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섭결과 산업내 전체노동자 적용
        2006년 07월 26일 07: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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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4월 독일금속노조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 지역의 사용자대표는 그해 임금교섭에서 임금 3% 인상과 타결일시금 310유로(37만원) 지급에 합의했다. 금속노조 노사의 임금인상 합의는 이 지역에서 일하는 전체 금속산업 종사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노조 조합원이 아니어도 되고, 회사가 사용자단체에 가입하지 않았어도 무방하다. 단, 타결일시금이나 성과급 등은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여 보충교섭에서 변동이 가능하다. 김연홍 금속산업연맹 정책국장은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1% 수준이고 물가상승률도 아주 낮은 상황에서 3% 임금인상은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유럽 산별노조 협약은 산업의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

    우리와 조직률이 비슷한 프랑스도 금속노조와 사용자단체가 맺은 협약이 전체 금속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며 스웨덴 금속노조도 마찬가지다. 비정규노동센타 김성희 소장은 “유럽의 산별노조와 마찬가지로 프랑스는 노동법에 산업별 업종별 구속력이 있어서 산별노조가 사용자단체와 맺은 협약은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 7월 18일 서울 용산 철도웨딩홀에서 17차 산별중앙교섭을 열고 금속산업최저임금과 사내하청 노동자 처우개선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 금속노조)
     

    기업별노조인 한국에서는 이런 산업별교섭이 생소하다. 우리의 경우 현대자동차노조가 회사와 맺은 임금협약은 현대차 종업원에게만 적용된다. 현대자동차의 인금인상률이 같이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이나 하청회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적인 영향이 있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현대차 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 언론이 악의적인 비방을 하면 국민들은 같은 노동자이면서도 아무 이유 없이 현대자동차를 비난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노조의 산별노조 전환으로 이제 본격적인 산별교섭이 열릴 전망이다. 15만 금속노조는 사용자들에게 산업공동화문제, 원하청 불공정거래, 금속최저임금,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 등 금속노조 조합원은 물론 전체 노동자들의 요구를 내걸고 교섭을 벌이게 된다. 금속노조는 이렇게 맺어진 산별협약을 금속산업의 전체노동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시킬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금속노조 중앙교섭 4년, 비정규직 처우보장 성과

    산업별노조가 기업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조직이라는 것은 4만 금속노조가 진행해 온 4년 동안의 중앙교섭을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금속노조는 2003년 100여개 사용자들을 상대로 역사상 첫 산별교섭을 벌여 ‘기존임금 저하없는 주5일근무제’를 합의했다. 2004년엔 금속최저임금을 산별중앙교섭 요구로 내걸어 법정최저임금보다 6만원 이상 높은 700,600원을 100개 사업장의 비정규직, 경비, 청소, 식당은 물론 이주노동자까지 적용시켰다.

    2005년에도 765,060원(시급 3,280원)을 합의했고 올해도 금속최저임금 832,690원(시급 3,570원)에 의견접근을 이뤘다. 이로 인해 금속사업장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최저임금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고, 법정최저임금을 끌어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또 금속노조는 2005년 불법파견 확인시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당하면 고용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대우상용차에서 134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 하도록 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조활동을 하도록 만들었다.

    전체노동자의 이해를 담은 산별교섭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금속노조 울산지부가 지역의 사용자들과 최저임금을 90만원에 합의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이 합의내용이 지역 금속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30% 이상이 적용받기 때문에 울산에 있는 모든 사용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게 해달라고 지방정부에게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울산지역의 ‘마찌꼬바’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의 산별교섭을 응원하고 금속노조의 파업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나아가 금속노조의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다.

    원청회사와 하청회사의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15만 금속산별노조가 사용자들을 상대로 ‘불공정거래 근절’을 요구하며 산업별교섭을 요구할 경우 문제해결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게 된다. 현대차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원청사와 부품사가 동시에 교섭에 나와 원하청 불공정 거래의 투명성을 요구하면 해결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없는 자동차부품사 노동자들은 금속노조 산별교섭에 큰 기대를 걸게 된다.

    15만 금속노조 교섭은 어떻게 되나

    지난 5년 산별노조운동을 실험해왔던 금속노조는 중앙교섭-지부집단교섭-사업장보충교섭의 3중 교섭체계를 유지해왔다. 2003년부터 올해까지 지난 4년 동안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벌인 중앙교섭에서는 주5일근무제와 최저임금, 비정규직문제 등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금속노조 지역지부와 지역의 금속사용자들이 모두 교섭 석상에 나오는 지부집단교섭에서는 임금을 다뤘고, 각 회사로 돌아가서 노사가 벌이는 사업장 보충교섭에서는 단체협약을 논의했다.

    15만 금속노조가 되면 교섭형식이 어떻게 될까? 현재의 금속노조 중앙교섭과 지부교섭을 유지하면서 발전시켜 나가자는 의견과 함께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체적으로 중앙교섭에서 산업정책을 포함해 핵심적인 단체협약의 내용을 다루고, 임금을 중앙교섭 또는 지부집단교섭에서 다루자는 의견이 제출되고 있다.

    자동차, 조선, 철강, 전기전자 등 업종별로 교섭을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는 오는 10월까지 교섭방법에 대해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경상대 이종래 교수는 “독일은 선도교섭이라고 해서 산별노조가 어느 한 지역에서 교섭을 하고 이것을 기준으로 다른 지역이 따라하는 방식으로 교섭을 하고 있지만 스웨덴이나 이태리처럼 유럽의 주요 나라에서는 산별 중앙교섭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별교섭은 장기적으로 교섭비용 절감

    사용자들은 산별교섭으로 교섭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산별교섭은 교섭비용을 줄어들게 만든다. 150개 회사와 노조가 수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제각각 교섭하는 것보다 노사 대표가 한 자리에 모여 결정한다면 비용은 물론 시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산업공동화 문제나 원하청 불공정거래가 산별교섭에서 다뤄지면 예전처럼 원청회사의 횡포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금속노조 김창한 위원장은 “금속노조에서 과도기적으로 3중교섭이 진행되고 있지만 중요한 교섭의제가 중앙과 지역으로 집중되면 교섭비용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산별노조의 교섭체결권과 파업권은 금속노조 위원장에게 있고 지부장에게까지 권한이 위임되어 있다. 중앙집권적인 강력한 힘으로 위력적인 파업을 벌일 수 있는 체계인 것이다. 따라서 산별교섭이 결렬돼 자동차공장부터 조선소까지, 원청회사부터 부품사까지, 정규직부터 비정규직까지 15만명의 노동자가 일시에 파업에 들어간다면 사회적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 지난 3월 29일 경주지부 조합원 1,700여명이 광진상공지회 조합원 35명 강제사직 철회를 요구하며 4시간 연대파업을 벌이고 광진상공 회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사진 금속노조)
     

    파업은 전국적으로 강력하게, 또는 전략적으로

    15만 금속노조가 산업공동화 대책 마련과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철폐 등을 내걸고 파업을 하게 될 경우 이 문제는 사회적인 쟁점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사용자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산별노조가 전국적인 파업을 전개하기도 하지만 전략지역 또는 사업장을 선정해 파업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 금속산업연맹 김연홍 정책국장은 “유럽의 산별노조를 보면 순환파업, 파상파업, 집중파업 등 다양한 파업전략을 통해서 자본가의 공세에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맞설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년 동안 금속노조는 "옆 공장 여성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고는 우리 금속노조 조합원에 대한 해고이고, 곧 나에 대한 해고이기 때문에 파업으로 맞서야 한다"는 ‘연대의 정신’으로 활동해왔다. 2001년 12월 충남지부의 세원테크 연대파업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0여 차례가 넘는 파업을 벌였다.

    산별노조의 연대파업과 정치파업

    지난 3월 29일 금속노조 경주지부 조합원 1,700명이 파업을 벌여 광진상공지회의 여성노동자 35명에 대한 강제사직을 철회시켜냈고, 5월 경남지부 조합원들의 연대파업을 앞두고 GM대우차는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복직시켰다. 현대나 기아 등 대공장이 금속노조에 가입함에 따라 금속노조의 연대파업이나 정치파업은 훨씬 큰 위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임금, 근로조건은 물론 원하청 불공정거래와 산업공동화 문제까지 15만 금속노조가 사용자들과 맺은 단체협약이 150만 금속산업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날을 향해 금속노조는 한 걸음씩 전진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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