 들면서부터는 대외정책에 적극성을 보이는 쪽으로 기조 선회하였다. 그 방식에 있어서도 날로 군사력을 강조하면서 간섭주의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3) 1993년 3월 24일 클린턴 정부하의 미국은 유엔의 동의 없이 나토 병력을 동원하여 무려 40여 일간에 걸친 유고슬라비아 공습을 감행하였다. 이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 종식 후 소위 ‘주권보다 우위에 있는 인권’이라는 명목으로 직접적인 군사수단을 동원해서 다른 나라의 민족과 종교 문제에 개입한 첫 번째 사례가 되었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왼쪽부터)

클린턴 정부에 이어 2001년 조지 워커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단일패권적 제국주의’는 그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일방주의’와 ‘선제공격 전략’으로 대변되는 아들 부시 정권의 국제 전략과 대외정책은, 냉전체제와 탈냉전시기 초기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남아있던 미국의 ‘다자주의’적 색체를 완전히 벗어던지도록 만들었다. 위의 <신 미국제국주의>의 저자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미국의 국제전략과 대외정책에 있어 항상 다자주의와 일방주의는 혼합되거나 교차하였는데, 2002년 9월 20일(이날은 부시정권의 <미국국가안보전략>이 공표된 날이다―인용자)부터 시작해서, 미국 정부는 이전의 지구적 문제에 있어서의 다자주의를 방기하고 정식적으로 일종의 제국주의의 자세를, 즉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에 기인하면서 신권(神權)정치 색체를 띠는 소위 ‘부시주의’를 취하기 시작했다.”(4)

이 같은 아들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는 미국의 전통적인 유럽동맹국가의 언론으로부터도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예컨대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의 한 기사는 “미국은 다른 나라를 불량국가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 있지만, 그러나 미국 자신이 불량국가의 길에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5)라고 비꼬았다. 그간 미국 정계 요인들의 상관된 발언 및 미국 국내외의 평론들에 근거할 때, 미국의 ‘일방주의’의 의미는 다음 4가지로 개괄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의 필요와 미국의 이익만을 고려하며, 다른 국가 내지는 과거 동맹국의 필요와 이익 때문에 망설일 필요가 없다.

둘째, 미국은 단독으로 자신의 국제 전략과 목표를 실현할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나라의 힘을 빌려야 할 필요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동맹국이 미국의 행동에 협조하지 않을 때는 미국은 완전히 독자적으로 자신의 계획을 실시할 수 있다.

셋째, 유엔과 다른 국제조직 그리고 국제조약에 더 이상 집착하거나 구애 받을 필요가 없다. 유엔과 다른 국제조직과 국제조약이 미국의 필요와 이익에 부합되지 않을 때는 그것들을 비켜갈 수 있다.

넷째, 미국과 패권을 다투거나 또는 대항하는 초강대국 혹은 국가집단의 재출현을 용납하지 않는다.(6)

실제로 부시 정부는 자신의 일방주의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여러 중대한 국제조약을 일방적으로 폐기 혹은 탈퇴하는 조치를 내놓아 세인을 놀라게 하였다. 예컨대 <생화학무기금지조약>,<핵실험전면금지조약>, 소련과 쌍방 간 체결한 <탄도미사일방위조약>, 그리고 환경보호 방면의 <교토의정서>등의 일방 폐기와 탈퇴가 그 실례이다.

부시주의의 또 다른 주목되는 사항은 ‘선제공격 전략’이다. 이 전략에 따르면 미국은 자신이 어떤 국가가 미국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인식하면, 심지어는 미국이 보유한 위협역량이 어떤 경쟁자에게 유효하지 못하다고 느낄 경우에라도, 미국은 ‘사전에’ 그리고 ‘예방적인’ 성격의 공격을 감행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 이는 매우 심각한 위험신호이며 국제법과 국가관계의 통상적인 원칙에 대한 엄중한 도전이 된다. 그 때문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위의 <전략>이 발표되자마자 미국 국내외에 강렬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예컨대 미국의 <파이낸셜위크>지의 한 평론기사는, “유감스러운 것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31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미국국가안전전략>은 실망스러운 것일 뿐만 아니라, 또한 전 세계 벗들과 동맹국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경멸과 오만이 이 보고서의 주요한 논조이다.…… 간단히 말해서, 부시주의는 미국은 더 이상 국제사회의 전통 준칙과 규정에 예속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썼다.

이 기사는 또 강조하길,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 이래, 국가주권은 줄곧 신성불가침한 것이었다. 국제적으로 일치된 인식은, 오직 어떤 국가가 위협을 가하거나 다른 나라에 손해를 입혔을 경우에만 그것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주의에 따르면, 어떤 국가가 대규모 살상무기를 축적하기만 해도 주권을 상실할 수 있게 된다.”(7)

위의 <미국국가안보전략>이 마지막에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다음 구절은 한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앞으로 필요한 행동을 취해 전 세계의 안전의 의무를 이행하고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지불하는 노력은, 국제사법소의 조사나 질의 혹은 기소를 받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국제형사법원의 관할범위 내에 속하지 않으며, 우리는 또한 그것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8)

미국의 권력자들은 이렇듯 한편에선 ‘세계 신질서’ 건립을 천명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국제법에 대해 난폭하고 멸시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이는 명백한 자기모순이며 안하무인격의 패권적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성명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제2차 이라크전쟁에서 미국 군대의 끔찍한 ‘포로와 죄수 학대’ 소식이 전해졌다. 이 성명은 아마도 이 같은 사건에 대비해 나름의 합리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미리 마련한 것이라고 보여 진다.

다음으로 현대제국주의의 전기와 후기 두 가지 형식 간의 내적 연관에 대해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전기(前期) ‘동맹적 제국주의’는 다음 두 가지 기본요소를 특징으로 한다. 즉 경제적으로는 금 태환이 가능한 달러기축통화제와, 정치군사적으로는 NATO로 상징되는 집단안보형식의 군사동맹체제가 그것이다. 그런데 현대제국주의는 사실상 이 같은 자신의 두 가지 기본요소 덕택에 ‘동맹적 제국주의’로부터 ‘단일패권적 제국주의’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볼 경우,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동맹국을 포함한 세계경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달러에 대한 의존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되었다. 이는 전후 각국의 경제회복과 과학기술혁명에 따른 생산력 발전으로 인해, 국제무역이 활성화되고 자본의 해외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당시 공식적인 국제결제 수단이던 달러의 사용도가 증가하면서 생기게 된 자연스런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달러의 중요성도 이에 비례하여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졌으며, 그 결과 세계 각국은 비록 미국이 애초의 금 태환 약속을 어기더라도 함부로 달러 사용을 포기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는 미국의 방만한 재정운영에 대한 면책특권을 주는 효과를 낳았으며, 미국은 이후 이 같은 달러패권을 이용하여 유일 패권국가로서의 목표를 추구해 갈 수 있게 되었다.

다음으로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보자면, 냉전체제가 동서 양 진영 간 군사적 대결형태를 취하면서 진행됨에 따라 그것의 세계적 확산은 이하 두 가지 결과를 초래하였다. 첫째, 미군의 해외기지와 미국이 주도하는 지역안보체제가 전 세계에 구축됨으로써 미국 군사력의 전 지구적 배치가 완료되었다. 둘째, 양대 진영 간 군비경쟁의 격화에 따라 핵무기와 그 운반체계를 비롯한 첨단 군사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였다. 이상 두 가지 결과는 군비경쟁을 주도하는 미소 양 대국과 이들의 다른 동맹국들과의 전반적인 군사상의 실력 격차를 크게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상 경제와 정치군사 양 측면에서 ‘동맹적 제국주의’ 내부의 변화가 일정기간 축적되게 되면서 동맹국 내부의 균등성은 차츰 파괴되었으며, 결국에는 그 주도국인 미국과 다른 서구국가 간의 전반적인 실력 차이가 역전이 불가능할 만큼 현저해졌다. 이에 따라 현대제국주의의 질적 변화, 즉 ‘동맹적 제국주의’에서 ‘단일패권적 제국주의’로의 성격 전환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2) ‘단일패권적 제국주의’의 경제적 기초

앞 절에서 우리는 현대제국주의의 ‘동맹적 제국주의’에서 ‘단일패권적 제국주의’로의 전환과정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제기되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냉전체제가 시작될 무렵 미국은 지금과 비교할 때 경제와 군사 면에서 다른 경쟁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다. 예컨대 경제력의 경우, 1950년 미국의 GDP는 2848억 달러인데 반해, 서구진영에서 제2위인 영국은 363억 달러(미국의 12.7%), 프랑스와 서독은 각각 288억 달러와 231억 달러에 불과하였다.(9) 같은 해 미국의 공업은 세계 공업총생산의 42%를 차지하였는데, 제2위인 영국은 겨우 8%, 독일‧프랑스‧일본은 각각 4%, 3%, 2%이었다.(10) 요컨대 국력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요인인 경제력에 있어 미국은 서구의 기타 동맹국과 비교할 때 압도적 우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격차는 지금에 와서는 많이 좁혀졌다. 2008년 세계 GDP 총량은 60.7조 달러인데, 그중 미국은 14.3조 달러로 23.6%를 차지하였다. 2013년 이 수치는 각각 74.9조 달러와 16.8조 달러로 미국의 비중은 다시 22.4%로 축소되었다.(11)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2035년경에는 미국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대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렇듯 미국과 다른 동맹국 간의 경제력 격차가 날로 줄어들고 있음에도 미국은 어떻게 단일패권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일까? 현대제국주의 내부관계를 ‘동맹’ 관계에서 ‘단일패권’ 관계로 바꾸기 위해서는 상식적으로 볼 때 그 리더 격인 미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욱 압도적인 역량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다음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우선, 국가 간의 국력비교 시에 사용되는 통상적인 기준은 슈퍼 패권국가의 총체적 역량 판단기준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며, 양자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같은 超 패권국가에 있어서는 국제적 영향력을 포함한 총체적 힘은 그 경제와 군사의 개별적 지표에 대한 국가 간 단순비교만 가지고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2010년 2월에 발표된 미국 국방부의 《4년 국방검토보고서》 중에는 자국의 종합적인 역량에 대한 다음과 같은 자체 평가가 있다.

“미국은 전 지구적 대국으로서 그 역량과 영향력은 하나의 더욱 광범위한 국제체계의 운명과 깊숙이 교차되어 있으며, 이러한 국제체계는 동맹과 협력관계 그리고 과거 60여 년 간 우리가 건설하고 유지해온 다자간 기제로 구성된다.”(12)

여기에는 현대 초 패권국가의 역량에 대한 함축적 내용을 담고 있다. 필자가 앞 절에서 지적한 대로, 동맹적 제국주의체제 하에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국제통화체제와 군사동맹이 미국의 종합적인 국제적 영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들 요소를 고려할 경우 미국은 그간 다른 동맹국과의 격차를 크게 벌여놓았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미국이 단일패권국가로 나아가는 것을 재촉하는 지구화시대의 시대적 요구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인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는 자본주의의 전반적인 경제적 토대 변화와 관련이 있다. 이 요인을 고려할 경우 우리는 왜 미국의 일부 경제지표의 상대적 후퇴에도 불구하고 현대제국주의가 ‘단일패권적 제국주의’로 성격전환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좀 더 심층적 인식이 가능하다. 아래에서 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오늘날 지구화시대의 현대제국주의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그 물질적 기초라 할 수 있는 현대 국제독점자본이 직면하고 있는 객관 과제를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지구경제의 일체화와 과학기술혁명이라는 국제경제 환경의 근본적 변화가 야기하는 자본축적운동 상의 요구와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다시 미시와 거시 양 측면에서 이를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미시적 측면 즉 개별 국제독점자본의 축적운동 측면에서 보자면, 현대 독점자본은 제품의 생산과 실현에 있어 국제 분업과 세계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날로 높여가고 있다. 그 때문에 지구경제 일체화를 더욱 강력하고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국제적인 정치·군사적 주체가 절실히 필요하다.

오늘날 자본주의사회에 있어 지배적 분파의 지위에 오른 국제독점자본은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자신의 무대로 하며, 또 생산과정에 있어선 ‘지구적 공급사슬’과 같은 전 지구적 범위의 국제 분업을 실현하는 단계에 와 있다. 여기서 수많은 개별 국가들과 지역 단위로 나누어진 기존의 파편화되고 고립분산적인 시장들은 세계시장과 세계자원의 활용을 필요로 하는 이들 국제독점자본에게 있어선 애초부터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전기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케인스주의식 ‘복지국가’ 모델 하에서 국가의 시장에 대한 무소불위의 간여는 각국마다 독특한 시장구조와 자기 완결적인 국민경제체계를 구축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오늘날 지구화시대의 자본주의에 와서는 더욱 자본운동의 걸림돌이 되었기에 일차적으로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다. 우선 그간 이론 면에서 이 역할을 담당한 것이 신자유주의였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에 대한 국가의 지나친 간섭을 비난하면서 국가의 구속으로부터 그것을 해방시킬 것을 주장하였는데, 이것은 전 지구적 차원의 자본의 자유로운 운동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독점자본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각국의 반(半)폐쇄적이고 보호적인 시장의 벽을 허무는 데 있어 어느 정도 반(半)강압적 방식이 사용되는 것은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역사적으로 자본주의의 초기적 생산관계를 확립하기 위한 자본의 원시적 축적과정이 국가권력을 동원한 무력과 약탈적 방식을 동원하여 진행되었듯이, 복지국가와 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이미 상당정도 자기 완결적이고 반(反)개방적 경제구조로 굳어져버린 체제를 다시 개방체제로 바꾸는데 있어선 (그것도 가급적 단시간 내에!), 단순히 WTO를 통한 다자간 협상이나 UN기구 내에서의 협력만 가지고서는 한계가 있으며 경제‧외교‧군사적인 총체적인 협박과 금융적 기만이 일정 동원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패권국가 미국은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198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국제독점자본이 요구하는 이 같은 역할을 나름대로 충실히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제독점자본의 객관적 요구에 비추어 본다면, 진정한 지구적 단일시장의 성립을 위해서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자본주의 세계정부’의 출현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현재의 세계시장의 통합정도로는 현 국제독점자본의 생산력수준과 운동력에 비추어 아직도 상당히 미흡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재로선 그 같은 ‘세계정부’에 가장 가까운 형식은 ‘단일패권적 제국주의’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국제독점자본은 가장 신속하게 지역 간 분할구도와 각국에 잔존하는 각종 규제와 장벽이 제거될 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거시적 측면에서 보자면, 지구화시대의 자본주의 ‘균형문제’는 또 다른 차원에서 국제독점자본의 절박한 요구이면서 현대제국주의의 성격 변화를 재촉하는 요인이 된다. 원래 자본주의는 자체 제 부문 간에 심각한 불균형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매번 자본주의를 위기로 몰고 가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특히 독점단계로 접어들면서 자본주의는 시장의 자율적 힘만으로는 한번 파괴된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더욱 힘들게 되었다. 이 때문에 종전 후 각국에서는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성립되는 것을 계기로 국가가 경제에 직접 개입하여 생산과 소비, 산업 제 부문간, 국내시장과 해외시장 간의 균형과 비례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

지구화시대에 접어들면서 마찬가지로 전 지구적 차원의 자본주의 균형문제가 국제독점자본운동에 있어 날로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작금의 금융위기에서 보듯, 그것은 날로 지구적 범위에서 진행되는 자본의 재생산과정의 원만한 진행을 방해하고 위기를 장기화시킴으로써 점차 자본주의의 심각한 생존문제로 변모되고 있다. 통제받지 않는 국제독점자본 간의 무한경쟁은 필연적으로 전 지구적 차원의 공황을 야기하고 국제시장 질서를 교란시킨다. 비록 개별 국제독점자본에 있어 그 조직력‧관리력‧계획성은 그 전의 독점자본에 비해 일층 발전하였지만, 그러나 지구시장의 방대함과 불가예측성 및 통제 불능적인 요소의 증가에 비추어 본다면 국제독점자본의 이 같은 능력도 무기력할 수밖에 없으며, 이들 간의 맹목적인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경향은 날로 더해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들 개별 자본들이 이미 보유한 거대한 생산력과 이를 충분히 만족시켜줄 수 없는 협소한 시장규모 간의 모순은 더욱 심화하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이 같은 지구적 차원의 불균형문제는 주로 국가 간 무역불균형 문제, 예컨대 세계 소비시장의 역할을 하는 미국과 일본‧독일‧중국·한국 등 수출위주 국가 간 무역불균형의 고착화 같은 다소 변형된 형태를 빌려 표출되었다. 그러나 그 본질에 있어 본다면 이는 지구시장이 이미 심각한 과잉생산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며, 지구적 단일시장 단계로 진입한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새로운 무정부적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무정부성은 지구화시대에 들어서는 과거 일국 차원에서 보다 더욱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예컨대 현대 국제독점자본은 이전 단계의 독점자본에 비해 한층 강화된 생산능력과 자본규모로 인해 시장의 자동조절 능력을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며, 또 여전히 존재하는 각국의 경제 개입과 보호무역 조치는 전 세계 단일시장의 측면에서 볼 때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 때문에 지구화시대에 자본주의 공황이 일단 발생하면, 그 규모나 파괴력은 이전보다 더욱 심각한 것이 될 수밖에 없으며, 적절한 통제수단이나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위기가 더욱 장기화 되고 빈번하게 된다. 이는 결국 전 세계적 차원에서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를 촉진시킨다.

이처럼 전기 국가독점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그 후기에 들어서서도 거시적 차원의 ‘강력한’ 균형기제는 자본주의의 필수적인 생존요건이 된다. 다만 그 범위에 있어 일국 차원이 아닌 지구적 차원의 균형기제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며, 이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데 있어 이상적인 형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자본주의 세계정부’라 할 수 있다. 비록 이 같은 통제·관리 주체와 기제가 존재한다 할지라도 자본주의 생산방식에 있어 무정부성과 과잉생산 문제는 완전히 제거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케인스주의가 그 전성기에 보여주었던 바와 같이 지구적 차원의 통일적인 화폐 및 재정정책 그리고 각국 간의 협력의 강제 등을 통해 사전에 그 위기의 폭발을 상당정도 지연 내지 완화시키는 것은 가능할 것이며, 또 일단 위기가 폭발한 후에는 그것이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머물도록 하면서 가급적 조기에 그 수습책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전 시위 모습

이상의 요인 외에도, 오늘날 지구화경제 시대의 현대 독점자본은 다음의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사실상의 자본주의 세계정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그 이전 시기보다도 더욱 강력한 제국주의 즉 ‘단일패권적 제국주의’의 출현을 요구한다.

(1) 새롭게 부활하고 있는 현실 사회주의의 위협에 대처할 필요성에서이다. 20세기 초 러시아의 소비에트혁명을 통해 인류 최초로 사회주의국가가 탄생한 이래, 사회주의에 대한 세계 자본주의의 공동 대처는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진영’으로서의 사회주의권의 성립은, 더 이상 각국 자본주의국가의 개별적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이게끔 되어 자본주의 진영의 통일적인 행동을 재촉하게 되었다. 이 같은 요구는 종전 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자본주의제국이 냉전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현실화하게 되었는데, 자본주의 각국은 이를 통해 과거 상호간의 경쟁 과정에서 나타났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반 사회주의 통일전선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이 같은 동맹체제가 없었더라면 당시 자본주의의 전반적 퇴조와 대조되는 욱일승천하는 사회주의 진영에 맞서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비록 반세기에 걸친 냉전 끝에 소련 및 동구권이 자체 붕괴됨으로써 과거와 같은 자본주의국가들의 동맹체제가 존속할 필요성은 많이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러나 잔존하는 현실 사회주의국가의 존재는 국제독점자본에 있어 범 자본주의 동맹체제의 필요성을 여전히 절감하게끔 한다. 특히 중국과 같이 14억 인구와 광대한 영토를 가진 사회주의국가가 과거 ‘계획 사회주의’가 경험했던 실패를 딛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현실은, 국제독점자본에게 있어 커다란 우환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어떻게든 이 같은 현실 사회주의의 부흥을 막는 것은 이 역시 자본주의 생존과 관계되는 근본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실 사회주의의 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도가 현재로선 달리 마땅치가 않다. 왜냐하면 냉전 종식 이후 ‘경제 제일주의’를 추구하는 국제정세의 변화된 기류를 감안한다면, 과거처럼 ‘진영 대 진영’ 간의 이데올로기적 대립구도를 다시 세우려는 시도는 더 이상 설득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지금처럼 단일한 지구시장이 이미 일정 구축된 조건하에서, 그리하여 경제적 유대를 매개로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국가 간의 상호침투가 상당정도 진행된 상태에서는 사회주의국가에 대한 효과적인 봉쇄를 단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일수록 국제독점자본에게 있어선 지구적 단일시장을 통괄할 수 있는 국제적인 권력중심의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그나마 그 같은 존재가 있을 때만이 자본주의 각국의 정책을 조정하고 정치‧군사 방면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동원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이전 단계보다 훨씬 강화된 ‘단일패권적 제국주의’의 출현만이 다시금 부활하고 있는 현실 사회주의의 새로운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국제독점자본의 남은 유일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2) 다음으로 개발도상국과의 관계를 들 수 있다. 이들 국가들은 지구상에서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등 광대한 지역에 걸쳐 펼쳐있으며, 여전히 절대 다수의 국가들은 이 범주에 속한다. 이들 국가들을 계속해서 저개발 상태와 서구 선진제국의 경제 및 정치적 예속 하에 묶어두는 것은 국제독점자본의 근본적 이해와 관련된다.

첫째, 당대의 과학기술혁명 시대에 있어 새로운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자본의 유기적 구성도를 마찬가지로 급속하게 제고시키는데, 개발도상국의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은 이 같은 경향을 최대한 늦추게 하거나, 또한 그 결과인 이윤율 저하 경향에 대한 일정한 완충장치로써 작용한다.

오늘날 자동화의 빠른 보급추세와 ‘지식경제’의 확산은 생산과정에 있어 단순노동을 지속적으로 축출하거나, 아니면 기존의 인간노동을 지식자본을 지닌 ‘값비싼 노동’으로 변모시킴으로써 자본의 이윤축적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만약 이 같은 추세의 진행을 막거나 늦추지 못한다면 종국에는 모든 자본축적 운동은 멈출 수밖에 없게 된다. 여기서 광범위한 개발도상국가의 값싼 노동력의 존재는 국제독점자본에게 있어 초과이윤의 원천이 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생산과정에 있어 자동화의 진행속도를 늦추어주고 저렴한 인간노동의 지속적 사용을 보장케 해주는 의미를 지닌다. 현재 형성중인 단일한 지구시장은 자본에 대해서만 그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할 뿐, 노동에 대해선 과거 및 현재와 마찬가지로 미래에 있어서도 영원히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민족국가의 경계가 자본주의체제 하에선 결코 근본적으로 사라질 수 없음을 뜻한다.

만약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이 완전히 허용된다면 그 최종적 결과는 중심국과 주변국간의 경계가 사라짐으로써 단일 지구시장 차원에서의 ‘평균임금’의 성립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는 자본 간의 경쟁을 통해 결국 자본주의의 말로를 재촉하는 ‘자동화’와 ‘값비싼 지식노동’ 시대를 앞당겨 실현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때문에 노동의 국제적인 자유로운 이동을 금지시키고 이를 위한 조건인 국경을 보존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본다면 국가 간 ‘차별임금’과 ‘임금등급’ 체계를 존속시키고 광범위한 저개발국가권의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게 보장함으로써 위의 과정을 훨씬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측면이 갖는 중요성은 향후 과학기술혁명이 진행될수록 더욱 부각되게 될 것이며, 이미 어떤 의미에선 석탄‧석유와 같은 전통적인 천연자원보다도 서구의 자본주의제국에게 있어선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둘째, 이 같은 국제간 임금등급 체계의 존속은 서구 자본주의제국에 있어 국내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국제독점자본의 초과수탈을 보장해 줌으로써 자국민의 복지요구를 만족시키는 원천이 될 뿐만 아니라, 또한 자본주의가 매번 위기에 부딪칠 때마다 그 모순을 전가하는 완충장치로서 작용한다. 예컨대 심각한 국내 실업문제를 불법 이주노동자나 개발도상국으로부터 값싼 수입품의 범람 탓으로 돌리는 것 등이 그것이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튀니지‧이집트‧리비아‧시리아 그리고 최근의 우크라이나와 베네수엘라에서 개발도상국의 소요사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소요사태의 배경을 보면 서구 선진국들이 자국의 경제위기로 인하여 이들 국가들에 대해 취한 수입제한 조치가 사태를 유발시킨 측면이 적지 않다. 선진국들의 수입제한 조치는 취약한 개발도상국의 사회모순을 더욱 격화시켜 정치적 소요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한다. 이로써 서구 선진자본주의 제국들은 경제위기로 인한 자국 대중들의 불만과 이목을 많은 부분 외부로 돌릴 수 있게 되며, 외부 세계의 불행으로부터 상대적인 위안을 느낄 수 있게끔 한다. 이렇듯 이들 저개발국가의 존속은 서구 자본주의제국의 존속에 있어서는 필수적이며, 이 같은 중심국과 주변국의 관계가 해체되지 않는 한 자본주의는 쉽게 소멸되지 않는다.

광범위한 개발도상국들을 이렇듯 서구 선진제국의 경제‧정치적 예속 하에 계속해서 묶어두고, ‘중심국―주변국’의 관계 범주가 현실에서 존속토록 만드는 것은 국제독점자본의 근본적 이해에 해당된다. 그런데 지구화시대의 변화된 현실 속에서 그러한 역할은 사실상 ‘세계정부’로서 기능할 수 있는 ‘단일패권적 제국주의’만이 수행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브라질과 인도 등 브릭스 국가들의 부상에서 볼 수 있듯이 오늘날의 개발도상국들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절대적으로 낙후된 국가만은 아니다. 이들 중 경제적으로 이미 상당정도 공업화를 이루고 있거나 빠른 속도로 이루어가고 있는 국가들이 늘고 있으며, 정치군사적으로도 현대식 무기로 무장하거나 심지어는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도 있다. 이렇듯 이들의 전반적으로 성장한 역량을 감안한다면 서구 자본주의 각국의 개별적인 대응만으로는 이들 국가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도전에 대응할 수 없으며, 오직 냉전체제에서 보다 훨씬 강력하고 전체 선진자본주의 제국을 하나로 묶어 낼 수 있는 통일적인 체계와 역량만이 이들 개발도상국들을 계속해서 통제권 안에 가두어 둘 수 있다. 둘째, 지구적 단일시장의 성립과 각국 간의 긴밀한 유기적 연계는 더욱 더 ‘규범에 의한 통치’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현대 독점자본의 입장에서 본다면 서구 선진제국의 이익을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기조 하에서 전 지구적 공통규범을 제정하고 이를 광범위한 개발도상국들에 강제할 수 있는 힘의 존재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앞서의 논의를 종합해 볼 때, 이는 결코 전 세계인의 평등선거에 기초하여 성립되는 명실상부한 ‘세계정부’일 수는 없으며, 결국 과거 냉전체제하의 ‘동맹적 제국주의’보다 한층 강력한 단일패권체계 하에서의 제국주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구화시대에 들어 ‘단일패권적 제국주의’의 출현과 관련된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현대제국주의는 본장 첫 부분에서 이미 지적한 바대로 처음부터 전 지구적 범위에서 성립하는 체제이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볼 때 서구 자본주의제국 간의 ‘동맹’적 요소의 일정한 존속은 필연적이다. 왜냐하면 비록 미국이 주도하기는 하지만, 그 독자적인 역량만으로는 전 세계를 통치하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전히 상당부분 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유럽 및 아시아 맹방들의 역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냉전 종식 후의 제국주의도 냉전시기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서유럽국가 및 일본 등 전통적인 선진자본주의 제국 간 ‘연합형태’의 제국주의 색체를 일정 정도 간직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냉전 종식 후의 현대제국주의를 ‘단일패권적 제국주의’로 규정하면서 그 전기와 성격상 구분 짓는 일은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이들 간에 명확하고 절대적인 구분을 짓기가 매우 어려우며, 전기와 후기 두 형식을 오가는 경우가 많이 있다.(13) 현대제국주의의 내부 동맹국 간의 관계는 각자의 경제적 부침과 또 사회주의 및 개발도상국들의 도전이라는 외부요인의 영향을 받으면서, ‘동맹’과 ‘단일패권’을 오가는 ‘유동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실제로 ‘동맹적 제국주의’의 ‘단일패권적 제국주의’로의 한 단계 상승은 매우 지난한 역사적 과정이며, 결코 완성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계속)

<본문 주석>

  1. 이하 ‘세계 신질서’ 관련 내용은 [中]王金存,2008년,《帝国主义历史的终结―当代帝国主义的形成和发展趋势》,pp.316-317 참조.
  2. [英]瓦西利斯·福斯卡斯 [英]比伦特·格卡伊 共著,《신 제국주의》,p16.
  3. [中]潘锐,《냉전 후 미국의 외교정책―아버지 부시에서 아들 부시까지》,p235.
  4. 《신 제국주의》,pp14-15.
  5. “미국은 불량국가의 길로 향하는 중”,[德]《明镜》周刊网络版2001年2月16日。《帝国主义历史的终结》,p294에서 재인용.
  6. 이상 ‘일방주의’와 관련한 내용의 출처는 《帝国主义历史的终结》,p305.
  7. [美]布鲁斯·努斯鲍姆,“외교정책, 부시는 절반만 맞았다”,载《商业周刊》2002年10月7日。《帝国主义历史的终结》,p311에서 재인용.
  8. [美]罗伯特·赖特,“슈퍼 강대국의 모순”,2002年9月29日《纽约时报》.《帝国主义历史的终结》,p313에서 재인용.
  9. 《세계경제통계 간략 편람:1982》,pp18-21.
  10. IMF 편찬, 《국제금융통계연감》,p108,1985年.《帝国主义历史的终结》,p122에서 재인용.
  11. 2008년 수치는 IMF WEO데이터베이스 수치임. 2013년 수치는 세계은행 WDI 데이터베이스 수치임.
  12. Department of Defense Review Report , Februarv 2010. www. defense. gov/QDR/images/QDR_ as_ of_ 12 Febl0_ 1000. pdf. 《미국 군사―냉전 후 전략 수정》,p304에서 재인용.
  13. 사실상, 집권 후기 들어 부시 정부는 소리 없이 자신의 외교정책을 수정하였다. 2006년1월18일, 라이스 국무장관이 조지타운대학에서 행한 <외교적 전환: 21세기 미국 외교형세의 묘사>라는 제목의 강연은 이러한 조정의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강연에서, “외교적 전환은 가부장식 권위주의가 아니라 파트너관계에 입각하여야 한다. 대중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국제관계 연구자들은 라이스의 이 연설을 미국 국제정책의 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신 부시주의’ 출현의 중요한 상징으로 간주한다. 《帝国主义历史的终结》, p372.
필자소개
김정호
북경대 맑스주의학원 법학박사 , 노동교육가, 현재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정책자문위원, 맑스코뮤날레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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