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지락 요리 3선
[내 맛대로 먹기] 만만한 서민 조개
    2019년 08월 16일 10: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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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죽이라는 조개가 있다. 물속에서 숨 쉬는 모습이 물총을 쏘는 것 같아서 물총 조개라고도 한다. 옛날에는 갯벌에 나가면 발에 밟히는 것이 모두 동죽이라 할 정도로 많이 잡혔다고 한다. 워낙 싸고 흔해서 수입도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갯벌이 사라지고 생산량이 줄면서 값은 올랐고 요즘은 양식도 하는 모양이다. 가격이 홍합을 제외하고는 가장 싸고, 맛이 연하고 담백하며 국물도 시원하여 한 때 내가 가장 애용하던 조개 중의 하나였다.

언젠가부터 수산시장에 가도 동죽을 구하기 어려웠다. 그 때부터 모시조개, 생합(중합), 개조개(대합) 등 여러 가지 조개들을 번갈아 사서 요리를 해보았다. 모시조개 국물은 맑고 시원하고, 생합이나 개조개는 국물이 아주 진하고 구수했지만 다소 비싼 게 흠이었다. 바지락은 칼국수로 진작 익숙해져서 처음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구하기 쉽고 값이 싸며 요리법이 무궁무진해서 뒤늦게 동죽을 대체하게 되었다.

바지락은 우리나라에서 굴 다음으로 많이 생산하는 조개이다. 글루탐산, 글리신, 알라닌, 프롤린 등 유리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단맛을 내는 베타인과 각종 유기산들이 어우러져 바지락 고유의 시원하고 뛰어난 감칠맛을 낸다. 사람이 반드시 음식물을 통해 섭취해야만 하는 필수 아미노산 9종류를 고루 함유하고 있어 영양을 보충하기에 알맞은 식품이다. 특히 간의 해독 기능을 강화하고 피로 회복에 좋다는 타우린 함량이 100g에 1,052mg으로 주꾸미(1,600mg/100g), 갑오징어(1,200mg/100g) 다음으로 높다.

바지락은 가격이 다른 조개에 비해서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수산시장에 가면 모시조개와 생합은 1Kg에 1만원부터 1만 2천원, 가리비와 소라는 1만 5천원 이상, 전복은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1Kg에 5천원 안팎에 파는 것은 동죽과 바지락밖에 없는데, 앞에서 말했듯이 동죽은 자주 품절이다. 가격이 싸고 맛과 영양이 좋다는 것은 서민들의 술자리 안주와 만만한 반찬 거리로 매우 유용하다.

바지락은 제철이 3월부터 5월까지이지만 사시사철 구할 수 있다. 된장국부터 시작해서 칼국수, 탕, 볶음, 찜, 조림, 밥, 파스타, 회무침, 전, 죽 등 바지락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열거하면 끝도 없다. 오늘은 그 중에서 바지락탕, 바지락볶음, 바지락 파스타 등을 소개하려 한다. 내가 미리 의도하지 않았어도 바지락으로 음식을 차릴 때면 어느 사이에 바지락 요리 3종 세트가 동시 출현하게 된다.

처음에는 싱싱한 바지락을 넉넉히 사서 탕을 끓이기만 했다. 초보 시절에는 이런 저런 레시피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바지락 탕은 스스로 몇 번만 해보면 맛을 내는 요령을 쉽게 알 수 있다. 내 경험으로 말하자면, 바지락은 그 자체가 아미노산이 풍부한 천연조미료나 다름없기 때문에 바지락탕의 맛은 국물의 양, 끓이는 시간, 부재료의 가미 정도가 결정한다.

국물 요리의 맛은 90%가 육수라고 한다. 다시마 육수, 채소 육수, 쇠고기 육수, 멸치다시마 육수 등 기본적인 육수에 더해 집집마다 요리하는 사람의 손맛이 밴 육수들은 무수히 많고 육수에 따라 제각기 맛이 다르기 마련이다. 재첩이나 생합도 그렇기는 하지만, 바지락은 육수를 따로 내지 않고 물만 넣고 끓여도 비교적 만족스러운 맛을 낸다. 조금 아쉽다면 다시마, 양파, 마늘, 대파 정도만 함께 넣어서 끓이면 된다.

바지락탕을 끓일 때 우선 주의해야 할 것은 국물의 양이다. 소금이나 간장 따위로 간을 하지 않고 바지락 체액이 함유한 일정한 염분만으로 간을 맞추어야 하므로 물의 양을 잘 조절해야 한다. 냄비에 바지락만 넣고 그것을 살짝 덮을 정도로 물을 더하면 대체로 적당하다. 눈 대중으로 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워 보이지만 한두 번만 해보면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주의해야 하는 것은 바지락탕을 끓이는 시간이다. 조개는 대체로 입을 딱 벌리는 순간까지 끓이면 맛이 가장 좋다. 많은 양의 조개를 한꺼번에 끓이면 아무래도 그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 그럴 때는 다시마 육수나 채소육수를 넉넉하게 끓여두고, 바지락을 넣은 작은 냄비에 뜨거운 육수를 부어 2-3분만 끓이면 최고의 즉석 바지락탕을 차려낼 수 있다. 다만, 생합으로 탕을 끓일 경우 처음부터 뜨거운 물을 부으면 입을 열지 않으므로 찬 물을 부어 끓여야 한다.

바지락탕에 넣어서 맛에 변화를 주는 것은 청양고추와 부추 정도이다. 대파와 마늘, 양파 등은 국물 만들 때 함께 끓이면 된다. 바지락탕을 끓일 때 취향에 따라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서 넣어 칼칼한 맛을 내거나, 상에 내기 직전에 부추를 듬뿍 얹어서 내면 더 풍부한 맛을 낼 수 있다.

바지락을 넉넉히 준비하고 보니 탕만 끓일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도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바지락볶음을 만들어 보았다. 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페페론치노(이탈리아 요리에 사용하는 매운 고추)와 마늘로 향을 낸 다음에 물기를 뺀 바지락을 쏟아붓는다. 그대로 바지락을 볶다가 백포도주나 청주(소주도 가능)를 끼얹은 다음 채소 육수를 적당량 추가하고 뚜껑을 덮어 바지락이 하나 둘 입을 열 때까지 익힌다. 바지락탕과 마찬가지로 바지락이 모두 입을 열면 바질과 후추, 치즈 등을 뿌려 먹는다.

같은 바지락을 재료로 썼는데, 바지락탕이 달달하고 시원한 토종의 맛이라면 바지락볶음은 매콤하게 입맛을 돋우는 유럽풍 음식이다. 바지락볶음은 술안주로 제격이고 바지락탕은 즉석에서 속을 푸는 노릇을 제대로 한다. 바지락볶음을 먹던 사람들이 그 국물에다가 파스타면을 삶아 달라고 청해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음식이 바지락 파스타이다.

앞에서 이미 썼지만, 바지락탕, 바지락볶음, 바지락 파스타 만드는 방법을 다시 한 번 요약 소개한다.

<재료>

바지락 1.5Kg(3-4인분)
육수(다시마 약간, 양파, 대파, 마늘)

<바지락탕>

  1. 바지락(500g)을 해감하여 바락바락 주물러 깨끗이 씻는다.
  2. 바지락이 살짝 잠길 정도로 뜨거운 육수를 넣어 끓인다.
  3. 바지락이 입을 여는 순간 멈춘다. 투명한 뚜껑을 덮어 끓이면 쉽다.
  4. 취향에 따라 청양고추를 넣고 끓이거나, 끓이고 나서 부추를 얹어 낸다.

<바지락 볶음>

  1. 팬에 올리브유를 충분히 두르고 페페론치노와 저민 마늘을 볶는다.
  2. 매운 마늘향이 올라오면 바지락(500g)을 넣어서 볶는다.
  3. 백포도주나 청주를 1/3컵 정도 끼얹는다.
  4. 바지락탕에 썼던 육수를 반 컵 정도 더하고 뚜껑을 덮어 익힌다.
  5. 바지락이 입을 열면 후추, 바질, 치즈 등을 얹어서 먹는다.

<바지락 파스타>

  1. 파스타면를 취향에 따라 8-10분간 삶는다.
  2. 팬에 올리브유를 충분히 두르고 페퍼론치노와 저민 마늘로 향을 낸다.
  3. 바지락(500g)을 넣어 볶으면서 백포도주 또는 청주 1/3컵, 육수를 반 컵 정도 끼얹는다.
  4. 바지락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 삶은 파스타면을 넣고 고루 섞는다.
  5. 후추, 바질, 치즈 등을 뿌려서 먹는다.

필자소개
이성우
전 공공연맹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이다. 노동운동뿐 아니라 요리를 통해서도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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