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공생의 여행을 끝내고
[방문기] 한일 청소년 역사교류와 츠가댐 평화기념비 10주년
    2019년 08월 14일 11: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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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사교사모임과 한국 청소년들은 8월 일본 고치현 츠가댐 공사에 동원된 강제징용 한국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평화기념비 건립 10주년 행사에 다녀왔다. 이 기념비는 일본 지역 주민들과 한일 관련 단체들이 힘을 모아 2009년에 세웠다. 한국과 일본 교사·청소년들의 역사교류는 시작된 지 벌써 20여년에 가깝다. 한일 청소년 역사교류와 관련한 부경고등학교 구준모 선생님의 글에 이어 10주년 행사에 참여한 부경고 공소현 학생의 방문기도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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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란 서로 친구가 되는 일…‘여린 자’들의 만남과 기억, 교류·연대”

처음 이융 선생님께서 내게 여행을 제안하셨을 때만 해도 나는 공생의 여행이 어떤 의미를 지닌 여행인지 자세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단지 막연하게 역사적 의식과 사명을 갖고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는 것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렇듯 여행의 정확한 취지를 잘 몰랐기 때문에 불안한 점도 더러 있었다. 어쨌든 일본과 한국이 쉽사리 말을 꺼내기에는 민감한 역사 문제를 함께하고 있고, 우리는 그런 역사를 일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내 머릿속에 일제 강점기 시기의 역사를 대하는 일본인의 태도는 역사를 왜곡하고 잊으려하는 모습뿐이었다. 일본 사람들 중에서도 역사를 인정하고 함께 기억하고자 노력하는 이가 있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못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츠가댐 평화 기념비의 인사말을 쓰면서도 그 자리를 빌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아픔을 일본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데만 급급했었다. 하지만 구준모 선생님께서 그 자리에서는 평화 기념비 행사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해온 것들은 무엇이며, 앞으로는 어떤 것들을 해나갈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 말이 전혀 와 닿지 않았었다. 그래서 글을 써나가는 게 무척이나 어려웠고 선생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내가 여행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역사적 사명을 지니자는 생각을 했다면, 나중에는 이번 여행이 한국과 일본이 화합해나가는 작은 발걸음 중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고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런 기대를 안고 일본을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우리의 부푼 기대를 안은 듯 날씨는 화창하다 못해 후끈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고치까지는 거리가 꽤 멀었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꽤 오랜 시간 이동했다. 지루할 수도 있는 시간이었지만, 뜨겁게 빛나는 해를 머금은 초록빛들과 일본 가옥의 향연은 내 눈을 즐겁게 했다. 그렇게 경치를 즐기며 일본 친구들과의 만남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잠의 나락으로 빠져들기를 반복하는 사이에 고치에 다다랐고 일본 친구들과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일본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때, 솔직히는 어쩔 줄을 몰랐었다. 더군다나 나는 일본어라고는 몇 마디 인사말 정도밖에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다. 하지만 함께 낚시를 가니 제법 친해질 수 있었다. 서로 통성명도 하고 좋아하는 한국의 문화, 일본의 문화를 공유하니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언어의 장벽도 크지 않았다. 우리를 삶으려는 듯 이글거리는 태양빛 아래에서 영어로 대화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손짓, 발짓을 해가며 소통을 했다. 오히려 서로 말이 잘 안 통하기 때문에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워서 그 사람의 말을 들어야 했고, 그 점이 서로를 더욱 빠르게 친해지게 만든 것 같다.

그 다음 날은 함께 목재소로 견학을 갔다. 가는 길에 서로 일본어와 한국어를 가르쳐주었다. 첫째 날은 친해지는 데 큰 목적을 두었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친해지고 나니, 영어가 아닌 서로의 언어로 소통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단어 하나라도 일본어로 말하려고 하다 보니 어느새 일본어, 한국어 교실이 열려있었다. 웃고 떠들면서 한 단어, 한 단어씩 배워나갔다. 그러는 와중에 우리는 서로에게 한 발짝씩 더 다가갔다.

그렇게 한창 웃고 떠들고 난 후 우리는 함께 벤치와 새집을 만들었다. 새집을 만드는 것도 무척 재밌었지만 나는 특히 벤치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벤치에 우리 11명의 손바닥과 메시지를 새겼기 때문이다. 그 벤치에는 다음에도 만나고 싶고, 계속 교류를 이어가고 싶은 우리 11명의 마음과 목소리가 담겨있다. 하지만 그 작은 마음들이 지향하는 바는 결코 작고 사소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계속 교류하고 싶고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결국 일본과 한국이 화합하기를, 교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나는 비로소 풀뿌리 민간외교를 넓혀나가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듯 작은 교류의 물결이 계속 일렁이다보면 일본과 한국 간에도 평화가 찾아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나만 해도 이번 이틀간의 교류를 통해서 일본에 대한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시국이 한창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만큼 양국 간의 감정이 많이 악화된 상황에서 온 것 이었으니 일본에 대한 생각은 더욱이나 부정적이었었다. 그래서 일본의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시민들조차도 안 좋게 바라보고 무작정 배척하고자 했었다. 하지만 이번 교류에서 일본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웃고 떠들었던 시간들은 내게 한국의 시민들과 일본의 시민들이 공생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싸우는 것보다 화합하는 것이 갖는 커다란 힘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배운 만큼 내게는 무척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고, 일본 친구들과도 많은 정이 들었다. 그래서 헤어질 때는 정말 아쉬웠지만 다음에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에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었다.

네 번째 날은 바로 츠가댐 평화 기념비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학생 대표 인사말과 준비해온 아리랑을 선보이는 날이기도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행사장으로 향했다. 막상 행사장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작은 공간이기도 했고 긴장감을 이기는 강렬한 햇빛 덕에 덜 떨렸다. 그러고 곧이어 행사가 시작되었다. 대표자 한 분씩 나와서 인사말을 한 후에 묵념과 헌화 시간이 있었다.

그 때 참가자분들이 꽃을 하나씩 들고 앞으로 나가 츠가댐을 건립하기 위해 강제동원 된 피해자 분들을 기리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 중에서도 일제강점기의 아픈 기억들을 함께하려는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본 분들로부터 많은 감동을 받았다. 반대로 일본 분들은 우리의 아리랑으로 많은 감동을 받으셨다고 한다.

나는 우리가 준비한 작은 무대가 그 분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되게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0주년이라는 의미 깊은 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데, 그 행사에서 우리의 희망과 소망을 전하고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리랑 속에 담은 희망대로 계속해서 이런 교류가 이어져나가고, 화합의 길로 힘차게 발돋움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필자

나는 이번 교류가 끝나고서야 비로소 이번 여행의 완전한 의미를 깨달았던 것 같다. 특히 양국 간에 감정이 안 좋은 요즘, 어떻게 보면 힘이 약하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치부할지 모르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함께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일본 고교생들과도 화합을 다졌으니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내가 일본어 공부도 하고 역사에 대해서도 이번 여행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하고 갔더라면 더 잘해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 경험을 통해서 나는 다른 사람들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값진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여행이 결코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얻은 값진 것들은 꽁꽁 싸매서 나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한테도 색이 바랠 때까지 보여주어서 나의 것을 나눠줘야 하는 것 같다. 앞서 선생님들, 선배님들이 시작해온 이 작지만 큰 발걸음을 내가 함께 걸을 수 있었다는 게 영광이고 앞으로도 그 발걸음, 발걸음을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발걸음을 함께 걸어갈 사람들을 점점 더 많이 모으는 것 또한 내가 해 나가야할 일인 것 같다. 이렇게 평화의 물결이 일본과 한국으로 퍼져나가길 바라며 공생의 여행 감상문을 마친다.

필자소개
부경고등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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