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배달산업 급성장,
    배달노동자 현실은 열악
    희망더하기 "안전운임 유급휴일 보장 등 촉구, 지속적 공동실천 다짐“
        2019년 09월 05일 01: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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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배달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뭉쳤다.

    택배·배달노동자 캠페인사업단 ‘희망 더하기’는 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형태와 차종, 민간과 공공부문, 소속회사의 차이를 넘어 택배·배달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모여 모든 택배·배달노동자의 현실을 바꿔가기 위한 지속적인 공동실천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택배·배달 시장은 연간 물량 25억 개를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 업체 간 속도 경쟁도 치열하다. 하지만 택배·배달 시장 일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기간제 계약직이거나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노동3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택배·배달 산업 활성화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해당 업종 노동자들은 기간제 계약직이거나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운임 수수료 등 임금도 최저임금 수준이다. 기업은 산업성장의 과실을 독식하며 배를 불리는 반면,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과 빈곤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그간 택배, 화물차, 배달 노동자들은 각기 다른 곳에서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같은 목소리를 내왔다. 희망더하기는 이런 노동자들이 연대해 택배·배달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전체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동기본권을 쟁취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사진=공공운수노조

    희망더하기는 “폭염과 혹한에도 촌각을 다퉈야 하는 과로노동과 감정노동, 목숨을 위협하는 안전사고, 생계를 위협하는 낮은 임금, 설움을 더하는 사용자(택배사와 플랫폼사)의 갑질과 책임회피로 택배 배달노동자들의 고통은 더해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에서 13년째 근무 중인 박성기 화물연대본부 택배지부 지부장은 “택배업계 1위라는 훈장은 택배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졌다. 저단가 정책으로 점유율 높이고 모든 비용을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게 CJ대한통운의 핵심 동력”이라고 비판했다.

    박 지부장은 “택배 시장의 낮은 수수료로 인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원청회사들은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대리점의 중간착취로 택배노동자의 삶은 벼랑 끝에 서있는 상황”이라며 “희망더하기는 상품이 문 앞에 오기까지 거쳤을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동을 기억해달라는 외침이자, 책임회피만 하는 택배 원청을 향한 회초리이고, 제도개선과 정책 개선 요구하는 목소리”라고 밝혔다.

    희망더하기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택배지부 소속 CJ대한통운, 한진, 로젠과 전국집배원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 국제특송(DHL, Fedex, UPS)지부, 기업택배(성화, 동진)지부, 라이더유니온 등 택배배달노동자 2800여명이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택배·배달 안전운임 보장 ▲초과근무수당, 유급휴일 보장하는 표준계약서 의무 사용 ▲노동자성과 원청·플랫폼사의 사용자성 인정하는 법 개정 ▲산재보험 의무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안전운임 보장은 적정운임을 보장해 위험한 운송행태를 줄여 노동자뿐 아니라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 등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제도다. 낮은 임금, 노동자 안전문제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반드시 도입이 필요한 제도로 꼽힌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택배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하루 13.37시간, 연 3,848시간에 달한다.

    희망더하기는 “증가하는 물량에도 불구하고 밑바닥 수준의 배달 수수료로 인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동시간을 감내하고, 곡예운전을 해야 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배송노동자에게도 안전운임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당 수수료로 임금을 받는 배달 노동자들은 유급휴일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1년에 두 번, 설과 추석 때는 쉬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살인적인 날씨엔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만한 세상을 원하는 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쉬는 것은 생계 위협 받기에 불가능하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유급휴일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희망더하기는 “한여름 폭염에 곤죽이 된 택배·배달노동자들에게 추석을 앞두고 쉴 틈도 없이 다시 물량폭탄이 쏟아진다. 휴일도 없이 하루 16시간이 넘는 배달노동에 또 다시 내 몰릴 때마다 동정의 여론은 있으나, 그 때마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며 “‘배달노동자에게 권리를, 사용하는 자에게 책임을’ 만들어 내기위한 노력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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