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고 방송도 없이 들이닥쳐 방패로 내리쳐"
    By tathata
        2006년 07월 28일 01: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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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뇌사상태에 빠진 하중근(44) 포항건설노조 조합원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 가운데 하 조합원은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머리를 찍혀 뇌를 손상당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경북경찰청은 구체적인 채증자료가 없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영국 변호사,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 강호철 포항환경운동연합 대표 등은 하 조합원의 사고원인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28일 오전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단은 하 조합원이 사고를 당한 지난 16일 당일 포항건설노조가 형산로타리에서 집회를 개최하였으나, 경찰이 해산을 경고하는 방송도 하지 않은 채 갑자기 들이닥쳐 조합원들을 방패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하 조합원이 머리를 크게 손상당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이 이날 발표한 보고에 의하면, 지난 16일 건설연맹은 포항지역건설노조의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포항 형산로터리에서 집회를 개최하고자 하였으나, 경찰은 이미 승인하였던 집회를 정면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건설연맹과 포항건설노조는 오후 2시로 예정된 집회를 개최하였다.

    “경고방송 없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이날 집회에 참석했는데, 오후 2시 40분경에 포스코를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떠났다. 경찰은 단 의원이 현장을 떠나자마자, “아무런 경고 방송도 없이 느닷없이 방패를 수평으로 치켜들었고 틈을 주지도 않은 채 집회대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진상조사단은 밝혔다.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은 집회 현장 앞쪽에서 맨몸으로 서있던 집회참가자들의 얼굴과 상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가격하면서, 순식간에 집회 대오 오른편을 치고 들어”왔다. 진상조사단은 “집회 참가자들은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는 상태로 평화적 집회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집회참가자 15명, 머리와 얼굴부위 상처 입어

       
     진상조사단이 이날 제시한 사진. 경찰이 집단으로
     한 조합원을 향해 방패로 가격하고 잇는 모습,
     

    경찰의 돌발적인 무력진압에 집회참가자 가운데 16명은 부상을 입었는데, 이 중 15명은 “모두 얼굴과 머리부위에 방패로 찍혀 상쳐를 입었으며 4명이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당시에 “집회대오 오른쪽 앞에 서 있던 하중근 조합원은 미처 피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방패로 가격하여 치고 들어오는 경찰에 상체를 맞고, 뒤이어 방패의 모서리에 머리 후두부를 찍혀 치명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조합원은 나중에 쓰러진 하 조합원을 발견하고 병원에 후송하려 했는데, “머리 뒤에서 선혈이 낭자할 정도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손으로 상처부위를 막았으나 뜨거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후 하 조합원은 포항 동국대병원에서 2차례에 걸친 두개골 수술을 실시하였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대구 동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가망 없음’이라는 판정을 받고 포항 동국대 병원으로 다시 돌아와 현재까지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겨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주치의 소견서 “후두부 일직선 모양으로 5센티”

    하 조합원의 주치의인 김진욱 동국대 신경외과 교수가 작성한 소견서에는 ▶두피열상, 우측 후두부, 일직선 모양으로 약 5센티미터 ▶출혈성 뇌자상, 우측 전두엽 ▶뇌부종으로 기록됐다.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맨손의 집회참가자들에게 경고방송도 없이 닥치는 대로 머리와 얼굴부위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집회대오 오른쪽 앞에 서 있던 하중근 조합원의 후두를 방패로 찍어 치명상을 입힌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내렸다 .

       
      진상조사단이 발표한 사진. 하 조합원은 머리부분
      에서 출혈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집회 현장에서 이같은 상황을 목격한 이영철 포항건설노조 전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16일 집회는 조합원 부인들이 밥을 농성장 안에 반입하지 못하도록 경찰에 항의하는 집회였다”며 “단 의원이 떠나자 경찰이 갑자기 소화기를 뿌리고 집회장을 덮치기 시작해 조합원들과 함께 도망쳤는데, 갑자기 뒤를 돌아보니 하 조합원이 피를 계속 흘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으로 후송하니 의사도 ‘이것은 방패로 찍힌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불법집회라 하더라도 경찰은 해산을 명령하는 경고방송을 해야 하지만 이런 것도 없이 방패와 곤봉으로 내리찍었다”며 “경찰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작년에 전용철 농민이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이는 심각한 경찰의 구조적 문제”라며 "경찰청장은 사퇴하고, 경찰서장 등 책임자는 형사처벌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용국 변호사는 “경찰 방패는 고무로 끝처리 돼 있지만, 경찰들은 집회 진압 전에 고무를 살짝 벗기거나 아스팔트 위에서 방패를 가는 일이 자주 있다”며 “하중근 조합원 또한 고무처리를 벗긴 상태에서 경찰이 방패로 내리찍은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 “시위대 돌에 맞았을 수도”

    한편, 경북경찰청은 경찰이 방패로 내리찍어 하 조합원이 사고당했다는 진상조사단의 결과를 부인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하 씨가 경찰에 의해 당했음을 입증하는 명백한 채증자료가 나오지 않아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며 “하 씨는 시위대가 던진 돌멩이나 쇠조각에 맞았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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