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집권을 위한 ‘호남 껴안기’의 공든 탑이 이효선 광명시장의 ‘호남비하’ 발언으로 위태위태하다. 25일 광주·전남지역 언론들은 일제히 전날인 24일 한나라당의 이 시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비난했으며 이 시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호남 관련 단체들도 사퇴 촉구와 함께 주민소환제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전반의 위기의식은 크지 않다는 게 당 내부에서도 나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의 ‘호남껴안기’는 두 차례 대선 패배 이후, 집권 승리 전략으로 명확해졌다.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세론’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호남에서 14만표를 얻어, 2백75만표를 얻은 노무현 후보의 득표의 5%에도 미치지 못했고 이를 주요 패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영남당’이라는 지역정당의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호남 지역에서의 지지도 확보는 당의 최대 과제가 됐다.
지난해 박근혜 대표가 처음으로 5.18 광주묘역에 참배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하면서 한나라당의 ‘서진정책’은 본격화됐다. 서진정책을 주도할 지역화합발전 특별위원회도 출범됐다. 지난해 8월에는 창당 이후 처음으로 의원 연찬회를 전남 구례ㆍ곡성에서 열기도 했다.
5.31 지방선거가 있었던 올해는 한나라당의 ‘호남껴안기’가 더욱 강화됐다. 한영 여성단체협의회장을 광주시장 후보로 영입했는가 하면, 호남지역에서 두 자리 수 지지율 획득이란 목표도 처음 세웠다. 비록 한영 후보는 4%대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쳤지만, 당직자들은 호남지역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고 평가했었다.
강재섭 새 대표 체제 출범 이후에도 호남에 대한 배려는 눈에 띈다. 강 대표는 당선 이후 첫 공식일정을 전남 여수의 수해지역 방문으로 잡았다. 대표 지명직 최고위원 중 한 명도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한영 전 최고위원을 임명했다.
이같은 강 대표의 적극적인 ‘호남껴안기’ 행보는 호남지역 지자체장으로서 처음으로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지난 21일 한나라당 대표를 방문하면서 한층 고무됐다. 강 대표는 당시 “예산이나 현안사업에 대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한나라당이 되겠다”며 “또 앞으로 당 지도부가 정기적으로 호남을 찾아 당정 협의를 갖고 지역의 요구를 반영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바로 이날 저녁, 이효선 광명시장이 지난 12일 지역 기관장들과 오찬에서 전임 시장의 인사 행정을 지적하며 “전라도 놈들은 이래서 욕 먹는다”는 발언을 한 사실과 지역민들의 비난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다음날인 22일 당 윤리위에 이 시장을 제소했지만 ‘수해 골프’ 파문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한나라당 윤리위원회는 24일 수해 골프 파문을 일으킨 홍문종 경기도당 위원장에는 ‘제명’ 조치를 내린 반면, 이 시장에 대해서는 1년간 당원권 정지 조치에 그쳤다. 같은당 강창희 최고위원조차도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국회의원도 아니고 광명시장의 발언이어서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한 핵심당직자의 말이 한나라당 중앙의 안일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하지만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영 최고위원은 호남 지역 언론들이 이 시장의 호남비하 발언을 1면 톱기사로 올리고 있고 시민단체들도 분개하고 있다며 지역 여론이 상당히 악화돼 있음을 강조했다고 한 당직자는 전했다. 당 안팎에서 불거진 ‘솜방망이’ 비난에 결국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이 시장에 대해 법적 구속력도 없는 면피용 ‘탈당 권유’를 의결했다. 윤리위의 출당 의결과 달리 최고위의 권유는 본인이 거부하면 그만이다.
호남 지역 한나라당 당직자들조차도 한나라당의 ‘호남껴안기’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안재홍 광주시당 위원장은 “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이 호남에 거는 애정의 표시가 허구가 아니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윤리위의 1년간 당원권 정지를 중앙이나 다른 지역에서는 흡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호남에서는 어림 택도 없다”고 비난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서진정책’과 관련 안 위원장은 “내년 대선을 위해 호남을 안고 가야 한다는 절박성은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다 있다”고 지적한 후, “과연 한나라당이 진실로 호남을 대하고 있느냐 할 때 아무데서나 이런 말이 나와 버린다는 것은 비호남 지역 한나라당 사람들의 마인드를 그대로 보여 준다”고 토로했다.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한나라당의 호남 공든 탑이 과연 내년 대선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벌써부터 이곳저곳 금 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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