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권 무력화 ‘필수유지업무제도’,
공공 이익 아닌 사용자 이익의 극대화
‘최소유지업무제도’ 신설 및 대체근로 허용 삭제해야
    2019년 08월 21일 10: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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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의 쟁의권과 공익 보호의 조화’를 위해 만들어진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한편, 사용자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도구로까지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필수유지업무제도가 공공의 이익이 아닌 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노조, 이정미 정의당 의원 주최로 2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필수유지업무제도 10년, 무엇이 문제인가?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필수유지업무제도란 필수공익사업의 업무 중 그 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 보건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에 한정해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제도다. 철도, 항공, 수도, 전기, 가스, 석유, 병원, 통신 등이 해당된다.

해당 제도는 필수공익사업장의 직권중재제도가 노조의 파업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따라 만들어졌다. 노조의 쟁의권과 공익을 함께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였다. 그러나 노동계 안팎에선 일찍이 직권중재제도보다, 필수유제업무제도가 파업권을 더 심하게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사용자 책임은 어디로?
노조 파업하면 필수유지업무제도로 수익률 극대화

필수유지업무제도는 파업권을 제약함에 따라 노조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반면, 사용자에겐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등 사익 보장 제도로 이용되고 있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필수공익사업이란 개념 자체로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않은 사업인데 무분별한 외주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에 걸맞은 사용자의 사회적 책임은 실종된 상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필수공익사업장에서의 의무와 권리 제한은 노동자와 노동조합만 지우고, 사용자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지우지 않고 무한정의 권리만을 보장하고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사용자측은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에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며 “60%가 필수유지율이라면 그 인력으로 노동강도를 높여서 100% 영업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간호 인력이 60%임에도 환자를 100% 받아 의료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키는 경우다. 철도에서도 대체인력 등을 투입해서 수익이 나는 KTX만 100% 운행하는 것도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권 변호사는 “(노조 파업 시 사용자 측은) 무노동·무임금까지 활용해 파업기간 사용자는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형국”이라며 “최소한의 운영이 아니라 무리하게 ‘정상적 운영(평시수준)’을 지향하면서 노동강도 강화와 공공안전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수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도 “노조가 최소한의 공익이 보호되는 범위 내에서 쟁의행위권을 행사해야 하지만, 지금은 노조에 대해서만 그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며 “사용자에게도 필수유지업무 협정 및 결정의 이행에 대한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전문위원은 “필수유지업무 유지율을 지키지 않은 노동조합의 책임만 문제될 뿐 사용자 책임이 문제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그러나 필수유지업무제도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사용자의 이익이 아니라 필수공익사업을 이용하는 공중의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항공사업장은 필수유지업무제도가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례를 가장 잘 보여준다.

김용범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은 “10여 년간 쟁의권 제한의 결과 양대 항공사들의 심각한 불법 경영사건 빈발, 항공안전 후퇴, 항공인력 노동시장 붕괴, 항공운송사업장 노사관계 악화 및 장기화 등의 부작용이 속출했다”며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가해진 항공운송 노동자 쟁의권 제한이 오히려 실질적인 공익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분야의 업무가 필수유지업무라고 파업을 제한하면서도, 직접고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종삼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한마음지부 지부장은 “회사는 해당 직군의 83% 유지비율표를 제시하며 필수유지업무협정을 요구해왔다. 해당 직무의 사회적 중요성을 주된 논거로 활용했다”며 “그러나 회사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해당 직군에 처우에 있어서는 묵묵부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노조가 없던 비정규직 시절 50%에 가까운 구조조정을 겪었다. 필수유지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불과 1~2년 사이에 증발했지만 국민경제와 공공의 일상생활에 발생한 현저한 타격은 없었다”며 “그렇게 중요한 사람들을 왜 비정규직으로 사용해왔는지에 대해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필수유지업무제도로 인해 파업권이 제한되는 업무의 경우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는 것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권 변호사는 “필수유지업무의 적정한 유지 책임은 노동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공익에 대한 책임은 사용자에게도 있기 때문이다”며 “기간제, 파견, 도급 등 간접고용을 금지하고, 원청사업주가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하고, 법 개정 전이라도 만약 외주화된 업무가 있다면 고용노동부는 그 부분은 필수유지업무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중 장치로 파업 틀어막는 필수유지업무제도
“직권중재제도 폐지 취지 무색”

이처럼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취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사익 추구를 위한 제도로 변질된 데에는 지나치게 노조의 파업권을 제약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2006년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당시 정부는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ILO(국제노동기구)의 권고를 수용해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고 법 개정에 나섰다고 홍보했지만 노동계의 평가는 달랐다.

필수공익사업 범위를 확대와 필수유지업무 제도 도입을 통해 사전에 파업을 제약하는 동시에, 대체근로 허용을 통해 노조의 파업을 무력화하는 사후 조치까지 마련해놓은 개정안이었기 때문이다.

권 변호사는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한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쟁의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사실상 쟁의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제도를 중첩적으로 도입했다”며 “사전 제한방식인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도입하고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것은 과도한 3중의 제한”이라고 짚었다.

더욱이 “현행법과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필수유지업무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파업의 영향력을 극도로 악화시키며, 이는 다시 단체행동권의 실질적 박탈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변호사는 “대체근로의 전면 허용은 필수서비스 관련 쟁의와 긴박한 국가적 위기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대체근로가 가능하다는 ILO 원칙에서도 크게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필수유지업무제도를 폐지하고 ‘최소유지업무제도’를 신설하는 방안과 대체근로 허용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정미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관련 법 개정안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최소업무에 관한 특별한 입법을 두고 있는 나라들이라 하더라도 파업 시에도 최소한의 업무가 제공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서비스’를 규정하는 데 그친다”며 “어떤 업무가 필수유지업무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은 노사가 단체교섭을 통하여 단체협약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처럼 정부가 필수유지업무에 대해 일일이 열거해 규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최소서비스 업무를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후 파업 제약 조치인 대체근로 허용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대체근로 허용 조항은 노사갈등을 장기화하는 제도로 꼽히기도 한다.

2013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7700여명이 파업에 참가했으나, 대체근로로 6022명이 투입되면서 파업의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다.

권 변호사는 이 같은 사례를 언급하며 “철도노조를 비롯한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들이 필수유지업무를 준수하면서 파업을 할 경우에도 사용자측이 전혀 교섭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라며 “삼중 제한조치인 필수공익사업장 대체근로 허용조항은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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