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바논 사태, 수니-시아파 단결 촉발
        2006년 07월 28일 01: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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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과 미국의 정전 거부로 인해 시아파와 수니파로 나뉘어진 아랍의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고 IPS 통신이 중동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이 주도하는 시아파 이슬람(Shia Crescent)에 대항하는 수니파와 이스라엘 사이의 동맹을 꾀했던 미 부시 행정부내 네오콘의 전략이 틀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니파, 헤즈볼라가 시아파인지 관심없어”

    IPS 통신에 따르면 시아파와 수니파를 막론하고 아랍권에서는 시아파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와 헤즈볼라의 지도자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과 미국에 저항하는 상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매일 같이 아랍권 텔레비전이 비추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과 민간인 사망자들의 모습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중동전문가 그레이엄 풀러는 “전반적인 수니파 대중들은 이란, 시리아의 통치자나 헤즈볼라가 시아파인지 아닌지에 관심이 없다”며 “이들의 헤즈볼라의 확고부동한 신념과 싸우다 죽을 수도 있다는 의지를 성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여론의 이같은 움직임은 부시 행정부의 중동전략이 어긋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시 행정부는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갈등을 이용해 시아파의 득세에 우려를 느낀 수니파로 하여금 이스라엘과 사실상의 동맹을 맺게 할 속셈이었다.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등 수니파 국가들이 헤즈볼라를 비난했을 때만 해도 미국의 이같은 전략은 들어맞는 듯 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새로운 중동”을 언급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는 시아파 이란에 대한 반감이 수니파로 하여금 이스라엘보다 헤즈볼라를 더 큰 위협으로 보게 만들 것이라는 네오콘들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시아파는 사촌…이스라엘은 여전히 이방인일뿐

    이는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강경파 네오콘인 마이클 루빈의 글에서 확인된다. 그는 지난 1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칼럼에서 “나와 내 형제는 사촌에 맞서고, 나와 내 형제와 사촌은 이방인에 맞선다”는 아랍 속담을 인용하며 “선택을 강요당한 수니파 아랍인들은 유태인을 사촌으로, 시아파를 이방인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지속되면서 이러한 분석은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아랍권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사촌’이 아니라 ‘이방인’이라는 자리를 재확인했고 이스라엘에 맞서는 헤즈볼라는 ‘형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촌’의 위치는 차지한 것이다.

    그레이엄 풀러는 <글로벌 뷰포인트>에 실은 글에서 현재 중동에서의 분열은 수니-시아파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니파 독재자들과 국민들 사이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니파 친미국가들을 이끌고 있는 독재정권들은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에다가 수니파인 하마스가 중동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힘에 도전하는 대중적인 저항의 모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니파 독재자들도 여론 눈치

    중동의 여론 악화는 수니파 지도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됐다. 지난 26일 이번 사태의 해결책 마련을 위해 15개국 외무장관들이 모인 곳은 로마였다. 원래 미국은 이집트의 휴양도시 샤름 알-셰이크에서 열고자 했으나 이집트 정부의 거부로 긴급히 장소가 바뀐 것이었다.

    지난 25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례적으로 강경하게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정전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중동에서 예측할 수 없는 반발이 격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카에다의 2인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도 알자지라가 27일 방영한 비디오에서 “시온주의-십자군 동맹”에 맞선 아랍권의 단결을 촉구했다. 이슬람 수니파에 기반을 둔 알카에다의 헤즈볼라 지지는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단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중동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헤즈볼라 지지도 늘어나고 있다.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이따금씩 미온적인 공감을 표시하는 데 그쳤던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헤즈볼라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에서 분리통치를 꿈꿨던 네오콘들의 전략은 실패한 채 시아파, 수니파를 떠나 범이슬람 세력의 단결이라는 미국이 뜻하지 않은 결과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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