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라이트? '울트라 올드' 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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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7월 31일 06: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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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뉴라이트’의 활동이 활발하다. 지난해 11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창립을 시작으로 근래까지 뉴라이트학부모연합, 기독교뉴라이트 등이 속속 출범했다. 자유주의연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뉴라이트 싱크넷, 미래포럼, 북한 민주화 네트워크, 선진화국민회의 등도 ‘뉴라이트’를 표방하고 있으니, 바야흐로 ‘뉴라이트의 전성시대’다.

    뉴라이트에게는 든든한 우군도 많다. 시청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면 조선일보는 호외를 발행하여 수만 장을 뿌리고, 단체의 ‘대표님’이 한 말씀 하시면 조중동은 꼭꼭 챙겨서 보도한다. <데일리안>, <뉴데일리>, <프리존>, <업코리아>와 같은 인터넷 언론도 디지털 시대 뉴라이트를 표방하며 창간했다.

       
    ▲ 뉴라이트교사연합과 뉴라이트학부모연합이 27일 오전 개최한 ‘친북단체 전교조 해체’ 촉구 기자회견에서 두영태 교사연합 상임대표가 "북한 역사책을 발췌해 통일교재를 제작한 전교조는 친북단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나라당의 러브콜도 수시로 받는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뉴라이트 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세금폭탄 저지와 알뜰정부 촉구대회’에서 “나라를 함께 걱정하는 동지, 희망의 역사 함께 나누는 친구가 되자”고 했으며, 이어 11월에는 “뉴라이트와 한나라당의 길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김진홍 목사(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가 약자와 함께 했던 정신으로 잘 해나가면 내가 그 뒤를 따르겠다”고 했다.

    뉴라이트학부모연대와 뉴라이트교사연합은 ‘전교조 해체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를 발족시켰다. 전세계 어디에 교사노조 활동에 반대하는 뉴라이트가 있던가? 독재, 파시스트 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됐던 전교조 부산지부의 교사용 내부 세미나 자료를 ‘간첩 신고’ 하듯 폭로한 곳도 뉴라이트를 표방하는 ‘친북 반국가행위 진상규명위원회’였다. 보수언론들은 신바람이 나서 전교조를 공격하고 나섰다. 그들은 성공했다. 교육위원회 선거에서 전교조 지지 후보가 대거 낙선했다.

    뉴라이트 계열의 단체들은 사학법 개정 반대는 물론이고, 6.15공동선언을 쓰레기통에 버리자는 주장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전교조는 “친북좌익 활동을 자행”하는 조직이며, 따라서 전교조가 찬성하는 사학법 개정은 옳지 않다는 논리다. 6.15 공동선언은 “북한의 협박과 대북 퍼주기의 지속만을 가능케 할 뿐”이라고 폄하한다. 이들의 논리의 기저에는 ‘반북친미’의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있다. 오죽하면 “김정일이 반대하니 (한미FTA) 찬성한다”는 말이 집회의 구호가 되겠는가.

    주대환 민주노동당 전 정책위 의장은 “프랑스와 유럽의 극우파들이 외부에 가상의 적을 만들어 공포를 조장하는 반이민 인종주의 바탕 위에 서 있는 것처럼 한국의 뉴라이트는 반조선노동당에서 출발하고, 그것으로 귀결된다”며 “반북이 최우선이라는 관점에서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고, 한미FTA를 찬성하며, 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지지한다”고 진단한다.

    주대환 전 의장은 “뉴라이트로 인해 ‘합리적 보수’로 불릴 수 있는 세력들의 입지가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박세일 한나라당 전 정책위원장은 “한국에 보수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는 철학적 보수는 드물다”고 일갈했다. 물론 “구체에 강한 진보도 드물다”고도 비판했다.

    뉴라이트가 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정책적 지형을 풍부하게 하려면 ‘색깔론’에 기댈 것이 아니라, 철학적 사상에 기반한 보수의 세계관부터 세우고 나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뉴라이트 최신 버전’이 나온다 한들 ‘울트라 올드 라이트’에 매한가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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