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개방형 경선제에 반대하는 이유
[토론문] 전국위 안건 부산시당 토론회 토론문
    2019년 09월 04일 02: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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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 열리는 정의당 전국위원회 안건 중 ‘총선후보 선출방식을 개방형 경선제로 선출하자는 안건’에 대해 사전토론으로 진행된 2일 부산시당 토론회에서 개방형 경선제 반대 입장을 담은 토론문이다. 이를 일부 수정하여 기고글을 보내와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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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의당에서 논의하려고 하는 개방형 경선제는 클로즈드 프라이머리’(closed primary)로 보인다. 이는 당원이나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미리 등록한 유권자에게만 투표권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 개방형 경선제의 장점은 국민의 선거 참여 기회를 확대해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단점으로는 정치신인보다는 인지도와 조직에 앞서 있는 현역이나 외부 명망가에게 프리미엄이 있고 진성당원의 존재 의미가 약화되고 정당정치의 실현이 어려워진다는 부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또한, 비용이 많이 들고 다른 당 지지자가 개입해 일부러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를 선택하는 이른바 ‘역(逆)선택’ 우려도 있다.

이미 우리는 개방형 경선제에 대한 논란을 10년 전 겪은 바 있다. 바로 민주노동당 시절 2007년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선출방식을 놓고 개방형 경선제로 후보를 선출해 당의 외연을 확장하고자 하였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개방형 경선제 실시를 추진하는 정의당 지도부는 국민적 참여를 통해 총선 승리를 담보할 지지자 확대, 국민 및 지자자의 적극 참여를 통해 20% 정당 지지율 달성, 노동, 청년, 여성, 소수자 등 당의 핵심 지지기반 확대를 추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개방형 경선제 논의에서 찾고자 했던 핵심은 과연 무엇이었던가를 되돌아보고 어떤 제도의 도입이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당의 외연 확대와 집권을 위한 과정으로서 개방형 경선제의 도입이 과연 타당한지 돌아봐야한다.

나는 심상정 대표가 지난 당대표 선거 때 내세웠던 개방형 경선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이번 주 전국위원회에서도 개방형 경선제보다는 자랑스러운 진보정당의 전통인 진성당원제 강화가 더 옳은 길이고 지향하고 지켜야 할 방법이라 생각한다.

진성당원제가 하나의 원칙으로 신성시될 필요도 없겠지만, 그 장점 역시 정당하게 평가될 필요가 있다. 진성당원제는 그동안 소수의 정치 지도자들에게만 집중되었던 권력을 당원들의 손에 쥐어줌으로써, 한국의 정당 제도를 한 단계 진전시킨 제도로 평가되고 있고, 보수 양당들은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고, 감히 추구하려고 하지 못했던 제도이다.

그리고, 보수정당에서 도입을 시도하고 실시했던 오픈프라이머리는 기존 보수양당 공천제도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공천헌금, 계파 간 갈등 등 보수정당 정치부조리의 핵심 온상은 공천권에 있었다. 과거 정당의 최고 권력자인 총재가 존재하던 시절에는 총재의 의지대로 공천권이 행사됐다. 하지만 현재는 여야 각 정당들이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공천을 하고, 일부는 전략공천을 하기도 하고, 또 일부는 여론조사나 당내 경선, 국민 참여경선 방식 등을 혼합해 후보를 뽑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 아래서도 당내 권력자들의 영향력에서 공천이 자유롭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후보가 된 사람이 당 지도부가 원하는 사람일 수는 있어도 국민이 원하는 사람은 아닌 결과로 나타나곤 한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공천권을 온전히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의미에서 국민참여제 도입을 시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제도는 진성당원제를 추구하는 우리 진보정당의 제도로는 맞지 않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는 당원들이 직접 우리의 공직후보를 뽑는, 아무도 하지 못하는 자랑스러운 당원 직접선출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당원직선제도를 존중하지 않고 개방형 경선제를 도입하게 되면 그동안 당에 헌신했던 젊은 당직자나 평생을 진보정당에 삶을 온전히 갈아 넣은 당직자들의 공직진출 통로는 오히려 박탈되고, 현역의원이나 조직력이 있는 외부 명망가나 세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됨은 물론이고, 당의 일상 정치활동은 중단되고, 표가 되고, 조직이 되는 곳에서만 정의당의 모습이 보이게 될 것이다. 또한 전국의 당 지역조직의 목표가 선거인단을 많이 모집하는 것으로 왜곡될 우려도 상당하다.

지금 정의당 지도부가 제안하는 개방형 경선 도입 시도와 당비 인하는 다른 안이 아니다. 이는 개방형 경선, 당비인하 문제와 석패율 현역의원 포함 여부, 비례대표 선출단위를 전국으로 할 것이냐 권역으로 할 것이냐, 비례대표 후보자 외부영입을 할 것이냐 등의 문제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패키지이다. 또한, 당의 운영을 기성의 지배적인 정당과 유사한 방식으로 할 것이냐, 진보정당으로서의 고유한 조직운영방식을 고민할 것이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위 여러 쟁점 중 개방형 경선과 당비 문제만 우선 정하고 나머지는 제도 결정 이후에 따로 다루자고 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전국위원회에서 지도부가 전체적으로 총선을 앞둔 우리 당의 운영방식에 대한 구상을 포괄적으로 밝히고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할 문제이다.

정의당 지도부는 개방형 경선제에 연동한 당비문제에 있어서는 당비를 현격히 낮추어 정의당에 대한 지지자들의 당 가입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지역위원회를 조금이라도 운영해 보았거나 운영위원 등의 활동을 하는 당원이라면 당비 납부율이 저조한 문제가 당비 액수의 문제가 아님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우리당이 현재의 진성당원제도에 기반하여 선거를 치르면 보통 5만 당원 중 당권이 없는 약 2만 명은 투표권이 없다. 그런데 개방형 경선을 하면서 중앙당 구상대로 별도의 참여비를 걷지 않으면, 입당하여 당비를 내다가 사정이 생겨 3개월 당비를 못낸 사람에겐 투표권이 없지만, 입당한 적이 없고 당연히 당비를 한 번도 내지 않은 사람은 신청서만 작성하면 투표권을 갖게 된다. 이것이 과연 정의당이 지향할 길인가? 여기에 대한 제도 보완도 필요하고 정당가입 문턱을 맞춘다는 취지로 설계하는 당비 인하 시도는 기존 당원들의 당비약정 금액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을 뿐더러 자칫 잘못하면 당 재정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당비 납부금액의 전체금액이 낮아지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정의당 재정에 타격을 줄 공산도 크다.

비례정당의 한계 극복이 아닌 고착화로 귀결 우려

지금 심상정 대표가 개방형 경선제를 추진하는 이유가 기존의 진보정당이 표방했던 의회정당으로서의 전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임은 알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지향했던 영국 노동당식의 양당정치 실현(보수당에 대척하는 정당으로 자유당을 대체하는 노동당) 실패와 그동안의 정의당이 걸어왔던 방식(민주당과의 상층교섭으로 후보단일, 선거연합, 연정 추구)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에, 기존의 전통적인 틀을 벗어나 정의당을 명백히 의회주의 대중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정당 지도자와 의원, 유권자 간의 강고한 네트워크를 통해 진보영역을 재구축하려는 시도의 첫 단추로 개방형 경선제 도입을 사고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측면에서 심상정 대표가 말한 ‘비례정당의 한계 극복’이 진성당원제를 버리고 비례대표 후보 개방형 경선 도입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 비례정당의 한계를 극복하자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그것이 비례대표 후보의 개방형 경선제를 도입해야 이루어진다고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말이다. 역으로 지금 추진하고 있는 개방형 경선제는 오히려 당을 비례정당의 한계 속으로 더욱 깊숙이 끌고 들어가는 역할을 할 것이며, 정의당은 비례전문 정당이라고 선언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우리 냉철하게 돌아보자. 지금 우리당 지도부가 추진하려는 개방형 경선은 ‘경선’방식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우리 당의 지역구에서는 거의 경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두어 군데 정도만 지역구 경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지역에 기반한 전당적 개방 경선이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 선출만 개방해서 하게 될 터인데, 총선을 앞둔 당의 가장 중요한 정치행위를 결국 비례대표 선출 문제로 집중시키는 게 된다. 이를 위해 전국의 모든 지역위원회가 선거인단 모집에 매진해야하는가? 이는 인적, 물적 낭비이고 올바르거나 효율적인 진보정당의 정치방침이 아니다.

나는 정당사에서 당 대표나 지역구 후보가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를 개방형 경선을 통해 선출했다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보지도 들어보지 못했다. 비례정당의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비례선출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는 지역구 후보들을 주목하게 만들어야 한다. 당의 지역구 출마자를 양적으로 늘리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하며, 핵심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정의당의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달라고 호소하는 기획이 필요하고 다가오는 전국위원회에서 이의 디테일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가 정치 강연에서 자주 듣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선거에서 당세가 넓어지는 것은 지역구 후보자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과 연관이 크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의견에 백번 동의하며 이를 위해 지역구 후보자들에 대한 재정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과감한 기획으로 지역구 후보자들이 자긍심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이 비례정당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전체 지역구 의석수의 과반에는 우리 후보를 출마시킬 계획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지역구 후보를 늘릴 방안 중 하나는 비례명부 선정 시 지역구에서 낙선한 현역의원이 석패율 제도를 통해 구제되어 당선되는 경우 사퇴하게 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비현역의원인 그 다음 순번 지역구 낙선자가 당선되어 활동하도록 보장해야 열성당원들의 지역구 도전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다. 석패율제가 당내 중진인사의 재선 삼선을 보장하고 신진인사의 진입을 막는 폐해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비례정당의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지역구 후보자에 대한 재정지원의 확대, 석패율에 의해 현역의원이 당선되는 경우 사퇴하도록 정하는 등의 방식이 도입되어야 하며, 개방형경선제도는 거꾸로 비례정당화를 고착시키는 지름길이기에 기존의 우리 정의당의 방식대로 진성당원제에 기반한 투표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개방형 경선에 대한 논의가 오히려 총선을 앞두고 어떻게 선거를 준비하고 대표공약과 주장을 무엇을 할 것인지, 당원과 지지자들의 선거 준비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또 다른 풍부한 상상과 기획을 막아버리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정의당 총선전략이 선거인단 모집으로 왜곡 위축되어서는 안되지 않는가. 정의당을 지지하는 청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이주노동자, 농민, 빈민이 개방형 경선이 아닌, 당원 직선으로 후보를 선출한다고 해서 정의당의 폐쇄성을 지적하고 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건 아니다.

핵심은 제도의 변경이 아니다. 지금 우리의 위기는 우리의 활동이 우리가 다가가야 할 대상을 놓치고 관념 속에서의 논쟁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 노회찬 대표가 말씀하셨듯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끊임없이 아래로 내려가 이 세상의 투명인간들을 만나고 이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올바르게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형식과 제도 변경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필자소개
정의당 부산시당 수영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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