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 전부터 퇴직 후까지 함께 한다
        2006년 07월 26일 05: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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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30일 현대, 기아, 대우 자동차를 비롯한 금속연맹의 주요 노조가 산별전환 조합원 투표가 가결된 이후 산별노조에 대한 노동계는 물론 사회의 관심사도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산별노조가 뭔지,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 잘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레디앙>은 오늘부터 4회에 걸쳐 [궁금하다 산별노조] 시리즈를 통해 산별노조를 둘러싼 여러가지 궁금중을 풀어본다. <편집자주>

    ① 산업별노조의 가입과 조직
    ② 산업별노조의 재정
    ③ 산업별노조의 교섭과 투쟁
    ④ 산업별노조의 일상 활동

    유럽의 노동자들에게 산별노조는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노동자들은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법률문제, 혹시나 직장을 잃었을 때의 실업수당과 재취업교육, 그리고 퇴직하고 난 이후의 연금까지 산별노조가 책임지고 있다. 취업 전부터 퇴직 후까지 산별노조가 노동자들의 생활 속에 함께 하고 있다.

    독일금속노조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 무료 법률지원

    조합원 290만명의 독일 금속노조(IG METAL) 조합원들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독일노총(DGB)의 유한법률회사의 법률지원을 무료로 받고 있다. 독일노총이 관리하는 법률회사는 변호사 500여명을 비롯해 900여명이 법률전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해고, 징계, 임금 등 민형사상 모든 문제와 사회보험과 관련된 분쟁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무료법률지원을 하고 있다.

    사용자 또는 정부와 조합원들 사이의 분쟁을 산별노조가 책임지고 보호하고 지원함으로써 많은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는 매개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독일통일 과정에서 동독의 노동자들이 법률지원 서비스를 받기 위해 독일금속노조를 비롯한 산별노조에 가입했다.

    금속노조, 구속사건에 한해 법률지원

    현재 금속산업연맹 소속 금속법률원에는 10명의 변호사와 6명의 노무사 등 27명이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법률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노조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부당해고, 징계, 구속 등의 사건 중에서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른 노조활동”으로 인해 구속된 경우에 한해 금속법률원에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형사상 불구속사건은 물론 집단해고나 정리해고, 징계 등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민사상 문제에 대해서 아직까지 법률적 지원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15만 금속노조의 출범으로 금속노조의 법률지원은 상당히 강화될 수 있게 됐다. 금속 법률원장인 김기덕 변호사는 “지금 조합원들은 조합비를 내면서 임금과 더 나은 근로조건을 기대하고 있는데 산별노조가 조합원들에게 법률적인 지원을 한다면 조합원들을 관장하고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별노조가 실업보험 운영

    산별노조는 일하지 못하고 있을 때도 도움을 준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을 때 유럽의 산별노조는 실업수당과 재취업교육을 통해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스웨덴의 노동자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실업상태에 빠지면 300일 동안 기존에 받던 평균임금의 80%를 실업수당으로 지급받는다. 이어 취업관련 기관에서 구직노력을 하면서 다시 300일 간 똑같은 수당을 받는다. 즉, 10개월 동안은 무조건 평균임금의 80%를 받고 나머지 300일도 구직활동을 하면서 같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기간이 지나도 다른 사회보장 제도가 있어 생계비를 계속 지원받을 수 있다.

    스웨덴은 노동조합이 실업보험의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자가 지역지부에 실업보험을 신청하면 지부담당자가 계산해 정부에 지급을 요청하고 정부가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실업보험을 받으려면 1년 이상만 보험에 가입하면 된다.

    산별노조가 퇴직연금 운영-퇴직해도 임금의 80% 수령

    스웨덴 노동자는 65세까지 40년을 근무한 후 퇴직하면 예전 임금의 60%를 죽을 때까지 매달 지급받는다. 여기에 노사 보충교섭을 통해 15~20%를 추가로 받기 때문에 금속노동자의 경우 기존임금의 75~80%를 받으면서 노후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독일도 산별노조가 산별연금을 직접 운영해 퇴직한 노동자들의 노후를 보장하고 있고 정부는 지급되는 보험금에 대해 세금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노동자가 일하면서 받았던 평균임금의 40%를 산별연금에서 지급한다. 국민연금에서 지급되는 40%를 포함하면 독일의 금속 노동자들도 평균임금의 80%를 받으며 여유있는 노후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금속산업연맹 김연홍 정책국장은 “산별연금은 금속노조의 요구로 만들어졌고, 노동자와 사측이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해 퇴직 후 노동자들의 생활비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고용보험 대책 준비

    금속노조는 지난 해 조합원이 실업상태에 빠졌을 때 실질적인 생계를 보장하고 재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산별노조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산별연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개인과 기업으로 흩어져있는 연금을 산별노조로 모아내고, 노사공동으로 부담하는 산별기금을 조성해 예기치 못한 실업상태에 빠졌을 경우를 대비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이를 중앙교섭 요구안으로 제출했고, “산별고용안정시스템 구축을 위한 금속노사공동위원회를 노사동수로 구성하고 구성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노사공동으로 마련하며, 위원회는 산업공동화대책과 재취업 훈련 등 조합원의 고용안정에 관한 사항을 우선적으로 논의한다”고 합의했다. 산별기금을 조성해 실업과 퇴직 등에 대비하기 위한 첫 단추를 꿴 셈이다.

    금속노조가 4만에서 15만으로 확대되면서 산별기금의 조성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한다면 상당한 규모의 산별고용기금이 마련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기업별노조의 유혹에 대한 우려

    지금까지 산별노조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주로 살폈지만 산별노조운동이 기업별노조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회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대차나 기아, GM대우 등 대공장노조는 지난 시절 사용자들이 정규직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것을 합의했고, 고용이 어려워졌을 경우 그들을 먼저 해고하는 것을 묵인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요구하며 일어섰을 때 노조간부들은 그들을 외면했고, 하청노동자들이 연대투쟁을 호소했을 때 소극적이거나 무시했다.

    인력과 재정을 산별노조로 집중하고 연대정신으로 비정규직과 전체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거부와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합비를 인상하고 사업장 간부들을 지역으로 파견하는 것에 여러 가지 이유를 붙여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움직임이 커진다면 산별노조운동은 무늬만 산별노조인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 

    대공장노조의 비리 문제도 산별노조운동의 장애물임에 분명하다. 일부 타락한 노조간부들이 이야기이지만 회사와 담합해 노동운동을 배신한 노조간부들이 아직도 현장에서 권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노조운동의 미래를 저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오는 10월 조합원 15만의 거대한 금속노조가 출범하기 전에 간부들부터 먼저 연대와 실천의 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조합원들에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왜 연대해야 하는지를 설득하고 함께 실천에 나서야 한다. 다시는 노조비리가 현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별노조 탄생의 비밀

    사실 산별노조는 혁명적 시기에 혁명을 막기 위해 탄생됐다. 조합원 290만을 자랑하는 독일금속노조는 1960년대 탄생했다가 ‘반사회주의자법’에 의해 강제해산됐다. 1891년 독일 금속노조의 전신인 독일금속노동자연맹이 만들어졌고 1912년 조합원이 56만에 이르렀다.

    독일이 1차 세계대전에 패한 후 노동자와 병사들의 혁명적 평의회운동이 확산되자 독일 자본가들은 평의회가 정치권력을 장악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노동조합을 공식적인 파트너로 인정해 광범위한 단결권을 합법화시켰고, 1918년 11월 독일혁명이 발발하자 8시간노동제와 경영참가까지 수용하면서 노동운동을 체제내화했다. 결국 산별노조의 단체교섭권은 노동운동의 획기적 쟁취물이면서 동시에 노동운동의 제도적 포섭물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산별노조의 목적은 평등사회 실현

    독일금속노조는 규약으로 조합원 75%가 찬성해야 파업을 할 수 있다. 많은 동의를 이끌어내야 파업에 동참하는 조합원이 많고 위력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지만 반면 쉽게 파업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스웨덴 금속노조는 파업을 한 지 꽤 오래 전의 일이고 다른 유럽의 산별노조들도 위력적인 전국총파업을 벌이는 일이 많지 않다.

    이는 산별노조의 오랜 투쟁과 진보정당으로 사회보장이 철저하게 이뤄져있어 파업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있지만, 유럽의 산별노조들이 관료화되어 역동적인 노동운동의 기운을 상실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속노조 최윤정 정책국장은 “독일금속노조를 방문했을 때 노조간부들은 산별노조운동이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운동일 뿐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산별노조운동의 목적은 평등사회를 실현하는 것이다. 일한 만큼 대접받는 사회, 노동자가 주인되는 평등세상이 바로 산별노조의 목적이다. 따라서 산별노조운동은 기업은 물론 업종의 울타리까지 뛰어넘어 세상을 바꾸기 위한 투쟁, 신자유주의를 철폐하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투쟁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2006년 4월 프랑스의 학생과 노동자들은 300만이 넘는 전국적 총파업으로 최초고용계약법을 철폐시켰다. 학생들이 주도했고, 프랑스 산별노조가 뒤따라갔지만 산별노조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한국사회의 변혁을 위해 금속산별노조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는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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