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등 31개 투기과열지구
    국토부, '분양가상한제' 적용 추진
    분양가 상승이 집값 상승 요인, 상한제 지정기준 개선
        2019년 08월 12일 05: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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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 등 전국 31개 지역의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투기과열지구 지역의 민간택지 분양가를 정부가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1년간 서울의 분양가 상승률이 집값 상승률보다 4배 가까이 높아짐에 따라 인근 기존 주택의 가격 상승을 이끌어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12일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추진안’을 통해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민간택지 내 공동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위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의 지정요건과 적용대상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최근 1년간 서울의 분양가 상승률은 집값 상승률보다 약 3.7배 높았고 이 같은 분양가 상승이 인근 기존 주택의 가격 상승을 이끌어 집값 상승을 촉발할 우려가 존재한다”며 “이에 분양가격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지정 기준을 개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줄곧 하락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7월부터 34주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이 상승세는 투자수요가 집중된 강남권 재건축 중심으로 나타났다. 강남 등 인근 지역의 신축 아파트와 다른 자치구의 주요단지도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는 양상이다.

    국토부는 현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정요건이 다른 규제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해 적용시점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특정 지역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은 직전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는 지역에 한정해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된 시행령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의 필수 요건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바뀐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시 25개 구 모두와 경기도 과천시·광명시·성남시 분당구·하남시,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개다. 해당 지역 민간택지에 지어지는 아파트엔 모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는 의미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분양가상한제 지정효력 적용시점도 앞당긴다.

    현재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지정 시 일반주택사업의 경우 지정 공고일 이후 ‘최초로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된다. 반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예외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하도록 해왔다. 이번 추진안은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일반주택사업과 동일한 ‘최초 입주자모집승인 신청한 단지부터’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의 분양가는 지방자치단체 내 분양가심사위원회가 결정한다. 국토부는 분양가 심사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도 추진 중에 있다.

    아울러 분양을 받은 후 단기간 내 전매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전매제한기간도 확대한다.

    현행 시행령에 따르면,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전매제한기간은 현재 3~4년이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의 유입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전매제한기간을 인근 주택의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에 따라 5~10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분양을 받은 사람이 전매제한기간 내 불가피한 사유로 주택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해당주택을 일정금액으로 우선 매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며 “이 제도를 활성화해 LH가 우선 매입한 주택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필요 시 수급조절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14일 입법예고한 후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10월 초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상한제 지정 지역 및 시기에 대한 결정은 시행령 개정 이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별도로 이뤄진다.

    정의당 “늦었지만 긍정적 평가,
    투기과열지구 한정 도입하는 건 미봉책, 모든 민간택지 아파트 적용해야”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은 그간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으로 오랜 전부터 제안돼왔던 터라,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다만 투기과열지구에만 한정해 도입하는 것을 두고는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의당 정책위는 이날 논평을 내고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거품을 제거하고, 비정상적인 주택시장을 바로잡는 필수적인 정책”이라며 “늦게나마 대책이 나온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밝혔다.

    다만 “선분양제가 용인되는 현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는 지역, 지정요건을 따지지 말고 모든 민간택지 아파트에 적용돼야 한다”며 “투기과열지구에 한정해서 도입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그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분양원가 공개 방침이 포함되지 않은 것 또한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정책위는 “분양가상한제의 가격 기준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개선방안이 전혀 없는 점은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며 “그동안 건설사들은 분양원가와 상관없이 주변 시세에 맞춰 토지비와 건축비를 부풀리면서 고분양가를 책정해왔고, 이는 주변 시세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을 낳아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61개의 항목이 공개되는 공공택지에서도 분양가 부풀리기가 만연되어 있는데, 단 7개의 항목이 공개되는 민간택지에서 제대로 된 분양가 책정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민간택지의 분양원가공개 항목을 61개로 늘리고, 가산비용 등을 부풀려 건설사 마음대로 고분양가를 책정하는 일이 없도록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분양제 부동산 시장에서 분양가상한제는 수요와 공급, 가격 조정이 비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시장 실패’를 막기 위해서 이미 도입되었어야 할 제도”라며 “중요한 것은 앞으로 정부가 집값 안정과 투기 근절에 대한 일관성 있는 태도를 시장에 보여주면서 이에 맞는 정책들을 조속히 시행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중당도 “분양가 상한제, 핀셋 적용 아닌 전면 도입이 필수”라며 “투기과열지구에 한정된 분양가상한제는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전면 도입을 위한 조처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화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간 분양가상한제가 주변 신축 아파트의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다는 정부의 막연한 기대감은 자기합리화가 가져온 착각”이라며 “문 정권이 강남 부동산시장 압박을 정의실현과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사이다’ 정책으로 포장하지만 마실 때만 시원하고 곧 더 심한 갈증을 유발시키는 미봉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수요가 많은 서울의 재개발·재건축을 이렇게 어렵게 만들면 결국 도심 주택의 희소성만 키워 더욱 가치만 높여줄 뿐”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강남압박은 결과적으로 강남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강남사랑’의 부작용만 남을 것”이라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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