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시지탄 토론회-다단계 하도급 어찌 하오리까
    By tathata
        2006년 07월 29일 10: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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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주처에서 원청, 원청에서 하도급, 그리고 시공참여자제도로 이어지는 건설업의 고착화된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까. 건설노조가 요구하는 발주처와 원청회사의 사용자성 인정은 가능할까.

    지난 해 울산플랜트노조의 장기파업에 이어 올해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끊이지 않는 건설노조의 파업은 공통적으로 발주처나 원청회사가 노조와 대화와 교섭에 응하라는 것이었다. 노조는 발주 원청회사가 공사비나 인건비를 책정하는 등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며 직접 대화할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발주 원청회사들은 실질적인 사용자가 아니므로 교섭의무가 없다며 회피해왔다. 이같은 악순환은 지난 수년동안 반복되어 고질적인 병폐를 재생산하는 구조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건설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웅크리고 있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건설업의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토론회가 노동연구원의 주최로 개최됐다. 노동연구원은 28일 노동연구원 대회의실에서 ‘건설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건설노동자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심규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과 임상훈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를 맡고, 신기창 노동부 노사조정팀장, 손태락 건설교통부 건설교통팀장, 최명선 건설연맹 정책부장, 신언철 대한전문건설협회 산업정책부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는 건교부, 노동부, 그리고 건설업계의 사실상 ‘사용자단체’에 해당하는 전문건설협회 등이 참여해 입장을 밝히는 자리여서 관심을 끌었다.

    3단계 이상 불법 하도급 70%이상 차지

    심규범 건설산업연구위원은 ‘건설현장의 다단계 하도급구조 실태 및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건설업의 도급생산이 감독 및 관리에 소요되는 조직비용이 없고 외부의 기술 및 인력이 활용되는 장점이 있으나, 과도할 경우 ▶입찰브로커 만연으로 성실업체가 퇴출될 우려 ▶실공사비 잠식 및 부실시공 우려 ▶고용관계가 모호해져 임금 체불 빈발 ▶건설인력 기반 와해 및 경쟁력 약화 등이 부작용으로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직적인 다단계 하도급구조가 “개별기업 입장에서 생산 효율성이 증대되는 측면도 있지만 실공사비 잠식 또는 직접 시공자에 대한 원도급자 ‘통제의 어려움’ 등의 부작용도 언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 위원은 건설산업연구원이 팀장, 반장 311명에 대해 지난 5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실제 3단계 이상을 넘어서는 불법 하도급이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건설산업기본법’은 2단계까지의 하도급을 허용하고 있다.

    팀반장들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부실업체가 많아져 과당경쟁을 야기하고 저가수주로 이어진다”는 질문에 대부분이 ‘매우 그렇다’고 답했으며, 품질저하 또는 부실시공 가능성, 산재 사고 공사대금 사고 임금체불 증가의 항복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불법 하도급, “정부 관리감독 의지 부족 때문”

    특히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된 이유로 ‘정부의 관리감독 의지가 약해서’라는 응답이 32.2%, 다음으로는 ‘처벌이 너무 경미해서’라는 답이 25.5%를 차지했다. 다단계 하도급의 문제가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과 개선의지 미흡 등 안이한 정부의 대응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심 위원은 다단계 하도급 문제의 개선을 위해 “모든 팀 반장을 근로자로 인정하고 모든 다단계 하도급을 금지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이는 하도급 단계의 억제를 통한 공사비 누수 방지, 성실업체의 성공 가능성 제고, 근로조건 향상에 의한 인력기반 확충 등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주휴일 수당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발주자가 공사원가를 산정할 때 이를 반영하고, 사회보험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발주자와 건설업체간 정산 규정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이동이 잦은 건설노동자의 특성을 반영하여 고용보험 전자카드 보급을 확대하고, 4대보험 징수를 일원화하는 한편, 성실업체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주문했다.

    “지역사용자단체와 교섭해야, 발주/원청업체 지원하고”

    임상훈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플랜트 노사관계 정립 방안’이라는 주제의 발제문에서 건설플랜트 노동자의 특수성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건설플랜트 업종의 특징으로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최저입찰제의 도입으로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한 노사간 대립을 격화시키며, 건설노동자의 고용은 불안정성과 높은 노동이동성을 특징으로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섭의 측면에서는 발주처와 원청업체의 교섭 당사자성과 관련한 논쟁과 노사간 기업별 교섭과 지역별 교섭의 선호차가 있으며, 발주 원청업체는 노조 사이에 ‘샌드위치’ 돼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개선방안으로 ▶최저입찰제의 적격심사제 전환 ▶시공참여자 제도 철폐 ▶고용방안 개선방안 마련 ▶발주 원청업체의 상시적이고 고숙련 노동자 정규직화 반영 ▶지역별 교섭의 정착 등을 제안했다.
    특히 지역별 교섭과 관련, 임 연구위원은 “전문건설업체와 지역노조 사이의 교섭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발전대안이 되지 못”한다며 “지역 사용자단체와 지역노조 사이의 교섭을 정착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발주처나 원청의 강한 노동자성 부인으로 교섭 당사자로 나올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발주처/원청업체는 교섭의 지역 교섭 정착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원청 사용자성을 부인한 셈이다.

    전문건설협회, “제도는 문제없다”

    이같은 발제자의 제안에 건설업의 사용자단체에 해당하는 대한전문건설협회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충렬 대한전문건설협회 산업정책부장은 최근 건설교통부가 시공자 참여 폐지 방침을 확정한 것과 관련 “다단계 하도급의 문제는 불법행위에 기인한 것이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며 “시공자참여제도를 폐지하면 현장의 감시 감독 기능이 없어지게 돼 불법행위가 더 성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교부, "건설산업 정보망 구축하겠다" ‥관리감독이 문제

    건설교통부는 다단계 하도급의 문제를 개선할 몇 가지 안을 제시했다. 손태락 건교부 건설경제팀장은 “건설업체가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되면서 80년대 6백여개에 불과했던 업체가 현재 5만4천여개로 늘어났다”며 “건설업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은 워낙 은밀하게 진행돼 관리감독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시공자 참여제도 폐지, 건설산업 하도급 정보망 구축, 4대보험 별도 정산제도 마련 등을 제시했다.

    건교부의 건설산업 하도급 정보망 구축은 전국 공사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관계를 데이터 베이스로 구축하여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공사 발주/원청업체가 공사현황 등을 신고함으로써 이뤄진다. 하지만, 건교부의 이같은 방안이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공사현장 팀반장 70%이상이 정부의 관리감독 의지의 부족이 불법 다단계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진단하는 만큼, 정보망을 구축하는 것만으로 이미 팽배해 있던 병폐가 개선될 수 있을 지는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신기창 노동부 노사조정팀장은 “이런 자리가 진작 마련돼야 했는데 늦은 감이 있지만 열려서 다행”이라며 “오늘 공부많이 했고, 앞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해 보겠다”고만 말했다. 그는 전혀 토론 준비를 해오지 않아 무기력하다 못해 무책임한 노동부의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포스코 문제부터 해결하고 대책내놔야"

    최명선 건설연맹 정책부장은 “노동부의 말을 들으니 답답한 가슴이 더 답답하다”며 운을 뗐다. 최 부장은 “한 보온설비 건설노동자가 단체교섭을 요구하다 해고당했지만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여부에 대해 중노위 판정을 받는데 1년이 걸렸다”며 한 사례를 소개하고, “그동안 건설교통부는 건설연맹의 불법 도급 질의회신도 지자체 소관이라며 떠넘겼고, 노동부는 수수방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임 연구위원이 발주/원청업체가 사용자성을 부정하므로 사용자단체와의 지역별교섭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에 반대했다. 최 부장은 “울산플랜트업체의 조합원 채용에 발주/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노무관리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행사하고 있는 원청업체에 교섭이 어렵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원청회사가 하청회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노조도 교섭을 요구하지 않겠지만, 공사비 인건비 채용과정 대체인력 투입에 이르기까지 관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포스코 문제부터 해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포항건설현장에 대한 실태조사,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여 새로운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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