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나리오는 없다. 상황에 밀려갈 뿐
        2006년 07월 28일 01: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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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된 예민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 문학진 의원이 선도하는 양상이다. 문 의원은 보궐선거 직후인 27, 28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잇달아 나와 노대통령의 탈당 문제를 공식 거론했다. 문 의원은 김근태 의장 계보로 분류된다. 일각에서는 문 의원의 발언이 김 의장의 의중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물론 김 의장측은 펄쩍 뛰고 있다. 김 의장의 핵심 측근은 "문 의원의 발언은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대통령 탈당 불가를 약속한 6.29 청와대 회동의 상황에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도 28일 "대통령 선거는 1년 반 후의 먼 이야기"라며 정계개편론의 확산을 차단했다. 문 의원도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대통령 거취 문제에 대한) 사견을 말했을 뿐 당내 여론은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 여론도 아직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본격적으로 말할 시기는 아니라는 데로 모아진다.

    정동영 전 의장측 전략통인 민병두 의원은 "대통령에게 책임이 없지 않지만 대통령만 바뀐다고 문제가 해결 되겠느냐"며 "대통령 탈당론은 전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역사와 시대정신에 입각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지, 대통령 거취 문제는 본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초선의원 모임인 <처음처럼> 대변인을 맡고 있는 조정식 의원도 "대통령 탈당이 거론되기는 아직 이른 시기"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중립적 대선관리 차원에서 당적을 버린 전례가 있지만 적어도 올해 내에 검토될 문제는 아니다"고 부연했다.

    조 의원은 "당청관계가 여러 고비를 맞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탈당까지 결론내서 예단하긴 이르다"면서 "대통령 거취 문제에 관한 한 ‘처음처럼’ 소속 의원들의 생각도 나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도 이런 인식을 대체로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내 주요 주주들도 이 문제에 있어서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노대통령의 탈당은 곧 정계개편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 여당은 정계개편을 주도할 힘이 없다. 오히려 정계개편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좀 더 기초체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은 것이다. 여당 주변에서는 오래전부터 노대통령의 연말 탈당론이 나왔다.

    오히려 당 지도부가 탈당 ‘시점’을 뜻대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당청관계에서 돌발변수가 속출할 경우 제어하기 힘든 원심력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청관계를 가파르게 끌고 갈 몇 가지의 변수가 예고되어 있는 상태다.

    7.26보궐선거 완패의 책임론도 그 중 하나다. 논문 표절 시비에 휘발려 있는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거취 문제는 폭발성이 크다. 후임 법무장관 인선도 간단치 않다. 문재인 전 수석이 내정될 경우 당청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여당 지도부는 27일 저녁 회동을 갖고 "당청관계에서 제대로 된 당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의견을 모은 상태다. 사안 하나하나가 당청관계를 소원하게 만드는 재료가 될 수 있다. 결별의 근거가 차곡차곡 쌓이면 대통령과 함께 가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런 시점이 올 수 있다.

    결국 노대통령의 조기 탈당이 이뤄지더라도 특정 계파에 의해 의도되고 기획된 것이기보다는 상황에 떠밀린 결과이기 쉽다. 노대통령의 조기 탈당이란 당내 지도력 부재의 산물이지 그 역은 아닐 공산이 크다.      

    노대통령 탈당 문제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입장은 "대통령과 일부러 거리를 둘 필요가 없듯이 대통령을 억지로 붙들어 매서도 안 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탈당론’이건 ‘탈당불가론’이건 일체의 예단을 배제한 채, 정국의 흐름에 몸을 내맡기자는 얘기다. 탈당 시점도 마찬가지다. 오늘이 될 수도 있고 연말이 될 수도 있다. 

    문학진 의원의 논리가 이렇다. 문 의원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대통령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둬야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억지로 관계를 묶어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지금 민심의 주소가 어디인지는 분명하다"며 "(노대통령의 탈당 여부나 시점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도 "연말까지는 이대로 가자는 게 전반적인 의견인데, 모르겠다, 변수가 많아서"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당과 청와대가 매 사안 사안 부딪힐 가능성이 많다"면서 "탈당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천정배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 초선 의원은 "대통령이 움직여야 국민에게 메시지가 전달되는데, 당에서 아무리 변화를 요구해도 대통령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면서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천의원도 청와대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이 많다"면서 "당청관계를 재정립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혁규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능동적이다. 김 의원은 28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당 내부 변화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대통령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속한 정계개편과 노대통령의 탈당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김근태 의장이 정계개편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던데, 조만간 김의장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전날 "그동안 당 내외에서 거론되었던 대통합론을 비롯한 모든 논의에 대해 어떤 터부나 선입견 없이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즉각적인 정계개편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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