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남편 없는 결혼식』 외
    2019년 08월 31일 12: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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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없는 결혼식>

호시노 아키코/ 도서출판 M

<남편 없는 결혼식>은 1971년 소위 ‘시부야 폭동’ 사건으로 살인죄라는 누명을 쓰고 44년간 무기징역으로 살던 호시노 후미아키 선생과 옥중 결혼한 호시노 아키코 여사의 시집이다. 결혼 후 33년 동안 토쿠시마 형무소를 오가며 후미아키 선생이 그려준 그림에 아키코 여사가 시를 써왔다. 일본의 독자들도 고려하여 한일 판으로 만들었다. 애초에 후미아키 선생의 국제적인 석방운동을 지원하려는 뜻에서 만들었지만 출판 과정에서 당사자가 사망하고 말았다.

호시노 후미아키는 1946년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태어아 군마에 있는 타카사키 시립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일본 전공투 1세대 지도자들 중의 한 사람이다. 대학시절 도코국제공항 건설 반대투쟁, 오키나와를 베트남 전쟁 전진기지로 삼으려는 것에 대한 반대투쟁 등을 했다.

수십 년 동안 손 한 번 만져보지 못하고 옥중 결혼한 호시노 아키코 여사는 1983년 30살 때 호시노 후미아키 선생 재판 방청 중 처음 선생을 만났다. 그때 후미아키 선생은 38살 나이의 미결수였다. 아키코 여사는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후미아키 선생의 말 한 마디에 감동을 받아 결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2년이 넘게 반대하던 부모님의 승낙을 얻은 아키코 여사는 1986년 ‘남편 없는 결혼식’을 올렸다. 후미아키 선생이 1971년 미군기지를 놔둔 채 오키나와를 반환하려고 한 미국의 입장을 수용하려던 일본정부의 태도에 저항하다가 1975년 체포된 지 11년 만의 일이었다.

지난 4월 일본 아베 정권은 일본 내의 빗발치는 석방 요구를 묵살하고 후미아키 선생의 가석방을 불허했다. 작년 8월 작업 중 쓰려졌지만 위경련 진단으로 끝났다. 올 3월 초음파 검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를 가석방 불처 결정이 날 때까지 감추고 있다가 불허 결정이 난 4월 17일 초음파 결과에 이상이 있다며 도쿄 병원으로 이감되었다. 그후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어 지난 5월 29일 운명했다. 간암이었던 것을 끝내 은폐하다가 사람을 죽인 것이다. 현재 일본의 호시노 구원회는 호시노 선생에 대한 국가 살인죄를 물어 국가배상소송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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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즈버그, 오하이오>

셔우드 앤더슨 (지은이),박영원 (옮긴이)/ 새움

미국 문학의 숨겨진 아버지, 셔우드 앤더슨의 대표작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이 출간 100주년을 맞이했다. 미국 문학사에 끼친 영향에 비해 저평가된 작가다. 하지만 동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그에게 ‘문학적 빚’을 졌다고 고백하는 작가들을 보면 그의 영향력은 현재 진행 중이며 그의 작품은 명실상부한 고전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산업화가 시작된 1910년대 미국 오하이오주의 ‘술 취한 도시’ 와인즈버그(Winesburg). 이곳에 저마다 말 못 할 외로움과 열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자랑이었던 두 손이 한순간에 수치와 부끄러움이 되어 도망쳐야 했던 교사, 사랑하는 아내에게 배신당한 뒤 여자를 혐오하며 스스로 추남이 된 전신기사, 종교적 열정으로 손자를 바치려고 하는 할아버지, 결혼을 통해 자유를 꿈꿨지만 죽음으로밖에 이룰 수 없었던 여인… 그들은 그로테스크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노작가는 그들을 기이하게 만든 것이 ‘진실’이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수만 가지의 진실이 있고 세상의 모든 진실들은 각각 아름답다. 그래서 그들의 기이함은 끔찍한 것이 아니라 한편으로는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매우 아름다워서 작가를 가슴 아프게까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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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편집자는 처음이라> – 20대 사회초년생 생존기

박정오 (지은이)/ 호밀밭

91년생 사회초년생의 첫 직장생활 생존기.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하는 대신 문화기획이라는 영역 언저리를 맴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며 프리랜서로 살겠다던 큰 포부는 먹고사는 문제에 부딪히자마자 곧바로 무너졌다. 대체 뭘 하면서 먹고살아야 할까, 어디에 취업해야 할까, 할 수는 있을까… 저자는 커다란 고민에 휩싸였다. 공대를 나왔지만 대학 시절 내내 읽고 쓰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린 저자는 결심한다. 출판사 문을 두드리기로!

혁명은 그 방법부터 혁명적이어야 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가뜩이나 출판사가 몇 없는 부산에서, 저자는 평소 눈여겨봤던 출판사 대표에게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인터뷰를 빙자한 자기 PR은 의외로 쉽게 성공했고 우연과 우연이 겹치면서 어느새 그 출판사의 편집자가 되었다. 출판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제대로 몰랐지만 덜컥 편집자 직함을 단 저자는 설레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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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문학사’를 위하여> – 소리 없는 목소리의 폴리포니

송혜원 (지은이)/ 소명출판

1945년부터 1970년까지의 재일조선인 문학사. 이 책에 등장하는 재일조선인 작가들은 1세대와 2세대 여성, 남이나 북의 국가를 지지하는 사람, 중립파, 구’친일파’, 망명자, 밀항자, 수용소에 붙잡힌 사람, 북이나 남의 ‘조국’으로 이동한 사람 등이다. 일본과 남/북조선이라는 국민국가의 주류 문화 가운데에서 가시화되지 않았던, 그러나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던 재일조선인들 고유의 표현행위의 궤적, 좀처럼 들을 수 없었던 목소리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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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하고 매일 이사합니다> – 움직이는 행복, 밴 라이프

하지희 (지은이),사무엘 주드 (사진)/ 웨일북

때때로 우리는 스스로를 지우며 먹고사는 일에 매달린다. 자기만족과 자기계발이라는 포장을 내세우지만, 사실 남들과 똑같이 살기 위한 발버둥이다. 그것을 깨닫기까지 우리는 긴 시간을 소비하거나 혹은 영영 모른 채 오늘을 버리고 만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에 오늘의 희망을 배팅하는 것이다.

삶을 고스란히 살기 위해 매일의 이사를 마다하지 않는 연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두 평 남짓한 밴으로 모든 짐을 옮기고 살아가는 이 연인도 한때는 일상을 잊고 살았다. 매일 표정을 감추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만 안고 있던 이들에게는 마음을 꿰맬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일상 대부분의 것을 포기해도 결국 돌아오는 건 월급 절반의 월세였다.

하지만 가난한 주머니보다 더 부족한 건 나를 돌보는 시간이었다. 결국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진단명을 받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장 난 마음을 수리하고 방향을 찾아야만 했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아주 작고 생각보다 더 불편한 집, 밴으로 옮긴다는 건 큰 결심이었다. 하지만 매일 이사하는 번거로움 속에서 처음으로, 온전히 그들을 위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편안하고 안락한 집을 지키기 위해, 오지 않을 미래를 위해 지금을 버릴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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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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