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력만큼 내고 필요한 만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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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7월 25일 11: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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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30일 현대, 기아, 대우 자동차를 비롯한 금속연맹의 주요 노조가 산별전환 조합원 투표가 가결된 이후 산별노조에 대한 노동계는 물론 사회의 관심사도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산별노조가 뭔지,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 잘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레디앙>은 오늘부터 4회에 걸쳐 [궁금하다 산별노조] 시리즈를 통해 산별노조를 둘러싼 여러가지 궁금중을 풀어본다. <편집자주>

    ① 산업별노조의 가입과 조직
    ② 산업별노조의 재정
    ③ 산업별노조의 교섭과 투쟁
    ④ 산업별노조의 일상 활동

    세계의 노동자들은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받을 수 있는 평등한 사회를 꿈꾸며 투쟁해왔다. 노동조합의 재정은 이런 원칙을 실현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왔다. 경상대 김재훈 교수는 “조합비는 조합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하여 능력만큼 내고 공동체가 필요한 만큼 사용함으로써 공동체의 연대를 높이는 사회적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6월 30일 현대자동차노조 간부들이 71.5%로 산별노조 전환에 성공한 후 기쁨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 금속노조)
     

    조합비의 이런 연대적 성격은 산별노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보자.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조합비는 매월 통상급 1%다. 해고자나 실업자 등 수입이 없는 조합원의 최저조합비는 3천원이다.

    4만명의 조합원 중에서 해고나 탄압 등으로 인해 조합비를 내지 못하는 조합원 3천여명을 빼면 평균 3만7천명이 조합비를 내고 있다. 1인당 평균 1만4천원으로 매달 5억원, 1년 60억원의 조합비가 금속노조 통장으로 들어온다.

    조합비는 특별기금 16%, 본조 28%, 지부 16%, 지회 40%로 분배된다. 16%의 특별기금은 다시 영구적립금(2%)과 파업기금(4%), 그리고 신분보장기금(10%)으로 나뉜다.

    즉 매달 파업기금으로 2천만원, 신분보장기금으로 5천만원이 지출된다. 영구적립금으로 매달 1천만원씩 지금까지 19억원이 모여있는 상태다.

    돈이 없어도 마음껏 집회 갈 수 있다

    지난 7월 12일 한미FTA 저지 민주노총 총파업에 금속노조는 6시간 파업을 벌였고, 전국에서 5천명의 조합원이 참가했다. 조합원 41명 중에서 32명이 이날 서울집회에 참가한 대구 산도고경지회.

    이들의 집회 참가비용은 버스대여비 60만원, 식사(2끼) 32만원, 뒤풀이비 20만원으로 총 132만원에 달했다. 대구지부 차차원 사무국장은 “금속노조가 아니라면 중소영세규모의 노동자들은 몇 달 치 조합비를 다 모아도 서울집회 한 번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이 조합원들에게 집회 참가비용 일체를 지급했다.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른 모든 집회의 버스비와 식사비를 본조에서 책임지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한미FTA 저지 집회에 대략 6천만원의 투쟁기금을 사용했다. 중소규모 회사 조합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해 돈이 없어도 마음껏 집회에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조활동하다 구속 해고되면 월급 보장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박종환 조합원(지회 사무장)은 노조활동을 이유로 지난 2월 구속됐다가 6월 9일 석방됐다. 금속노조는 그에게 신분보장기금으로 구속되어있던 4개월 동안 그가 받아왔던 통상임금 85만원을 매달 지급했다.

    금속노조는 구속뿐만 아니라 수배, 징계해고, 감봉, 부상, 벌금 등 조합원들이 노조활동을 이유로 신분상의 불이익을 당했을 경우 그것을 책임지는 재정운영을 해왔다.

    올 1~6월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신분보장기금으로 1억6천만원이 나갔다. 노사관계가 안정화되어있지 않고 탄압이 집중되고 있는 비정규직과 중소영세 규모의 조합원들에게 금속노조가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6개월간 비정규직 투쟁에 3억 2천만원 사용

    금속노조가 올해 6개월간 비정규직 투쟁에 쏟아부은 금액은 자그마치 3억 2천만원에 이른다. 금속노조는 하이닉스, 현대하이스코, KM&I, 기륭전자 등 비정규직 집회 등에 2억 7천만원 사용했고, 비정규직 사업비로 3천만원을 썼다.

    또 전면파업 20일 당 50만원을 지급한다는 규정에 따라 비정규직 4개 사업장 파업기금으로 2천만원(4개 사업장×500만원)을 지급했다.

    본조의 예산중에서 조직사업비, 정책사업비, 교선사업비 등도 많은 비중이 비정규직 사업에 사용됐고, 지부에서도 많은 금액이 비정규직 투쟁에 사용된 것을 생각하면 투쟁사업비의 많은 비중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 김선민 총무국장은 “금속노조 본조 재정의 다수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별노조 지출 상위 경조사비

    기업별노조의 조합비 지출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경조사비다. 노조 간부들이 하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도 조합원들의 경조사를 쫓아다니는 일이다. 노동자들의 권리증진과 사회개혁을 위해 일해야 하는 노동조합이 상조회의 역할을 떠맡아 하고 있는 셈이다.

    산별노조로 전환하면서 상조회의 역할은 사실상 사라졌다. 부산양산지부 차해도 지부장은 “한진중공업이 금속노조로 전환하기 전에는 조합원들의 경조사를 쫓아다니며 조의금이나 축의금을 냈는데 금속노조로 오면서 예산편성할 돈이 없기 때문에 노동조합에서 아무 것도 지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4만명 규모로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부족한 신분보장기금으로 인해 정리해고를 당한 조합원들의 생계비를 지원하지 못하고 있고, 징계해고자의 생계비도 1년밖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또 부족한 투쟁기금을 메우기 위해 내년 1만원~1만5천원의 투쟁기금을 걷고 있는 상태다.

    15만 금속노조 1년 조합비 250억

    오는 10월 15만 금속노조가 출범하면 재정은 질적 변화를 맞게 된다. 조합비는 250억에 육박할 예정이고 본조 예산만 70억에 이를 전망이다. 금속노조가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계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싸울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지역에서 아직 금속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위한 상담, 지원 등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사업에 많은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 명실상부한 산별노조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15만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산별노조로 모아진 인력과 재정으로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나아가 전체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는 모습을 조만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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