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세력 복권, 정계 개편 신호탄
        2006년 07월 27일 12: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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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0. 7.26 보궐선거는 성북을을 차지한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1석도 얻지 못한 열린우리당, 3곳을 쓸어담은 한나라당 모두 패했다.

    이번 선거에서 성북을은 의석수 1석 이상의 의미를 갖는 곳으로 주목받았다. 향후 정계개편을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반노무현-비한나라’의 세력결집을 추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수도권에서 이렇게 열의를 느껴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호남의 대표성을 회복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다소 들뜬 목소리로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동안 호남정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는데 수도권에 의미있는 교두보를 확보함으로써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정계개편의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김 원내대표는 "노무현 정권에 실망하고 한나라당에는 갈 수 없는 유권자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을 묶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반노-비한’의 정계개편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 서울 성북을에서 당선한 민주당 조순형 후보가 26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 한화갑대표 등 지도부와 함께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성북을 선거 결과를 ‘탄핵세력의 복권’으로 규정했다. 홍 소장은 "지난 경기도 광주 보궐선거에서 홍사덕 후보가 패하기는 했지만 득표한 것만 놓고 보면 복권의 성격이 강했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탄핵세력이 완전히 복권된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이번 선거 결과가 정계개편을 촉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 소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청와대 등 반탄핵 세력의 정권 창출 능력이 약화됐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여권 내 세력 재편의 가장 큰 변수는 청와대인데, 청와대 변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패배로 여당의 선택 폭이 한결 넓어졌다는(혹은 좁아들었다는) 얘기다. 홍 소장은 향후 정계개편의 축은 ‘반노무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소장도 민주당이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홍 소장은 "조 후보의 승리는 호남표의 결집 때문일 것"이라며 "호남표가 민주당으로 결집하는 양상이 계속되면 정당지지율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민주당이 10% 정도의 지지율만 얻어도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도 "이번 보궐선거는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악재가 많았음에도 반대표가 열린우리당으로 가지 않고 제3당에게 갔다는 건 민심이 열린우리당에서 완전히 떠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존속 이유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고, 스스로 그런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며 "당 해체나 합종연횡에서 답을 찾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이번 보궐 선거의 의미를 낮춰 보는 시각도 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단기적으로는 민주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것"이라면서도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쥘 정도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민 의원은 "성북을 선거는 민주당의 승리이면서 동시에 한나라당의 패배를 의미한다"며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의 의미이지 탄핵의 정당성이 확인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탄핵세력 복권론’을 비판했다.

    민 의원은 "이번 선거는 대선까지의 큰 흐름에서 맞닥뜨릴 여러 국면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서 "국민은 역사에 대한 안목을 갖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세력을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조 후보는 탄핵하고도 얽혀있고, 또 조 후보의 당선은 의외의 결과이기도 해서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11석 정당이 12석 정당이 된 것으로, 세력관계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민주당의 파괴력을 낮게 봤다.

    우 대변인은 "보통 보궐선거의 의미는 이후 치뤄질 총선이나 대선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보궐선거는 지방선거 직후에 치뤄져 정치적 의미가 별로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열린우리당은 전패의 처참한 기록을 보였지만 선거 후유증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익히 예견된 결과였기 때문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예상했던 결과이기 때문에 별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형식 소장도 "예상된 결과였던 만큼 큰 후유증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소장은 "조직의 생리상 희생양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지도부에 책임 묻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방선거 압승 이래 고공행진을 구가하다 잇단 구태로 패배를 자초한 한나라당은 내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당 지도부가 당적인 차원이 아닌 계파적 차원에서 이번 선거에 접근했다"며 "선거 패배는 계파의 이해관계가 당적 이해관계를 앞지른 결과"라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고 의원은 "한나라당이 하나로 유지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불안한 상황을 드러냈다"며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본격적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고 의원은 "5.31 압승 이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건 전당대회 결과가 국민적 만족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도로민정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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